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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냥이 Oct 10. 2022

3. 충분한 시간 동안 충분히 좋은 잠 자기

잠은 보약이 아니라 매일 잘 챙겨 먹어야 하는 식사다



알고 보니 적게 자고 있었다



잠은 잘수록 는다거나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둥, 잠을 죄악시하는 분위기가 있다. 적정 수면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지만 남들과 같은 스케줄로 움직여야 하는 현대인이 학생이건 직장인이건 수면 시간을 자신이 정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해야 될 일이 있고 지켜야 될 시간이 있으면 수면 시간도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사회적으로 정해진다.

얼마나 자야 적정 수면시간인지 알아내기도 어렵거나 비싸다.


그런 세상에서 저에너지 인간으로 살기가 너무 힘들었다.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기도 힘들고, 억지로 몸을 일으켜 운동도 해보고 샤워도 하고 아침밥을 챙겨 먹어도 도통 잠이 깨지 않았다. 남들은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세수만 해도 잠이 깨서 미라클 모닝도 한다는데 나는 오전 내내 잠이 깨지 않은 적도 있었다. 심지어 30분 걸어서 출근했는데도 사무실 의자에 앉자마자 10분간 잠을 잤어야 했던 적도 있을 정도였다.


다른 사람들도 졸리다고 말은 하지만 머리를 대자마자 잘만큼 졸린 거 같지는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잠을 깰 수 있는 건지, 어떻게 성공한 사람들은 아침 시간이 제일 효율이 좋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심할 때는 저녁 시간이 다 되어서야 잠이 깨서 진지하게 야행성 인간이 아닐지 고민한 적도 았다.


어떠한 방법으로도 잠을 깨는데 실패하고는 결국 한번 마음껏 자기로 했다. 어차피 깨어있는 시간에 정신이 온전치 않으니 그럴 바에야 아주 실컷 자고 일어나 보자라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그것이 정답이었다.






먼저 수면의 질부터 높여보자



최소 6시간은 잠을 잤기 때문에 처음에는 수면시간이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수면의 질을 높여보고자 했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감긴 눈꺼풀 안에서 눈동자는 계속 빛을 쫓으며 움직인다고 한다. 그래서 자는 공간은 최대한 어두워야 한다. 암막 커튼을 쳐서 외부의 빛을 막고 전자기기의 버튼 등에서 나오는 은은한 빛도 막았다. 모든 빛을 막기는 어려워서 수면안대도 착용했다.

 

침구도 교체했다. 면소재가 좋다지만 개인적으로 털이 보송보송하게 느껴지는 걸 좋아해서 세사 제품으로 바꾸고, 베개는 경추 베개로 바꾸었다.


그랬더니 평소보다 더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꿈을 적게 꾸게 되었고 일어났을 때  건조함이 줄어들었다. 기상 시 눈이 빠질 것 같은 돌출감이 있었는데 뜻밖에도 안구 통증이 사라졌다. 생각보다 잠자는 동안 느끼는 빛이 많았던 것 같다.

수면의 질이 좋아지니 오전의 피로감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충분하지는 않았다. 기상해서 잠이 깨었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여전히 시간이 오래 걸렸다.


결국 중대한 결정을 해야 했다. 마음껏 자고 일어난 주말에는 잠에서 깨자마자 눈이 번쩍 떠지는 것을 생각해 수면시간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나에게 맞는 수면시간을 찾아라



어떻게 하면 나에게 적당한 수면시간을 찾을 수 있을까?


다큐멘터리에서처럼 전문가의 힘을 빌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맨땅에 헤딩하듯 직접 수면시간을 조정해가며 상태를 살피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무조건 오래 잘수록 피로가 풀리는 것이 아니었고 너무 오래 자면 오히려 피곤하고 허리도 아팠기에 딱 좋은 수면 시간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다른 일정들로 평일에는 일어나는 시각이 정해질 수밖에 없으니 잠자리에 드는 시각을 당기는 방식으로 수면시간을 늘려야 했다. 저녁식사 후 개인 시간이 줄어들지만 적정한 수면시간을 찾는 것은 한 번쯤 꼭 해야 하는 일이었다. 항상 잘 시간이 부족하다 생각했었는데 일하고 식사하는 것 외에 다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으면 10시간도 잘 수 있었다.


