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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돌아오며

남미의 자연과 정치 (20)

by 서초패왕 Mar 05. 2025

파벨라 투어를 끝으로, 나는 여행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서의 출국 길과는 반대로, 돌아오는 여정은 훨씬 수월했다. 지연도 연착도 없었고, 게다가 이유는 모르겠으나 애틀랜타에서 환승할 때 짐을 찾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LA에서 환승할 때만 짐을 찾아야 하는 건지, 동양에서 미국을 거쳐 환승할 때만 짐을 찾아 재검사를 받고, 반대의 경우는 짐을 찾지 않아도 되는 건지 궁금했지만, 델타항공에서도 정확히 모르는 것 같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남미의 대자연과 정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한다. 남미의 대자연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수천만의 사람이 이곳으로 향하는데, 거대한 관광 자원과 문화적 자산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남미 사람들은 가난한 것인가.


여행 서두에 고민했던 같은 다민족 국가로서 미국과의 비교는 ‘미국의 개입’과 ‘통제 가능한 군부’라는 두 변수가 차이를 가져왔다고 결론 짓고 싶다. 


급속도로 성장한 미국의 남미에 대한 정치적·경제적 개입은 남미 열국의 자생적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개입 자체도 문제였지만, 개입의 후폭풍으로 반미와 반신자유주의가 결합한 정권과 미국이 지지하는 우파정권이 번갈아 집권해 나라 경제를 극단적으로 이끌며 경제가 혼돈 상태로 빠트렸다. 혼돈이 발생할 때마다 지방 군벌의 발호와 군의 쿠데타가 이어졌다.


특히 군의 쿠데타는 남미의 정치를 구제불능 상태로 만들었는데, 여러 차례의 쿠데타는 통제되지 않는 군부의 가능성을 여전히 남겨둬 정치적 불안정성을 가중시킨 데다가, 쿠데타에 뒤이은 국가 폭력으로 '화해할 수 없는 사회'를 만들어졌다.


이러한 취약한 정치 환경에서 경제가 발전하기는 무척이나 어려운 것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아르헨티나의 경우, 한때 누렸던 거대한 부가 기술과 교육에 재투자되지 못하고 사치와 향락에 소비되면서 경제 규모가 축소되기도 하였다. (일부는 페론주의로 대표되는 표퓰리즘에서 아르헨티나 망국병의 원인을 찾기도 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덧 인천이다. 이번 여행에서도 참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 멕시코에서는 또래들하고 어울려 재밌었고, 러시아에서는 소련 친구를 사귀어 함께 다니는 재미가 있었는데, 남미에서는 인생의 선배님들과 여행하는 즐거움을 새롭게 발견했다. 


1주일 이상의 여행은 미국 교환학생 이후 10년 만이다. 미국에서도 따로 1주일씩 서부와 동부를 여행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유럽 여행 이후 12년만이다. 직장 생활을 하며 남미 여행을 하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허락되지 않는 특별한 일이다.


여행을 좋아하다보니,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만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잠시 했다. 하지만 어둠이 있어야 빛이 있고, 고됨이 있어야 쉼의 행복을 아는 것 같다. 빛만으로 가득 차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옥인 것이다. 


세계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공부를 할 때인데 잘 안되어 낙심할 때, 부모님은 내키는 대로 여행이라도 하고 오라고 하셨다. 하지만 전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자리도 못 잡았는데 무슨 여행...’ 지금 생각하면 우습고 귀엽고, 또 아쉽기도 하지만, 다 때가 있는 것이고 기회가 맞아야하는 것이다. 퇴사 후 여행을 하라고 하면 자유로움과 다양성에 취해 물론 즐거울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이다. 끊긴 수입이 걱정되어 금방 한국에 돌아왔을 것 같다.


자기 전문성을 갖춘 채 여행이라는 취미를 즐기던 김·이 두 선생님처럼 나 또한 내 전문성을 찾고, 내 업이 즐거워 자랑스레 이야기하는 인생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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