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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초

새하얀 순정 위에 일렁이던 사랑은

약속된 시간을 채우고는 새까맣게 바스러지고    

 

눈가를 어지럽히며 진심을 비웃던 상처는

흥미가 떨어진 듯 뒤도 보지 않고 떠나가는데    

 

손 때 묻어 색 바랜 그대 흔적은 아직도 눈 앞에 남아

여물지 못한 마음을 난도질하고 있어     


기억을 정리하다 문득 손에 잡힌 우리 모습이

어찌나 좋아보이는지     


묻어둔 그 때 그 시간이

그리웠던 만큼 기다렸던 만큼

    

아프게 새살을 비집고 돋아나더니

    

무너지는 세상을 붙들지도 못하게 품 속으로 안겨들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어


이전 16화 희극 같은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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