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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과 AK47, 그리고 파벨라

남미의 자연과 정치 (19)

by 서초패왕 Mar 05. 2025

파벨라는 브라질의 빈민가를 통칭하는 말이다. 나무위키에는 ‘인종문제, 교육문제, 그리고 경제난과 마약, 그리고 마약 카르텔의 분쟁 등으로 인해 사람이 살지 못할 곳’ 이라고 정의되어있다. 


사실상 마약 카르텔 또는 지역 민병대가 장악하여, 정부의 통제가 미치지 못하는 곳이라는 설명에 ‘여행자 신분으로 이곳에 발도 들이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경고까지 이어진다. 영화 <City of God>의 배경이기도 한데, 파벨라에서의 처절한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수작이다. 


이러한 파벨라에 개인 여행자로 접근하는 건 자살행위가 맞다. 하지만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파벨라에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투어가 성업 중이다. 빈곤과 마약 범죄 등 어두운 실상을 관광 상품으로 내세운 것이다. 



파벨라 투어는 엄선된 파벨라 출신 가이드가 이끌며, 투어 비용은 파벨라 거주민들의 생활 개선을 위해 쓰인다. 범죄 조직의 상납금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불편한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투어 차량에는 브라질의 이 유명한 범죄 소굴을 방문해보고 싶어하는 자신만만한 젊은 서양 친구들이 20여명이나 있었다. (역시나 동양인은 나 혼자였다.)


파벨라 투어를 시작하며, 가이드가 신신당부를 한다. 대부분의 행동은 파벨라 출신인 본인 선에서 대처가 가능하지만, 특정 지역부터는 휴대전화를 사용해 사진을 찍는 행동만큼은 절대 안된다는 것이다. “I beg you”라는 표현을 쓸 정도이다.


파벨라 깊숙이 들어가자, AK47 소총으로 무장한 조직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한쪽에서는 대마초를 말고 있고, 마약을 제조할 때 쓰이는 수많은 가스통이 특정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가이드는 쓰레기로 가득한 폐허 건물을 보여주며 이곳에서 매일 밤 광란의 파티가 이어진다고 한다. 밤새도록 술 먹고 놀고, 낮에 일어나 오토바이로 파벨라 거리를 질주하는 낭만내지 즐거움이 파벨라에 있다는 것이다.



쓰레기로 가득한 곳에서의 파티가 즐거운지도 의문이지만, 즐겁다 한들 이는 젊은 남성 파벨라 조직원들에게 국한된 즐거움일 것이다. 파벨라의 약자인 노인, 여성, 어린이를 생각한다면 파벨라는 나무위키의 설명처럼 정말 열악한 곳처럼 느껴진다. 어떤 골목은 악취가 너무 심해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이었는데도, 그곳에서 조차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 와중에 풋살장이 보인다. 일군의 아이들이 브라질 민족답게 축구를 하고 있다. 가이드가 파벨라 아이들과의 축구시합을 권하니, 서로 하겠다고 경쟁이 치열하다. 상대가 거구의 서양 성인들인데도, 파벨라 아이들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


관광객은 들어가도, 경찰은 들어갈 수 없다는 파벨라. 다크 투어리즘이자 슬럼독 투어리즘의 정수인 파벨라 투어를 하고 나니, 마음 한켠이 찜찜하다. 


관광객은 평소 볼 수 없는 곳을 가서 좋고, 관광객의 돈이 파벨라의 시설개선을 위해 쓰여 상부상조라고는 하지만, 정부의 통제가 미치지 못하는 범죄와 마약 제조의 현장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무책임하게 보고만 오는 게 과연 맞는 일일까. 축구 한판 해주고 용돈 쥐어주면, 이들의 미래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인가.



브라질의 파벨라 뿐 아니라, 멕시코와 베네수엘라 등 많은 중남미 국가에서 군벌화된 마약카르텔이 영토의 상당 부분을 점거하고 있다. 민주 정부의 통제가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수십여년 지속된 불안정한 정치 상황 속에서, 마약을 중심으로 한 범죄조직이 성장해 현재에 이른 것인데, 직접 보고 나니, 해결이 요원해 보여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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