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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술램프 Aug 17. 2020

그래, 사랑이었어

에이브러햄 버기즈,  눈물의 아이들 





   나는 슬픈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이 극찬한 책이라는 광고에 책을 구해 놓고도 무려 7년을 책꽂이에 꽂아만 두고도 슬픈 결말일 거라 생각하고 선뜻 손을 대지 못했다. 본래의 색깔을 잃고 빛 바래가는 책을 더는 미뤄두지 못해 미뤄둔 숙제를 해듯 마지못해 꺼내들었다. 붉은 색의 표지는 강렬함보다는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었다. 아프리카의 하늘과 대지를 붉게 물들이며 해가 넘어가고 풀밭을 달려가는 아이들과 강아지의 실루엣은 멀어진 어린날의 추억이려나.   

   



   1950년대 에티오피아의 미싱병원에서 인도인 수녀와 영국인 외과의사 사이에 태어난 샴 쌍둥이 시바와 메리언은 파란만장한 인생의 출발선에 선다. 쌍둥이를 출산한 후 세상을 떠난 엄마와 도망치듯 떠나버린 아버지를 대신하여 병원의 산부인과 전문 여의사 해마의 손에 키워지게 된다. 해마와 고시가 가정을 이룬 후 이들은 평화롭게 살아간다. 현실 지향적인 시바와 미래지향적이고 감성적인 메리언은 쌍둥이답게 늘 정신적 교감을 하나, 메리언이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유모의 딸 제닛의 일로 사이가 틀어지면서 둘 사이의 일체감은 깨지고 만다. 쌍둥이를 친자식처럼 사랑하던 양아버지 고시가 병으로 사망하고, 반정부테러에 가담한 제닛과의 친분으로 테러가담자의 누명을 쓴 메리언은 해마의 도움으로 에티오피아를 빠져 나와 미국에서 외과의사의 길을 가게 된다. 메리언은 미국에서도 천재적인 의사로 정평이 나있는생부 스톤을 만나게 되고 자신을 배신한 제닛을 다시 만나게 됐는데 그녀에게 병을 옮아 위독한 지경에 이른다. 메리언의 소식을 들은 시바가 미국으로 와서 간이식을 해 주었으나 시바는 뇌사 상태에 이르러 사망하게 된다. 이후 메리언은 떠나왔던 미싱병원으로 다시 돌아온다.




  복잡한 가족사와 인간관계가 복잡한 에티오피아의 현대사와 맞물려 전개되는 이야기이지만 격동의 시대를 다루면서도 끝까지 따뜻할 수 있던 것은 소설 속에 존재하는 휴머니즘 때문일 것이다. 

  쌍둥이 형을 위해 자신의 간을 선뜻 내놓는 시바, 에티오피아로 떠나오는 배 안에서 생면부지인 의사 토마스  스톤을 살려내는 엄마 메리 수녀,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은 쌍둥이 아이들을 자기 자식으로 품어서 사랑으로 키우는 해마와 고시 부부, 가난하고 병든 자들을 위해 병원 문을 열고 병원을 지키는 원장 수녀의 인간에 대한 사랑은 위대하고 숭고하다.



   책을 읽기 전의 염려와 달리 눈물을 쥐어 짜는 진부한 소재의 이야기도 아니고 구성도 탄탄하게 짜여 있어서 2권이나 되는 장편소설임에도 술술 넘어가는 책이었다. 중심인물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말할 것도 없고 소설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에티오피아의 여자들의 참상은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식상하지 않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작가의 능력 덕분에 연민과 공감과 분노의 감정을 이입하며 읽어나갈 수 있었다. 작가의 애정과 존중의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살아있는 모든 것에 공평하게 미쳐서 한 편의 웅장한 영화를 본 것처럼 책의 내용이 생생하게 눈앞에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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