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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지니 Jan 31. 2024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된 이유, 병실에서의 메시지

낮 시간 동안 병원은 다양한 사람들이 끊임없이 오가고, 곳곳에 대화하는 소리로 가득 차 있다. 나도 그 속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일을 해결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는데 단 한순간도 조용히 머무는 건 불가능할 것 같은 병원도 밤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함이 찾아온다.


응급실에 도착한 이후 줄곧 요동쳐온 내 마음에도 그날 저녁 처음으로 고요한 순간이 찾아왔다.


나는 집에서 챙겨 온 책을 꺼내 들었다. 내 손에 쥐어진 책은 단순히 책 이상의 특별한 존재다. 부모님이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 주었듯 30대 후반 나를 새롭게 태어나도록 해준 것은 다름 아닌 책이었다. 어릴 때 넘어지고 아프면 꼭 엄마에게 달려갔는데 나이가 들어 힘들고 마음이 아프면 내게 스승이자 엄마 같은 존재인 책을 찾게 된다.


책을 펼쳐 들고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갔다. 분명 이전에도 여러 차례 읽었던 내용이었지만 받아들임의 차원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추상적이고 명확한 근거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마음속에 의심이 남아있었고 결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아 확신이 부족했었다.


‘당신의 생각과 감정이 외부에 물리적 상황을 만들어 낸다’ 


이 한 줄의 문장을 읽었을 때 나도 모르게 잠시 멈추게 되었는데 곧이어 내가 겪은 일련의 상황들이 눈앞에 좌르르 펼쳐졌다. 사건 당일 아침으로 생각이 흘렀고, 좀 더 앞으로 생각을 되감기 할 때마다 사건이 하나씩 튀어 올랐다. 타이어에 구멍이 났고, 아들의 팔이 부러졌으며, 세입자와의 문제가 떠올랐다.


내게 일어난 일들과 책의 내용이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졌고 너무나 명료하게 상황이 이해되었다. 그 한 문장은 그날 저녁 나의 뇌리에 강하게 박혔는데 내게 남아있던 모든 의심은 절대 확신으로 굳어졌다.


아르키메데스가 목욕을 하려고 욕조에 들어갔다가 부력의 원리를 발견하고 유레카(eureka)를 외쳤다면 나는 병실에서 책을 읽다가 내게 일어난 상황들의 원인을 찾아내고 마음속으로 유레카(eureka)를 외쳤다.


한 사람의 생각과 감정에 이렇 게나 엄청난 힘이 숨겨져 있다니 믿을 수 없었다.


나는 연신 ‘어머나’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는데 그때 내 눈에서는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전에 누군가를 원망하며 흘리던 눈물은 사라지고 이 모든 상황의 원인을 알게 된 것에 대한 감사의 눈물이었다.


내게 일어난 상황들은 이제 슬슬 막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고, 나의 마음도 안정을 되찾아 갈 때 홀연히 내게 다가와 강한 메시지를 남겨주었던 병실에서의 밤을 결코 잊지 못한다.


내 안의 힘을 인식하게 된 나는 이제 그 힘을 사용할 방법을 점차 배워 나가게 될 것이었다.


병원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아이들도 너무 보고 싶고, 우리 가족이 살던 평범한 일상이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었다. 내가 실제 죽음의 순간을 넘나드는 경험을 한 것은 아니지만 내 심정은 마치 그 상황에 놓인 듯 느껴졌었다.


그러자 "이대로 두고 떠났을 때 무엇이 남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꼭 해야 할 일들이 생각났다.


아이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을 많이 사랑하는데 그 사랑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전해져 있을까? 혹시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내 사랑을 전했던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아이들 눈높이에서 더 많이 안아주고 더 잘 들어주고, 더 자주 사랑을 표현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노후에도 행복하게 살자고 했던 남편과의 대화가 떠올랐는데 현실적인 상황 앞에서 뒷전으로 물러날 법했던 우리 부부의 꿈은 오히려 가장 우선순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취미로 시작했던 남편의 가죽공예는 그날 이후 취미에서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확고한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병원에서의 삶은 이전에도 그랬듯이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상기시켜 주고 그것을 당장 실행하라고 재촉이는 듯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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