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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Dec 23. 2022

2022 올해의 무엇

[올해의 무엇]을 쓴 지 브런치는 세 번째 총 네 번째다. 한... 마흔 살쯤 되면 책으로 엮어서 개인소장해도 될 것 같다. 올해를 회고한다는 자체도 의미 있지만 작년과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올해의 인물, 벤투 사단

선수도 선수였지만 개인적으로 감독과 코칭스태프에 완전히 빠져버려 현재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그들은 돌아갔다고...;;). 어찌나 영상을 많이 찾아봤는지 이제 더 이상 볼 게 없다.

직접 눈에 드러나는 사람들보다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은 편이다. 그들의 노고에 집중하고 싶고. 아무리 능력자여도 타지에서 새로운 선수들과 함께 반드시 이겨야 하는 건 분명 부담이 큰 일이다. 그런 일을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잘 해낸 벤투 사단에게 존경과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후에도 이어질 그들의 시간이 행복하고 성공적이기를.


올해의 장소, 내 방

아무리 생각해도 내 방 말고는 떠오르지 않는다. 많은 곳을 돌아다녔어도 결국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내 방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우당탕 와당탕 뭔가를 들이고 뒤엎은 덕분일까?

아니면 올해 사이드잡을 너무 열심히 했기 때문일까? 이건 좀 슬프네.

작년에 비하면 향도 오브제도 작업에 도움 되는 물건도 많아졌다. 책장만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은데.... 내년에는 방에 책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올해의 책

책장을 들이고 싶어 하는 사람치고 책을 많이 못 읽었다. 정확히 말하면 시작은 많이 했는데 제대로 다 읽은 책이 드물다.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고 당연히 읽은 뒤의 기억도 흐릿하다.

경제 서적도 끝까지 도전했는데 취향이 아니라서 그런 건지 어려워서 그런지 도저히 진도가 안 나가더라.

가끔 카페에서 각 잡고 읽어서 그나마 완독 한 게 있는 것 같다.

그 와중에 올해의 책을 꼽는 건 무의미한 것 같아 올해는 없다.


올해의 콘텐츠, 알쓸신잡 시리즈

가장 재탕을 많이 한 시리즈가 알쓸신잡 시리즈였고 그 연장선으로 현재 방영 중인 <알쓸인잡>까지 보고 또 보니 올해의 콘텐츠로 언급을 안 할 수가 없다.

알쓸시리즈는 평소에 비문학책을 즐겨 읽고 유튜브도 죄다 갓생 살고 성장에 관심 많은 채널을 보는 나에게 딱인 콘텐츠다. 수십 번을 봤지만 지금도 다 외우지 못한 방대한 지식과 생각들이 N차 시청을 부르는 이 헤어 나올 수 없는 아이러니. 방영 중이지만 벌써 기도한다. 제발 계속 시즌 콘텐츠 내주세요!


올해의 물건, 27인치 화이트 모니터
오잉 지금은 품절이네?

올해 산 물건 중 가장 잘 산 물건이다. 진짜 그 어떤 것보다 유용하게 썼다. 쿠팡에서 산 LG 27인치 모니터는 그야말로 생산성 200%짜리였다. 눈이 하나 더 생긴 줄 알았다. 시야가 너무 트였어! 모든 게 크게 보여 작업할 때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특히 포토샵과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쓸 때 그리고 블로그 원고를 쓸 때는 감동받을 지경이다. 노트북과 듀얼로 쓰니 작업 시간을 많이 줄였다.

부가적으로 영화나 드라마 볼 때도 TV급이다. 예상치 못했지만 방에 TV가 생겼다.

역시 화면은 다 크고 봐야 해!


올해의 고마움, 직장에서 만난 동료들 & 수많은 댓글들

주변 사람들에게 혹은 얼굴도 실명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많은 응원을 받았다.

