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돈냥이 Oct 10. 2022

5. 신경 쓰는 범위 좁히기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나를 이제 내가 신경 쓴다



주변 소음을 차단하는 방법



당연한 말이지만 무언가에 신경을 쓰는 것 역시 에너지를 소비한다. 반응이나 대응을 하지 않아도 의식을 하고 그것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적잖은 에너지가 소비되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지치기도 한다. 불편한 공간에 있거나 거부감이 드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소진되는 것은 기분 탓이 아니다. 마치 누수되는 파이프 마냥 에너지가 새어나가는 것이다. 가뜩이나 생존하는데 쓸 에너지도 부족하고 보충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마당에 알게 모르게 새어나가는 에너지를 최대한 막아야 한다. 에너지 절약의 기본은 가전이든 사람이든 역시 절약이다.


마치 대기전력처럼 내 에너지가 소소하게 사용되고 있었구나 의식이 되면 아이러니하게 세상이 더 시끄럽게 느껴질 수 있다.

여름철 길거리와 건물 외벽의 에어컨 실외기 소리, 지나다니는 차 소음, 어디에나 있는 사람들의 웅성임, 바람과 나뭇잎과 새소리, 이걸 의식하고 나면 정말 주변의 소음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깨닫게 된다. 뿐만 아니라 나에게 직접적으로 들어오는 소리는 비율은 적지만 직접적으로 날아와 꽂힌다. 교실이나 사무실에서 벌어지는 의미 없는 잡담, 딴에는 나를 위하는 마음에 훅 들어오는 각종 조언들, 해야 하는 일들, 쏟아지는 의무들, 거기에 내 마음속 외침까지…


귀마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정신적인 마개를 착해야 한다. 마차를 끄는 말에게 눈가리개를 착용하 듯, 들리는 범위는 좁히는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신경 끄기가 아니라 오히려 신경 집중하기다. 사소하고 불필요한 것에 신경을 끄기보다는 중요하고 좋아하는 것에 신경을 집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쉽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하면 코끼리가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대신 피아노를 생각하려 하면 코끼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있다.


나에게 중요하거나 좋아하는 것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 싫은 언가를 막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다. 주변에서 떠드는 소리에 신경을 끄려 하지 말고 지금 눈앞의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한다. 마음이 소리가 너무 시끄러우면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보는데 집중해본다.






나를 우선순위로 두기



나에게 중요한 것에 에너지를 집중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자신이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중에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데 어떤 행동이나 활동이 효과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내가 집중할 대상을 찾아서 언제 어떤 상황에서라도 필요할 때 즉시 꺼내야 한다.

 

내가 하는 일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지금 해야 하는 일을 눈앞에 펼쳐 둔다. 일단 시작을 하면 자연스럽게 집중도가 올라간다. 이미 다른 일은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우선순위를 정해두면 스케줄을 정하는 것도 쉬워진다. 우선순위의 일을 먼저 제일 적합한 시간에 배정하고 차순위를 하나씩 채워 넣으면 그만이다.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외에도 의미도 없고 결과도 없지만 그저 기분이 좋아지거나 편안해지는 활동도 필요하다. 기분을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호르몬은 무의식의 영역에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언제 어떨 때 나의 기분이 어떠했는지를 알아두는 일이다. 그러면 의도적으로 그 행동을 취함으로써 기분을 전환하는 것이 가능하다.


나는 이유 없는 우울감을 느낄 때 귀여운 동물들이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본다. 하는 일이 벽에 부딪히거나 막막한 기분이 들 때는 그런 상황을 이겨낸 사람들의 영상을 찾아본다. 매일 온전한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방구조를 바꾸고 조명을 이용해 주변과 분리되는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전에는 해야 하는 일이 있어도 다른 사람의 사정이 우선이었다. 누군가 도움을 청하면 상황에 따라 거절은 했지만 그 선이 참 낮았다. 도울 수 있으면 최대한 도왔고 요청받지 않은 도움까지도 그 사람에게 필요할 것 같으면 먼저 손을 내밀기도 했다. 나의 일을 뒷전으로 미루지는 않았지만 최우선 순위에 둔 것은 아니었다.


나를 우선순위에 둠으로서 내 에너지의 대부분은 나를 위해 사용된다. 남을 위해 사용되는 에너지는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 소모되는 양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나를 위해 사용된 에너지는 얼마든지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고 원할 때는 채워 넣기도 쉬웠다. 기분 관리도 점점 용이해지고 있다.


무엇을 하면 기분이 좋고 편안한지, 기분 전환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나씩 배우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들로 주변을 채우니 자연스레 에너지를 뺏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들이 비워졌다.






다른 사람에게 뺏기는 에너지 줄이기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좋다. 상대방은 나를 위해 하는 말이라지만 본질적으로 "그 사람이 나를 위한다고 생각하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내가 필요로 하고 듣고 싶은 것과는 다를 수 있다. 그렇다고 상대방의 입을 막을 수는 없으니 그대로 흘려보내는 것도 필요하다. 인간관계 우선순위는 그렇게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는데 도움이 된다.


언젠가 본 글에서 인간관계를 버스에 비유했다. 함께 버스를 타고 가는 중에는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 동지와 같다. 넘어질 것 같으면 잡아주고 자리를 양보하기도 하며 부족한 버스비를 대신 내주기도 한다. 하지만 각자의 목적지가 다르기에 누군가는 중간에 내리고 다시 새로운 사람이 탄다. 인간관계도 이와 같다는 것이다. 함께 하지만 언젠가는 헤어지고 새로운 사람과 함께 한다.


내려야 할 사람을 못 내리게 하고 새로운 사람을 타지 못하게 방해하면 어떻게 될까? 결국 버스는 달리지 못하게 되거나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 각자의 삶이 있다는 것을 알고 우리는 결국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는 것을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옆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할 줄 알되 지나간 인연에 너무 매달리지 않아야 한다.


가까운 사람의 일이라고 매번 내 일처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 사람에게 필요한 도움인지, 요청받은 도움인지를 생각하고 너무 적극적으로 누군가를 도우려는 행동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이타적으로 사는 건 중요하지만 나 자신을 지키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도리어 그렇게까지 바라지 않았던 도움을 받은 사람을 당황하게 할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