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부터 텃밭에 자주 놀러 오는 한 마리의 카멜레온이 있다. 지난주에는 허물 벗는 모습을 바로눈앞에서 보기까지 했다. 오늘 텃밭에 놀러 온녀석을 자세히 살펴보니 허물을 벗었던그 카멜레온인가싶은 것이무척이나 반갑다.
녀석에게 스마트 폰을가까이들이대어도꿈쩍을 안 하고 오히려 주목받는 것을 즐감하듯 눈알을 270도쯤 굴리더니 차요태 덩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녀석은 입을 쫙 한번 벌렸다가 다시 눈알을 이리저리로 굴리더니 슬금슬금 다른 줄기를 타고이동한다. 오늘아침에 카멜레온이 입은 옷은 초록빛이다.
나는 파충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집에 있는 두 마리의 개는 애완견이 아니고 치안 때문에 키우고 있다. 물론 이 녀석들이 안 예쁜 것은 아니지만살갑게 대하지 못한다. 그러나 요 며칠 사이로 카멜레온과자주마주치다 보니나름
귀여운면이 보이기시작했다. 녀석은 우리 집 텃밭이 자기 집인 양자리를 잡은 듯하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그 어떤 것도 자주 보면 정이 붙나 보다.나는 한 달간, 이 녀석과 교감하며 친해볼 참이다.그나저나 이름을 만들어주고 싶은데 떠오르는 단어라곤 카순이, 카레, 메롱이... 그래, 메롱 이라고 불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