크리에이티브를 업의 소재로 삼고 있는 창작자에게는 중간중간 답답한 순간이 찾아온다. 새로운 일만 할 것 같지만 큰 틀(일의 프로세스)은 반복되고 아웃풋이 안 나오는 경우가 많아 혼자 분노하고 있을 때가 많은데 그럼에도 집에서 혹은 직장에서 계속 창작자의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는 나를 생각해주는 고마운 사람들 덕분이다. 콘텐츠를 올렸을 때 남겨지는 응원과 칭찬의 댓글, 기꺼이 시간을 내어 회사 앞으로 찾아와 먹을 것을 주면서 고민과 분노를 들어주는 첫 직장 사수님, 언제나 센스 있게 나를 챙겨주고 칭찬해주는 동료까지. 나를 버티게 하고 지속하게 하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올해의 음식, 빵 혹은 케이크. 디저트류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을 정도로 디저트류에 진심인 올해였다. 언제나 생각하지만 나는 김치와 쌀이 없어도 무난히 살 사람이다. 어떻게 미국에서 그렇게 밀가루를 먹어놓고 와서 또 밀가루 덕질을 하는지. 식사를 해 놓고 디저트를 밥만큼 또 먹는다. 내년에는 좀 줄이고 싶은데 디저트가 심각하게 맛있다. 케이크 두 조각이 다 내 것일 때 얼마나 행복한지 아시는 분?!

올해의 발견, 미술

미술에 대한 사랑은 진작에 누적되고 있었다만, 올해 원데이클래스를 하면서 크게 한 번 튀어 올랐고 뉴욕여행을 하면서 또 한 번 크게 튀어 올라 지금은 돈만 있으면 미술 작품을 사고 싶다. 올해 미술 전시를 정말 많이 다녔다. 그만큼 유명한 작품들도 실컷 봤고 나름의 선호를 기준으로 좋아하는 작가분들도 생겼다. 미술이라는 영역에서 나만의 발자취들을 만들어가고 넓혀 가는 재미를 많이 느낀 해였다.


올해의 재발견, 뉴욕

TV에 나오는 이미지로만 판단했던 뉴욕에 대한 이미지가 와장창. 훨씬 다채롭고 제각각이면서 조화로운 도시였다. 뉴욕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썼으니 자세한 내용은 아래 에세이로.


올해의 BGM, 아이유 - 에필로그

무한반복으로 들은 노래들은 많지만 그럼에도 한 곡을 뽑자면 아이유의 에필로그.

다른 노래들처럼 멜로디가 좋아서 들은 곡이 아니라(평소에 멜로디 기준으로 노래를 택하는 편), 가사까지 무한반복하게 만드는 노래였다. 해당 앨범 노래는 진작에 많이 들어서 조금 늦게 알게 된 감이 있는데 그래서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신곡처럼 들을 노래가 생겨서 신났던 기억이 있다.


<가사>

나를 알게 되어서 기뻤는지

나를 사랑해서 좋았었는지

우릴 위해 불렀던 지나간 노래들이

여전히 위로가 되는지


당신이 이 모든 질문들에

'그렇다'라고 대답해 준다면

그것만으로 끄덕이게 되는 나의 삶이란

오, 충분히 의미 있지요


내 맘에 아무 의문이 없어 난

이렇게 흘러가요

어디에도 없지만 어느 곳에나 있겠죠

가능하리라 믿어요


짧지 않은 나와의 기억들이

조금은 당신을 웃게 하는지

삶의 어느 지점에 우리가 함께였음이

여전히 자랑이 되는지


멋쩍은 이 모든 질문들에

'그렇다'고 대답해 준다면

그것만으로 글썽이게 되는 나의 삶이란

오, 모르겠죠 어찌나 바라던 결말인지요


내 맘에 아무 의문이 없어 난

이다음으로 가요

툭툭 살다 보면은 또 만나게 될 거예요

그러리라고 믿어요


이 밤에 아무 미련이 없어 난

깊은 잠에 들어요

어떤 꿈을 꿨는지 들려줄 날 오겠지요

들어줄 거지요?


올해의 깨달음, 나는 글 쓰는 삶을 살아야 하는구나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무난히 하는 것 같아 마케팅을 끝까지 붙잡고 있었다. 첫 직장 때부터 6년째 끌고 온 직무들 중 일부는 아마 이번 직장이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다. 마케팅 영역에 계속 있을지는 아직 미정이지만 있더라도 직무를 에디터나 작가 쪽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해 온 마케팅은 전형적인 광고 에이전시의 AE가 하는 모든 영역이었다. 광고도 집행하고 SNS 콘텐츠와 프로모션 이벤트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그런 일들. 마케터로서 커리어를 쌓으면서 어디서든 곧잘 상사의 인정을 받아왔고 그 와중에도 카피라이팅이나 에디팅 실력을 인정받아 운 좋게 쓰는 일의 비중이 높은 커리어를 쌓았다. 이번 직장에 PR로 잠깐 전환을 시도했지만 운명인 건지 회사의 사업 확장으로 또다시 에이전시의 AE 일을 하고 있다. 이런 걸 보면 사실 계속해도 된다. 가끔 스트레스도 받고 때려치울 거라고 분노하겠지만 그럼에도 크게 보면 결국 무난하게 일할 거다.

