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는 연말 결산 글을 써야해서 조금 일찍 갈무리하는 2022년 4분기 결산이다. 열정과 존버를 쏟아 넣었다고 쓴 3분기에 이어 4분기는 올해 마지막 분기답게 인생의 전략을 생각해보고 내년에는 어떤 것들을 할 껀지 그래서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 건 뭔지를 고민한 시간들이었다.
그 와중에 갑자기 야근이 많아져서 사이드잡과 병행하는 게 힘들었지만 쒸익쒸익-대면서도 잘 이겨낸 것 같다. 유독 나를 대견하게 생각한 시간들이었다.
영화
곧 '아바타2'를 볼 예정이다. 그외에는...4분기에는 영화를 보지 못했다. 야근과 사이드잡을 함께 하느라 정신이 없어 2시간씩 투여하는 취미를 할 수 없었다.
내년에는 일 년내내 영화 열심히 봐야지! 머릿 속 엉성한 스케치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영화들은 언제나 큰 환희를 주니까.
여행
1. 전라도 광주
안 가봐서 가보고 싶었던 전라도 광주. 혼자 다녀오려고 했는데 엄마도 따라 가겠다고 해서 순식간에 모녀여행이 됐다. 평소에 하던 '미친듯이 걷던 여행'이 아니어서 기억에 남는다.
비도 왔고 무등산 전망대는 엉망진창이었지. 낭만을 생각하고 갔던 베이글집은 엄마가 최악이라고 했고. 그 와중에 엄마의 인생 돈까스집을 발견한 건 다행인 일이었다. 또 하나의 다행인 건 체험단으로 갔던 호텔이 MZ스러우면서도 감성적이라 대만족이었다(엄마도 사랑에 빠지셨던 것 같은...).
1박 2일치고 이렇게 많은 순간이 떠오르는 여행도 흔치 않기 때문에 우당탕 와당탕해도 재미있었던 여행이다.
6권의 책을 읽었고 그중 2권의 책을 완독했다. 원래 출퇴근길에 책을 읽는데 근무시간에 변동이 생기면서 버스를 매번 낑겨 타 책을 읽기 힘들어졌다. e북은 생각보다 읽는 맛이 안 나서인지 집중이 안 되던데 책을 언제 읽어야 매일같이 읽을 수 있을지 고민이다.
1. 크리에이티브는 단련된다 / 이채훈 저
카피를 좀더 다양한 방향으로 쓸 수 있었으면 해서 읽고 있는 책. 사실 카피라이팅 관련 책이 썩 잘 읽히는 편이 아니라 잘 안 읽는데, 완독하다 못해 구입했던 '마케터의 일'과 비슷한 플롯이라 도서관에서 집어들었다. 크리에이터가 가져야 할 일상적 습관들을 쉬운 문체로 말해 킬링타임용 영화 보듯 읽을수 있었다. 카피를 잘 쓰기 위한 소비나 시선 등을 알려주는데 읽다 보면 얼마나 세심한 일상을 살아야 하는지 숙연해진다. 나 너무 앞만 보고 사나.
2. 돈 공부는 처음이라 / 김종봉, 제갈현열 저
경제 원론이 담긴 책들은 아직 어려워 주로 일상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경제 서적을 찾아 읽는데 딱 이 책이 그런 책이다. 일상에 적용하는 지식에도 두 갈래가 있다. 행동에 적용할 수 있는. 또 하나는 마인드에 적용할 수 있는. 이 책은 후자에 가깝다. 전자에 대한 것도 알려주지만 근본적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지 이유-결론 순으로 말한다. 모든 조언에는 근거가 있어 신뢰하게 된다. 일부는 2023년에 실제로 행동에 옮길 생각이다. 이유에 공감했거든.
3. Z세대 트렌드 2023 /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저
회사에 들어온 책이라 냉큼 금요일에 가져와서 집에서 주말내내 읽고 반납했다. 트렌드 책은 구입하기에는 한번 읽고 안 읽는 부류라 이런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항상 대학내일 콘텐츠를 보면 비슷한 생각이 드는데 Z세대는 완전히 나와 다른 생각과 행동을 가지고 살 것 같다. 내가 전화를 손으로 표현할 때 손바닥을 귀에 갖다댄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 아, 이렇게 공부해야 10대를 따라갈 수 있는 나이가 되다니. 이래서 마케터는 수명이 짧은 직업이라 하는 건가.
4.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유홍준 교수 저
결국 완독을 못했지만, 책을 보면서 대한민국 지역을 하나씩 여행하고싶은 책이었다. 이미 너무 유명하지만 알쓸신잡을 재탕하면서 오랜만에 다시 읽었는데 전집 구입하듯이 살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도서관에서 대출했는데 2주만에 한 권 다 읽기도 힘들더라. 표현이 어마어마하게 다양하고 잘 쓰지 않은 단어들도 많아 생각하며 읽어야 해서 오래 걸리는 책들이다.'어떻게 이걸 이렇게 표현하지?'싶은 문장들이 많았다. 단어량이 엄청난 결과물이다. 단어 공부하기에 딱인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산사편에 나온 사찰들을 차례대로 템플스테이로 가고 싶더라. 가봤던 사찰도 글로 읽으니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보고 싶어졌다.
5. 내향적이지만 할 말은 많아서 / 김슬기 저
아무리 활동적이어도 난 영원히 내향적인 사람일 거다(내향적인 사람들 중 가장 외향에 가까운 그런 타입이다). 그러다 보니 여러 자리에 가면 가끔 내향적인 성격이 마음에 안 들 때가 있는데 좋은 구석이 더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인지 시켜준 책이다.
