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쉘위 Apr 02. 2024

선생님은 뭐가 되고 싶었어요?

첫 만남. 아이들의 질문

괜찮은 학교에서 나의 이름은 쉘위다.

올해 초 살리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나에게 새로운 이름 '살리'를 지어주었는데

샐리로 변했다가 쉘위가 되었다.




Shall we? 우리 같이 해볼까?

무엇을 같이 해볼까? 무엇을 즐겁게 해 볼까?




수업 계획서 같은 건 세우지 않기로 했다. 전체적으로는 우리는 같이 한 배를 타고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떠나는 탐험가이고 그때 그때 마주치는 파도들을 헤쳐가며 질문하고 고민하고 사유하며 스스로 답을 찾아가 보는 여행을 떠날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빛을 향해 갈 수 있는 안내자의 역할 정도만 하려고 한다.


첫 만남. 나는 아이들에게 궁금한 게 너무나도 많다. 아이들은 나에 대해서 궁금할까?

일단, 아이들에게 자기를 표현하는 지도를 그려보라고 했다.

이름이나 별명, MBTI, 나의 성격, 내가 좋아하는 가수나 음악, 영화, 가고 싶은 나라, 좋아하는 음식 등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마인드 맵을 그려보라고 했다. 외향적인 친구들은 확실히 말하는 게 거침이 없고 내향적인 친구들은 소심하기는 하지만 외향적인 친구와 내향적인 친구가 파트너가 되어 영어로 서로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10 문장 정도의 질문을 만들어 냈는데 질문을 통해 아이들이 관심 있어하는 내용으로 앞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에 대해서 궁금한 질문이 있으면 물어보라고 했다.


한 친구가 물었다.



"선생님이 되기 전에 뭐가 되고 싶었어요?"

What did you want to be before a teacher?


I wanted to be a fashion designer, chef... and an artist.

But I wanted to be a happy person.  Why did you ask that question?


그런데 왜 이 질문한 거야?

" 선생님들은 다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선생님이 되셨더라고요.."


신선한 질문에 신선한 대답이었다.


어렸을 적 꿈 중에 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거 같다. 시도 때도 없이 꿈이 바뀌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아이기도 했고 실증도 금방 느끼는 아이였다. 어느 날은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했다가 어느 날은 의사가 되고 싶었다가 어느 날은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가. 멋진 사람을 보면 그 사람 처럼 되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조금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멋짐의 기준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자주 바뀌었지만 그 당시 기준에서 멋있는 사람, 행복해 보이는 사람,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그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오랜시간 동안 가슴속 깊이 고민했던 직업(?) 이 있다.


난 성직자가 되고 싶었다. 스님이나 수녀님이나 신부님이 되고 싶었다.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평화로운 에너지가 좋았고 그런 점을 닮고 싶었다. 단단한 뿌리가 삶을 지탱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불안해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삶의 방향이 정해져 있다는 것에 대한  안정감이 부러웠다. 욕구를 철저히 절제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욕구를 충족하면서 사는 나에게는 굉장히 대단해 보였던 것 같다. 나는 그것을 진정한 자유로운 삶이라고 생각했다. 집착하지 않고 내려놓을 수 있는 삶. 그 어딘가에는 자유가 느껴졌고 평화가 존재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은 존재했고 인간보다 못한 존재들도 더러 만났었다. 가까이서 볼 수록 실망은 컸다. 기대와 판타지가 더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의 방향과 기준을 어디에 두고 걸어가느냐에 따라 옆사람과 뒷사람에게 풍기는 향기는 달랐다. 그 향기가 매혹적으로 강하지는 않았지만 삶 속에서 문득문득 생각날 만큼 뇌리에 강력했고 자꾸 맡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오랫동안 그런 향을 찾아 떠돌아다녔다. 그게 나의 진짜 여행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좋은 향을 품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편안했다. 내 마음이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내 발걸음이 향하는 대로 나를 맡기는 여행이 시작하면서 나는 진짜 신을 만났다.


나를 더 좋은 쪽으로 인도하려는 보이지 않는 손길을 느꼈다.


내 인생은 그 순간부터 달라졌다.


일단 나를 믿어보는 것,

다른 사람의 말 보다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

무엇이 되려고 하기보다 존재로 머무를 것,

지금 이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


많은 나라의 도시와 지역에서 살아보기도 하고 일을 하기도 하고 공부를 하기도 하고 여행을 하면서 살아왔다. 가능한 많이 보고 싶었고, 많이 만나고 싶었고, 많이 경험하고 싶었고, 많이 느끼고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명상을 만났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바깥세상이 궁금하기보다 내 안의 세상이 궁금해졌다. 나를 제대로 보고 싶었고 내가 원하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리고 내 안에서는 깊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가 될 수 있는 사람으로 존재하기"

그것은 지금 이 순간에 괜찮은 모습을 선택하는 것이다.

내 마음이 괜찮은 사람.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


유아기가 지난 후에 배우는 영어의 시작은 A, apple 이 아니다.

"How are you? "이다. 그리고 사람과의 첫 만남에도 오고 가는 대화의 시작이기도 하다.


그럴 때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답한다.

"Fine thank you, and you?"


하지만,

나는 진짜 괜찮은가?  

" Are you REALLY alright?"


우리의 시작과 끝은 진짜 평안에 이를 수 있는 길로 걸어가는 것이 될 것이다. 나는 그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상대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두고 애쓰는 것이 아닌 너와 내가 마음을 열고 관심을 두고 원하는 삶을 향해 걸어갈 수 있도록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며 응원하는 것, 그것이 곧 진정한 자유이고 평화이니까.



마음의 지옥에서 해방되는 것, 나를 억누르고 있는 감정과 생각으로부터 벗어날 때, 비로소 자유를 느끼게 될 거야.




우리, 저 문을 향해 같이 걸어가자.

Shall we?



즐겁게 사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마음의 걸림없이 경쾌하고 다른 사람에게 폐 끼는 것 없이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주체적으로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 가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감과 건강한 에너지를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감을 얻는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주변에 둘러쌓이고 싶다. 그런 사람들이 재미있는 일을 같이 하자고 나에게 손을 건낼 때 가슴이 뛸 만큼 신이 난다. 그래서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너에게 손을 건내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