하지만 20대 때 다짐했다. 그저 그런 인생을 살지 않겠다고. 주도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책임감 있게 내 삶을 꾸려가는 어른이 되겠다고. 그 다짐을 지키고자 커리어에서 어떤 아쉬움이 드는지 앞으로 욕심이 나는 건 무엇인지 지금 갖고 있는 불만은 무엇인지 거의 올해 내내 탐색했다.

그 결과 확실히 나는 글 쓰는 일에 가장 욕심이 많고 자신 있고 잘 버티는 편이다. 초등학생 때 시작한 글짓기가 엄청난 터닝포인트였다는 걸 이제 와서 실감한다. 글 쓰는 직업도 많아 결국 어떤 직업을 마지막 직업으로 삼을지는 알 수 없으나 좀 더 많은 시간을 글 쓰는 시간으로 채우고 싶다.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올해의 대화

올해는 나에게 집중했던 한 해라 약속을 최소화해서 그런지 대화가 떠오르는 게 많지 않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않았던 것 같다. 본의 아니게 혼자 사회적 거리두기를 했네?

그렇게 아끼는 시간과 돈을 나에게 다 투자해서 후회는 되지 않지만 내년에는 다양한 직업과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올해의 도전, 러닝

운동을 도전하다니. 이 사람 웬일이래? 매일같이 뛰었던 봄 여름 가을이다. 공원을 뛰면서 점점 더 길게 뛰는 나를 발견했고 기록에 대한 욕심이 지속할 수 있게 했다.

아쉽게도 발목 인대에 문제가 생기면서 겨울은 쭉 쉬고 있지만 따뜻한 봄이 오면 마라톤 준비를 할 생각이다. 내년에는 꼭 마라톤에 도전해야지! (오래 쉬어서 엄청 힘들겠구먼...)


올해의 실패, 두 개의 공모전 낙방

그래도 공모전에 냈던 원고를 다른 곳에 잘 썼지만, 어쨌든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니까.

내년에는 좀 더 나은 글로 재도전해야지!


올해의 하이라이트, 엄마와의 뉴욕여행

올해 이 보다 잘한 결정이 있을까. 실컷 다양한 뉴욕의 요소들을 보고 누리고 왔다. 말도 안 나오는 역대급 달러 환율로 물가는 세상 말도 안 되는 물가였지만 그것치고 경비도 적게 썼다. 엄마와 나의 첫 미주 여행은 성공적이었던 걸로!


올해의 브랜드, 뉴진스

아티스트에 넣지 않고 브랜드에 넣은 이유가 있다. 아이돌 그룹도 결국에는 그림을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고 생각한다. 아이돌 그룹에게 브랜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하이브 소속(레이블 포함) 아티스트들을 통해 명확하게 보고 있는데 올해 뉴진스가 그 중심에 있지 않았나 싶다.


올해의 아티스트, RM

똑똑하고 음악적 실력도 좋지만 그런 단순한 것보다는 스스로를 자주 탐구하고 언제나 깊이 생각하는 사람인게 존경스럽다. 멋있다는 표현보다 존경한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미술과 책을 대하는 철학과 관심사도 공감이 많이 되고. 롤모델 같은 건 없지만 닮고 싶은 사람을 묻는다면 RM이 가장 흡사하다.

오늘도 아래 인터뷰를 보고 입을 틀어막았다. 아니 이 사람 진짜 철학자였어도 너무 잘 어울렸을 것 같아.


올해의 중독, 밀크티

공차에서는 당도0, 다른 카페에서는 아몬드브리즈 조합으로 먹는 밀크티는 분명 중독성이 있다.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고 싶을 때, 이렇게는 못 산다-싶을 때 마시는 밀크티는 충동적인 결정을 완화시켜 준다.


올해의 문장,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고 넓어진다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문장을 만났다. 경험주의자이자 덕질하는 것도 많은 어느 여행자의 가치관과 완벽하게 들어맞는 문장이다. 여러 문장을 줍는 삶을 살고 있는데 아마 이 문장은 몇십 년을 가져가지 않을까.



*저의 작년 [올해의 무엇]은 아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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