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친분이 매주 월요일이면 신발을 벗은 채 숲 속을 걷는 사진을 올린다. 요즘 한국은 맨발로 걷는 것이 유행인가 싶어서 유튜브에 맨발로 걷기라고 쳐보니 수많은 좋은 사례들이 올라온다. 의사도 포기한 환자분은 숲 속으로 들어가서 맨발로 걸었더니 암 사이즈가 작아졌고 한의사 분은 발바닥의 혈과맨발로 걸었을 때의 효과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어느 곳에서는 맨발로 걷는 동호회까지 생겼을 정도다.
나는초등학교 5학년때까지 집둘레가 온통 산과 밭과 과수원인 곳에서 살았다. 물론 앞마당은 시멘트가 발라져 있지 않았다.
한여름, 해가질 녘에친구집 마당에서 신발을 벗어던지고 신발 나르기 게임과 오징어 게임과 숨바꼭질을 하곤 했다. 재너머 과수원 옆에 있던 고추밭에서 고추를 수확할 때도 맨발로 고랑을 돌아다녔고 바구니에 담긴 복숭아를 옮길 때에도 신발을 신지 않았다. 슬리퍼를 신고 일하는 것보다 맨발이 훨씬 편했던 것이다. 더운 여름에 신발을 벗고 과수원땅을 밟으면 발바닥이 시원했다. 발밑으로 밟히던 초록 잡초의 느낌은 카펫처럼 푹신했고 소낙비가 내리기라도 하면 맨발로 땅을 밟으면 발가락 사이로 떡볶이 굵기의진흙이 꼬불거리며 올라왔다. 검은흙이 마치 지렁이 같기도 하고 실뱀 같기도 한 것이 발가락 사이가 간질간질거렸다. 지금 생각하니 삶이 웰빙자체였던것이다.
신발과 양말을 벗어던지고 맨발로 걷는다. 첫날에는 케냐의 뜨거운 태양아래에서잔디밭을 20분쯤 걷고텃밭에서 삽질을 했다. 육수를 끓였던음식 찌꺼기를 파묻기 위해서다. 차요태 열매를 속아주고 방울토마토를 따며 작은 텃밭을 부지런히 쏘 다녔다. 텃밭에서 시간을 보낼 때는 몰랐는데 저녁에오른쪽 새끼발가락이따끔거리며간질거린다. 소독을 하고 벌레 물린데 바르는 연고를 꼼꼼히 발라주었더니 멀쩡해져서 다음날도 걷기로 했다. 안 그러면 다시는 맨발로 걸을 수 없을 것 만 같았다.
두 번째 날에는 잔디밭을 20분쯤 돌아다녔다. 노선 없이 빙빙 돌며잔디밟기를 했다. 그리고는 눈에 거슬렸던 풀을 뽑기 시작했다.시멘트의 금 간 사이사이로 잡초가 제법 올라왔던 것이다. 어찌나 뿌리가 깊이 박혀있던지 진땀이 날 정도였다. 뽑아놓은 풀을 한 곳에 모아두니 꽤나 양이 많았다. 맨발을 벗고 뜨끈한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잡초를 뽑으니 땀이 나면서혈액순환이되었다.
세 번째 날에도 맨발로 잔디를 심어놓은 정원을 걸었다. 30분쯤 열심히 잔디를 꾹꾹 눌러주었다. 이날은티테이블을 놓아둔바닥에서 올라온 잡초를 제거했다. 뿌리가 깊이 박힌 잡초는 대부분 타일 밖으로만 나온 부분까지만 잘려 나갔다. 두 손으로 힘껏 머리채를 움켜쥐듯 풀을 뽑으니 뭔지 모르게 기분이 시원했다. 목덜미와 겨드랑에서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타일을 밟고 있으니 발바닥이 뜨겁다 못해 시원하다.
맨발을 벗기 전까지는 강박처럼 신발을 꼭 신어야지만 된다고 생각했다. 아프리카에는 알 수 없는 벌레도 많고 땅에 박테리아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다. 벌레에게 물리면 큰일 나는 줄 알고 텃밭에 들어갈 때도 열심히 슬리퍼를 챙겨 신었다. 신발을 벗기 시작하니 신발 신기가 불편해진다. 온몸으로 햇빛을 받으며 초록 잔디를 밟으니 몸과 마음이 자유롭다. 적어도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맨발로 잔디를 밟아주어야겠다. 좀 더 자유로워지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