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말이지만 정작 저에너지 인간에게 맞는 운동의 종류와 강도, 빈도 등에 대해 정확한 조언을 얻기는 어렵다. 가격이 아주 비싸거나… 그리고 저에너지 인간은 운동보다는 아무래도 쉬는게 먼저다. 그래서 보약을 먹고 꼭 해야 되는 사회적 활동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온전히 쉬었다. 잘 자고 소화 잘 되는 식단으로 잘 챙겨 먹었다.
숨쉬기가 편해지고 원인모를 통증도 줄어들면서 조금씩 몸에 힘이 들어간다 싶어 졌을 때 하루 10분 정도의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사실 스트레칭보다는 맨손 체조에 가까웠다. 80대 노인의 몸에 맞게 노인 분들이 하시는 맨손 체조가 딱이었다.
참고로 한 운동은 없었고 국민체조의 초반 동작을 반복했다. 이름답게 기초 체력 증진에 아주 좋은 운동이지만 한편으로 은근 근력을 요구하는 운동이어서 풀타임은 힘들었다. 동작이 바뀌면서 강도도 조금씩 올라가는 운동인 것 같아 익숙해지면 다음 동작도 추가로 하는 식으로 체력을 키워나갔다.
국민체조 풀타임을 한 번에 해내는 시기가 오기 전에 지루함을 먼저 느꼈다. 한창 나이이니 몸매 관리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스트레칭 동영상을 찾아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로 따라 해 보았다. 스트레칭은 30분짜리 전신 스트레칭이었고 강사가 설명하는 정확한 부위에 자극을 주는 것에 집중했다. 30분짜리였지만 역시나 한 번에 따라 하는 것은 힘들었다. 처음에는 5분까지만 따라 했고 점차 시간을 늘렸는데 늘어나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서 한 달 만에 30분을 온전히 따라 할 수 있었다. 이때쯤에는 거의 매일 운동을 해도 일상에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
몸매 만들기나 체력을 위한 스트레칭은 꽤나 힘이 들어간다. 운동 전에 몸을 풀어주는 스트레칭과는 다른 듯했다. 스스로 근육에 자극을 줄 정도로 몸을 움직이고 무게를 주어야 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의 체력 정도는 되어야 한다. 때문에 초반에는 근육을 적당히 유연하게 늘리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체력을 키우려면 유산소 운동
내가 원하는 체력은 운동을 하고 나면 힘든 게 아니라 운동을 통해 기운을 얻을 수 있는 체력이었다. 어디서 보니 이 정도가 보통의 체력이라고 하던데 사실 대부분 사람들이 꿈꾸는 체력이 아닌가 싶다.
체력을 올리는데 가장 좋았던 것은 "걷기"였다.
시간만 내면 간편하게 할 수 있고 그때그때 상태에 따라 운동 정도를 조절하기도 쉽다. 긴 골목길을 걷기도 했고 조금 떨어진 산책로를 찾아가서 걷기도 했고 그냥 주차장을 뱅글뱅글 돌기도 했다. 바람만 세게 불지 않으면 비 오는 날도 우산을 쓰고 나가 걸었다.
걸음수에 따라 리워드를 주는 어플들이 나오던 시기여서 운동도 하고 돈도 벌 수 있어서 재미가 더해졌다. 걸음수에 따라 우대금리를 주는 적금 상품이 있어서 가입했고 폰 하나에 여러 개의 걷기 어플을 설치했다.. 금전적 이득이 있으니 의욕이 생겼다. 하루쯤 쉬고 싶다가도 그 몇십 원을 벌고자 움직이게 되고 그렇게 매일 만 걸음을 채웠다.
걷기로 힘이 세졌다거나 몸이 좋아졌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는데 지구력이 많이 늘어난 듯했다.
매일 만보씩 걷다 보니 일 년 후, 실내 자전거를 탈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이 되었다. 아침에 잠을 깨는 방법으로 눈을 채 뜨기도 전에 자전거에 올라가는 방법을 쓰기도 했는데 1~2분 타는 것도 힘들었다가 점점 시간이 늘어나고 피로도 줄어들었음을 느끼게 되었다. 저녁 식사 후 산책을 하면서 마스크를 하나씩 버리는 게 아까웠는데 이 참에 실내 자전거로 운동을 바꾸었다.
실내 자전거 역시 제일 약한 단계로 10분을 달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짧은 시간 같지만 막상 힘들어서 시간을 보면 고작 5분 지나있었다. 운동으로 체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약간 힘들다 싶은 상태에서 좀 더 해내는 강도가 좋다고 한다. 5분 정도는 그냥저냥 탈만했고 그 뒤 5분은 인내심을 가지고 좀 더 달리는 시간이었다.
실내 자전거를 일주일에 최소 4일씩 꾸준히 탄지 1년이 지난 지금 30분 정도는 한 번에 탈 수 있다. 주말에 40분 타기에 도전해보기도 하는데 아직은 무리인지 그렇게 타고나면 너무 피곤하다. 언젠가는 1시간씩 탈 수 있겠지 기대해본다. 자전거 타는 동안 좋아하는 연예 프로그램을 보는데 30분은 너무 짧아서 1분씩 시간을 늘려보고 있는 중이다.
하찮게 보여도 나에게는 적당한
안타깝지만 아직까지 운동을 한다고 해서 원하는 체력이 길러지지 않았다. 운동을 꾸준히 해오지 못한 탓도 있고 이런저런 상황들로 힘들게 쌓은 에너지가 손실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향과 하향을 반복하면서 작은 기울기로 우상향하고 있는 것 같긴 하다.
별로 활동하지도 않았는데 지치는 것이 꼭 게을러서가 아닐 수 있다. 자신이 저에너지 인간이 맞다는 확신이 든다면 지금 느껴지는 그 피로감을 절대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고작 이것 했다고 누워라는 생각이 들어도 지금 자신의 상태에 집중해보아라. 자신의 몸상태가 고작 그 정도의 운동도 힘들어한다면 그 정도에서 시작하는 것이 맞다. 다행이라면 "고작 그 정도"는 지금 나의 한계이자 시작점이라는 것이다.
체력을 늘리려면 그 "고작"에서 시작해 멈추지 않는 끈기가 필요하다. 한두 달로는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기간을 길게 보아야 한다. 그리고 편안하게 마음을 먹으면 좋다. 만약 실내 자전거 10분 타는 것에서 더 이상 늘지 않고 10년 뒤에도 10분만 타고 있을 수 있다. 이것은 결코 체력이 늘지 않은 게 아니다. 10년의 나이를 먹었지만 체력은 여전히 10년 전과 동일한 것이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것조차 하지 않은 남들은 10년 치 체력 저하가 왔을 테니 상대적으로도 체력이 는 것과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