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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목수 Aug 22. 2021

소설 쓰기의 힘

10만 자를 넘기며


   오늘 쓰고 있던 새로운 소설의 글자 수가 드디어 10만 자(공백 제외)를 넘어섰다.


   거의 한 달 정도를 쓴 것 같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3,000~4,000자씩 꾸준히 소설을 썼다. 처음엔 2000자 정도로 시작한 글은 쓰면서 조금씩 분량을 늘려 지금은 하루에 5,000자 정도는 쓰려고 한다. 뭐 쓰던 소설의 스토리가 막히거나 집중이 안 될 때는 얼마 쓰지도 못하고 노트북을 덮은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럴 때면 자괴감이 들곤 했다. 어떻게든 글 쓰는 패턴이라도 유지하려 에세이나 서평이라도 적으려고 했다. 그것도 안되면 일기라도 적었다.


   유튜브에서 본 어느 웹 소설 작가의 영상에서 전업작가들이 하루 평균 1만 자씩 적는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 하루에 1만 자씩을 적는 게 얼마나 힘든지 써본 사람을 알 수 있다. 정말 전업작가의 길은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도 그 영상을 보고 난 후 하루 1만 자에 도전했지만 아직은 무리인 것 같다.


   나도 글이 잘 써질 때는 미친 듯이 써 내려가다 보면 하루에 7,000~8,000자씩 쓰는 날도 있다. 그렇게 쓰고 나면 머리가 띵하고 멍한 기분이 느껴진다. 오래 앉아 있다 보니 허리도 뻐근하고 글을 쓸 때 들었던 장시간의 헤드폰 음악에 귀까지 멍멍해진다. 좋은 점은 그렇게 쓰고 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취감이 밀려온다는 것이다. 직장 생활할 때도 이런 성취감은 느껴보지 못했다. 내가 만들어 낸 새로운 이야기에 스스로 감탄하는 그런 모습이랄까? 소설을 쓰다 보면 가끔 내가 창조주가 된 것 같은 상상을 하게 만든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다른 종류의 글과는 달리 인물과 배경, 상황, 사건, 대화 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설정하고 그것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고 돌아가는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낸 것이니까 말이다. 스스로도 놀랍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세상 속에서 각각의 인물들의 내면으로 들어가 그들의 삶과 생각까지 만들어내야 한다.


"체호프는 소설과 희곡을 통해 캐릭터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게 엄청난 치유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인간 본성의 법칙] 중에서 -


   소설을 쓰는 것은 공감 능력을 기르는 좋은 방법 중에 하나라고 한다. 러시아 의사이자 소설가인 안톤 체호프는 소설과 희곡을 쓰면서 자신이 증오하던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까지도 용서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자신과 다른 생각과 가치관은 틀린 것이고 알아보려 하지 않는다. 혹여 관심을 가지더라도 겉핥기에 불과하다. 진심으로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그만큼 힘든 것이다.


    나 또한 소설을 쓸 때 가장 힘든 것이 설정된 다양한 인물들의 행동과 말을 어떻게 묘사해야 될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그래서 다른 에세이나 서평을 쓸 때보다 생각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 말인즉 나 또한 아직 타인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는 뜻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성향의 인물은 과연 어떤 행동을 취할까 하는 고민으로 글이 멈춰 서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럼 그 인물이 되어 그 상황 속으로 들어가 상상해 본다. 그런 연습이 계속되다 보면 타인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이 발달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설을 쓰려면 여러 인물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인물마다 다른 성격과 가치관, 외모 그 모든 것들을 자신이 소화해 글 속에서 표현해 내려면 자신이 가진 가치관과 생각을 내려놓고 다른 인간이 되어야 한다. 자신의 가치관과 생각을 쓰는 건 에세이나 칼럼을 쓸 때 글을 쓰는 방식이다. 물론 에세이와 칼럼도 많은 이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지만 소설의 그것과는 좀 다른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자신의 생각이나 가치관을 허구의 소설 속 다양한 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이야기로 녹아내는 소설이 가장 위대한 힘을 가진 글이라고 생각한다.


"잉마르 베리만(Ingmar Bergman)의 영화나 표도르 도스토옙스키(Fyodor Dostoevskii)의 소설이 힘을 갖는 것은 그 때문이다. 당신도 당신의 어두운 면을 밖으로 끄집어낼 수 있다면 똑같은 힘을 가질 수 있다."                                                                                                   


- [인간 본성의 법칙] 중에서 -        

                                                                           

   에세이와 서평이 자아성찰과 자기 성장을 위한 글이라면 소설은 타인과의 공감과 이해를 위한 글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작가는 글을 쓰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다. 이제 글을 쓰는 습관은 만들어진 것 같다. 이제는 공감 가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 이제까진 나를 위한 글을 썼다면 이제는 독자를 위한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픈 소망이 생겼다.


   감사하다. 오늘도 소설을 쓰며 타인이 되어보는 경험을 하게 하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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