취침과 기상 시간을 조금씩 조정하면서 몸 상태를 관찰했다. 잠에서 깰 때 얼마나 개운한지, 얼마나 빨리 정신을 차릴 수 있는지, 몸이 무겁지는 않은지를 살펴보았고 다른 생활은 일정하게 유지하고 식사 등의 변수도 감안하였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적정 수면시간은 8시간이었다. 10시 반쯤 잠자리에 들어 다음날 6시 반에 일어나면 몸을 일으키는 것만으로도 잠이 깨는 기분이었다. 몸을 움직이기 위해 실내 자전거에 올라가거나 욕실에 들어갈 때 흐느적거리지 않고 두 눈을 뜨고 똑바로 걸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샤워를 하고 나면 마치 정오가 된 것처럼 정신이 말똥 해졌다.


적정 수면시간을 알고 나니, 활동이 좀 더 많았던 날은 좀 더 길게 자더라도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잠을  좀 더 자야 되는 피로감인지 그저 이불 밖으로 나오기 싫은 게으름인지가 확실히 구분되기도 했다. 낮에 졸음이 오더라도 전날 충분히 잤다는 걸 알기 때문에 커피의 도움을 받지 않았도 5분 정도 가볍게 스트레칭하거나 걷는 것 정도로도 상태를 전환시킬 수 있었다. 덕분에 매일 영양제처럼 먹던 커피 양도 줄일 수 있었다. 마시는 커피양이 줄면서 수면의 질도 더 좋아졌을 것이다.





깨어있는 시간의 효율이 높아졌다



수면 시간은 길어지면서 깨어있는 시간은 실질적으로 짧아졌다. 대신 온전히 정신 차리고 활동하는 시간길어져서 오히려 생산성은 좋아졌다. 똑같은 24시간인데도 정신 못 차리고 멍하니 흐느적거리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드니 시간 효율이 좋아진 것이다. 무조건 적게 잔다고 해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아니고, 잠에서 깨기 위한 노력도 적지 않았었던 걸 생각하면 오래 깨어있다고 해서 꼭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잠을 자는 시간이 길어지니 불필요한 활동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게 되는 면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6시간 정도의 수면시간을 가질 것이다. 10시부터 4시든 12시에서 6시든 이 정도가 보통이고 좀 더 짧게 자거나 주말에 몰아서 자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평일에 6시간 이상 자면 잠이 많은 편에 속하는 것 같다.


물론 수면 질을 높이면 수면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는 한다. 전에도 중간에 잘 깨지 않고 깨더라도 금방 다시 잠들며 꿈도 잘 꾸지 않고 깊게 잘 자는 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항상 잠이 부족했다.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수면 질이 높은데도 잠에서 깨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시간을 늘려보는 것도 필요하다. 질과 양은 분명히 다르며 개인마다 충분한 양이 다를 수밖에 없다. 충분한 양을 채우지 않으면 아무리 질을 높여도 한계가 있다.


잠으로 피로를 풀고 에너지를 채워야 한다. 단기간 목표 달성을 위해 일시적으로 수면시간을 줄이는 것은 가끔 필요하겠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너무 잠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면이 있다. 일반적인 체력의 소유자도 일상적인 사회생활만으로 에너지가 고갈되고 만성피로에 시달리며 끝내 번아웃되어버리는 일이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다. 정말 무섭게도 보통 사람들은 "별로 한 것도 없는데 피곤하다"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저에너지 인간이라 피로한 상태를  납득하는 게 그리 낯설지 않아서 수면시간을 늘리는데 거부감이 적었던 것 같다. 자신의 몸상태를 안다는 것은 충분하고 적절한 휴식을 위해 꼭 필요하다.


남들은 아침형 인간이다, 미라클 모닝이다 하며 6시간 자고도 활기찬 하루를 보내는 게 부럽기는 하다. 어딘가 멋지고 뭔가 많은 일을 하며 힘이 넘치는 하루를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래도 수면 시간이 길면 활용할 수 있는 객관적인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긴 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눈은 뜨고 있지만 언제든 잠들 태세인 정신을 가지고 긴 하루를 보내느니  바짝 깨어있는 상태로 짧은 하루를 사는 게 편안하고 효율적이다. 거기에 더해 나는 더 이상 수면 부족으로 휘청거리지 않는다 사실이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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