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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목수 Oct 09. 2021

소설가가 되는 길

2021년 네이버 지상 최대 웹소설 공모전 본선에 오르며...

  웹소설 공모전(2021년 네이버 지상 최대 공모전)에 본선(작품명 : 평범한 남자)에 올랐다.

2021 네이버 웹소설 지상 최대 공모전

  기쁘고 감사하다. 글을 쓰며 성장한다는 말을 믿으며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꾸준히 써내려 갔다. 말주변이 없어서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이 세상과 소통하고 스스로와 대화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자기만족으로 쓰던 글이 누군가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소식은 글을 쓰는 글쟁이에겐 더없이 기쁜 일이다. 이름 있는 플랫폼에 경쟁도 만만치 않던 공모전이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기쁨이 더 컸다. 물론 아직 당선이 된 건 아니지만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 본선에 오른 것만으로도 나 자신이 대견하고 감사하다.  


격리는 퇴고의 시간으로


   시드니의 3개월간의 지겨운 락다운(Lock down) 기간 동안 방 안에 갇혀 과거 처음으로 브런치에 연재했던 [팔공 남자 시즌1] 초고의 퇴고 작업을 시작했다. 호주에 온 이후 틈틈이 써 내려간 소설이 어느새 40만 자를 넘어서며 대하소설이 되었다.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아 시즌2까지 써내려 갔다. 분량이 많다 보니 퇴고하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오랫동안 묵혀둔 초고를 읽어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전체 소설을 다시 한번 다 읽어 내려가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다시 읽으며 과거 소설 내용들을 재 상기하며 수정과 편집 작업을 시작했다. 기존의 밋밋하던 이야기의 플롯을 뜯어고쳤다. 각 인물들의 개성을 살리고 입체적인 인물로 재탄생시키려 노력했다. 반전과 극적인 요소들을 가미해서 소설을 재구성했다.


   "초고는 걸레다"


   글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쓰는 말이다. 보이지 않던 엉성한 문장들과 틀린 맞춤법, 부자연스러운 표현, 개연성 없는 줄거리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정말 초고는 말 그대로 허접하기 그지없었다. 그것들을 하나씩 바로 잡아나갔다.


   소설 속 등장 캐릭터들에게 각각의 색깔을 입히는 작업에 집중했다. 무엇보다도 각 인물들을 통해 세속적인 인간들의 여러 모습을 그려내는데 집중했다. 그 과정 속에 부딪치는 시련과 고통을 통해 주인공이 성장해 가는 모습을 그려내고자 노력했다. 주 타깃 독자층인 밀레니얼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에피소드들을 찾아내려 했다. 재미와 흥미가 없으면 독자가 따라오지 않는다는 웹소설의 특징상, 에피소드별로 이야깃거리를 구분 짓고 회차별로 흥미나 감동을 줄 수 있는 내용과 메시지를 담으려 고민했다.


웹소설과 소설(순문학)의 사이에서


     사실 내가 쓴 소설은 웹소설과 소설(순수문학)의 중간쯤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정체성이 모호하다. 글을 제대로 배운 것도 아니라 이런 글이 대중들에게 읽힐 수 있을까 하는 반신반의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웹소설을 쓰겠다 아니면 순수문학 소설을 쓰겠다는 뚜렷다할 의도를 가지고 써 내려간 소설도 아니었다. 그냥 나의 생각과 경험 그리고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것들을 이야기 속에 쏟아내 보자는 생각으로 써 내려간 소설이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과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  박상우 [소설가] 중에서 -


  이 브런치라는 플랫폼은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나 또한 글을 쓰며 내 안에 있는 지식과 경험 그리고 무의식의 세계를 표현해 내고픈 욕구를 해소하는 곳이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한 욕구를 반영하는 것이지만 소설가가 된다는 것은 글이 삶이 되는 것이다. 독서와 사유와 창작의 삶을 살아야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며 많이 쓰는 것 만이 소설가가 가야 할 정도(正道)이다.


  단편적이 글(에세이, 칼럼, 서평 등)이 나의 생각을 거침없이 토해내는 것이었다면 소설은 생각을 숨기는 작업이었다. 독자들로 하여금 이야기 속에 숨어든 나의 생각과 의도를 여러 가지 인물, 상황, 대화 등을 통해서 찾아내게 하는 작가와 독자의 밀당 같은 것이었다. 밀당을 잘하는 연애가 오래가듯 이 밀당을 어떻게 하느냐가 소설 쓰기의 관건이다.


그림처럼 쓰다


   글을 쓰지만 그림을 그리는 기분으로 글을 쓰고 싶었다. 글을 읽으며 단편 단편의 그림들이 머릿속에 떠오르고 단편들이 영사기처럼 이어지며 한 편의 파노라마를 만들고자 했다. 마치 내가 창조주가 되어 또 다른 나만의 세계가 만들어 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린지도 3년이 다 되어간다. 단편적인 글(에세이, 칼럼, 서평)에서 소설까지 다양하게 써내려 온 글들 중에서 그래도 가장 애착이 가는 글은 뭐니 뭐니 해도 소설이다. 물론 이곳이 소설을 쓰는 플랫폼이 아니기에 나의 소설은 다른 에세이나 칼럼보다 조회수가 적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소설에 더 많은 애착이 간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설가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인간이다. 나는 코로나19가 많은 글쟁이들을 탄생시켰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 또한 이곳 호주에서 코로나19 락다운 기간 동안 많이 읽고 쓰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어찌 보면 소설가라는 직업이 언텍트 시대에 참 어울리는 직업 같기도 하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게 된다. 또 쓸려면 읽어야 하기에 더욱 혼자 있을 수밖에 없다. 공원에 앉아 책을 읽고 읽다가 피어오르는 상념들이 글감이 되어 한 편의 에세이가 되고 칼럼이 되고 소설이 된다. 호주에서의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읽고 생각하고 쓰는 인간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도 변치 않고 싶다. 읽고 쓰면서 가지는 몰입의 시간을 좋아하게 됐다. 생계를 위해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하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시간이 나면 계속 읽고 쓰고 싶다. 그것이 소설가가 살아가야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최근 새로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써내려 가던 원고가 쌓이고 또 다른 장편 소설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것도 언제 세상에 내어놓을지 모르겠지만 무조건 써내려 가본다. 등단도 하지 않은 글쟁이의 원고는 계속 쌓여간다. 언젠간 세상의 빛을 보게 될 날을 고대해 본다.


   이 모든 게 감사하다. 내가 읽고 생각하며 쓰는 삶을 받아들이게 하심과 내가 쓴 글이 다른 이들과 공감할 수 있다는 것에...


주말 봄날의 따사로운 햇살 아래 오늘도 한적한 공원을 찾아 책과 글로 시간을 보내려 한다.



P.S. 웹소설 공모전 2차 본선에서 독자 투표가 진행 중입니다. 관심 있는 구독자 여러분들의 소중한 한 표를 구걸해 봅니다.


https://novel.naver.com/best/list?novelId=1005636

앱화면(왼쪽), 투표화면, 웹화면(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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