요즘 내향적인 사람들이 내향적인 사람들을 위한 책을 많이 내 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내향적인 게 단점이 아니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말해주고 있는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6. 돈의 심리학 / 모건 하우절 저
외국 서적을 번역한 책들은 정~말 집중하지 못하는데 오랜만에 꽤 많이 읽었다. 유명한 경제 서적 중 그나마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읽었는데 역시 완독은 못 했다.
콘텐츠
1. 쿠팡플레이 <로드 투 카타르>
11월부터 12월까지 정말 축구에 미쳐 살았다. 새벽에 일어나서 경기를 본 것은 물론이고, 축구를 배우고싶어서 거주지 근처 성인반을 검색했고 난생 처음으로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을 덕질했다. 월드컵이 끝났는데도 혼자 연장선이라 아무래도 올해 내내 축구에 빠져 살 것 같은데 모든 덕질에는 떡밥이 필수다. 쿠팡플레이 <로드 투 카타르>가 그렇다. 이걸 어떻게 기획했고 이렇게 스토리텔링했는지 신기할 정도로 의미있는 시리즈다. 특히 감독과 스태프들까지 조명한 시리즈라 더 인상 깊었다. 선수만 집중 조명하는게 일반적인 스포츠 콘텐츠인데 이번 시리즈는 카타르까지 함께 한 모든 이들을 비추고 있어 훈훈하고 콘텐츠가 더 완성도있게 느껴졌다. 이 시리즈 하나만으로도 이번 달 와우멤버십 결제액은 전혀 아깝지 않다.
2. MBC 유튜브 <카타르 언타이틀드>
MBC가 월드컵 중계 1위를 했는데 안정환&김성주 콤비도 콤비이지만 콘텐츠도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 어느 방송사보다 콘텐츠 기획에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아니면 양으로 승부하려고 벼르고 있었거나.
아무리 안정환이라지만 온갖 시리즈를 타 풀더라. 일반 경기 짤방은 기본이고 '안정환의 말말말' 시리즈를 따로 만들더니 '카타르 언타이틀드'까지! 정말 오만가지 콘텐츠를 다 만들었다. 특히 일반적으로 중계 때 내보내는 시선 밖의 장면들로 만든 '카타르 언타이틀드'는 비하인드 영상 특유의 재미를 잘 살려내고 때로는 보고싶었던 장면을 보여줘 소원 성취하는 기분을 주었다.
16강 진출 전까지는 본방사수까지 하려고 애썼을 정도로 박수치고 싶은 콘텐츠다.
3. tvn <알쓸인잡>
드디어 RM이 알쓸시리즈에! 와아아아~ 너무나 잘 어울리는 성향과 지적 능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소원 성취했다. 게다가 알쓸신잡 시리즈를 너무나 사랑해(인생 예능) 꼭 또 하기를 바랐는데 그 소원까지 이뤄졌으니 이번 분기에 언급을 안 할 수가 없다. 김영하 작가님과 김상욱 교수님을 또 볼 수 있다는 점까지도 완벽하게 이루어졌다.
역시 기대했던대로 많은 유레카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인간을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인 것도 신선하면서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생각을 들려줘 생각의 폭을 넓혀준다.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에 대해서도 툭- 건드려줘 자극이 되기도 하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 기준으로 3화까지 방영했는데 벌써 재탕을 하고 있다.
그 외 일상 특이점
1. 발목 우측인대께서 운명하셨다가 부활하셨다. 10월 말에 조계산 트레킹을 갔다가 발목을 역대급으로 접지르면서(정말 부러진 줄 알았다) 처음으로 정형외과를 갔는데, 아니 이미 인대가 파열됐었다고.... 아, 그래서 자주 접질렀던 거구나. 그렇게 콜라겐 주사를 맞고 물리치료를 받으며 인대를 조금 소생시켰다. 인대는 완전 복구가 되지 않아서 앞으로도 조심해야 한다고. 발목보호대를 매일같이 차고 다니고 있는데 걷는 게 불편한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고 불편한 일상을 살고 있는지 아주 조금이나마 체험하고 있다. 걷는 게 무서워...!
2. 뉴스레터 발행을 시작했다. 뚜벅이 여행자를 위한 뉴스레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내가 만들다니? 두 달째 꾸준히 발행했는데 2023년 새해에도 꾸준함의 힘을 보여주기를! 그런 의미에서 구독해주시면 큰 원동력이 됩니다:)
3. 10월부터 피아노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12월 현재 기준으로 두 곡째 배우고 있는데 안 친 10년 사이에 계이름을 일부 까 먹어서 클래식 악보를 보는 데에 아주 곤혹을 치르고 있다. 뚝딱이가 따로 없는데 그래도 모차르트 곡 하나 완곡하고 영상도 찍었다. 일과 전혀 관련 없는 배움은 나름의 리프레시를 준다. 연말이라 꾸준히 나가기가 쉽지 않은데 그래도 끝까지 붙잡아 보자고!
4.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명확해진 시기. 글을 쓰고 공간을 기획하는 일에 확실히 가장 욕심도 많고 관심도 있는 것 같다. 어떻게 앞으로 끌고 나갈지 그림을 그리는 중,
5. 오랜만에 여행플러스 에디터 활동을 다시 한다. 템플스테이를 주제로 협업하는 건 처음이라 퀄리티있게 잘 끌고 나가고 싶은 욕심이 있다.
6. 여행 인플루언서로서 성과가 있었던 4분기. 수입면에서도 활동면에서도 많은 성장이 있었다. 꾸준함은 작은 성공들을 만들고 그게 쌓이면 바라던 모습이 된다. 경험자가 되니 더 확신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