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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signer MYO Jun 20. 2019

Book 16. <스물 셋, 지금부터 혼자 삽니다>

집을 돌보니 내가 돌봐졌다 - 글/사진 슛뚜

열여섯 번째 책.

스물 셋, 지금부터 혼자 삽니다.  27만 구독자가 애정 하는 파워 유튜버 '슛뚜'의 일상 기록

저자 슛뚜 / 21세기북스 / 2019.05.30

조금씩 내 손길이 닿아 완성되는 집. 그 시간 동안 나도 집을 배운다.

- 41p -



여태 수없이 많은 선택을 했지만, 후회없는 선택을 하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 55p -



나는, 내가 사는 이유가 베베 때문이라고도 말한다. 그만큼 베베는 나에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위로와 힘이 되어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렇지만 나는 앞으로 다시는 반려견과 함께 살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한다. 의지했던 마음의 몇 배 이상으로 상실감 또한 클 것을 알기에. 베베 때문에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불평한 것은 사실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베베가 언제나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 82~83p -



내키는 대로 지내는 생활이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풀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다. 집 앞 빵집에서 산 빵으로 번거롭게 아침을 준비하고 오후 내내 집을 쓸고 닦는 게 이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이제야 제자리로 돌아온 느낌이다. 나를 되찾은 그런 느낌.

- 97p -


냄새에도 온도가 있다.

- 98~99p -



내가 이렇게 내 집의 하루에 대해 줄줄이 꿰고 있는 건 애정이 있는 까닭이다. 빛이 들 땐 화분을 어디에다 놓고 일광욕을 시켜야 하는지, 언제 사진을 찍으면 예쁘게 나오는지, 몇 시까지 형광등을 켜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지. 매일매일 집을 관찰한다.

- 201p -



집을 돌보니 내가 돌봐졌다.

- 244~245p -



'사는 것'과 '살아지는 것'은 매우 다른데, 나는 오랫동안 내가 살아지고 있다고 느꼈다. 내 의지로 사는 게 아닌, 존재하기 때문에 살 수밖에 없는 삶. 그저 시간이 이끄는 대로 따르는 삶.

- 249p -



이제 나는 나를 조금 더 알게 되었다. 내가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생활 습관이 어울리는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많이 하는지, 어떤 일을 잘하고 어떤 일을 못하는지.

- 249p



예전에는 이미 자신의 영역이 확고한 다른 사람을 보며 나만의 색을 가지고 싶어 전전긍긍했다. 그것은 억지로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타인 대신 나에게 초점을 맞추고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다 보면 자연스레 묻어나는 것이었다. 그동안 나는 혼자 산다고 말했지만, 결국은 스스로를 들여다보며 내 안의 나와 함께 살아온 게 아닐까.

- 250p



독립한 지 3년째. 나는 많이 자란 것 같다. 단순히 시간이 흘렀기 때문은 아니다. 심리적으로도 많이 안정되었고, 이제는 내 색도 조금씩 찾아가는 듯하다.


혼자 살기 전에, 그러니까 집에 의미를 부여하기 전에는 상상하기 힘들던 일이다. 그저 나의 물건들이 놓여 있는, 내가 먹고 자는 공간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소중한 의미를 부여하고 좋아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며 정돈하다 보면 어느새 집이 아닌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고, 내가 가장 나답게 행동할 수 있는 유리한 나의 집. 나는 정말 잘 살고 있다.

- 2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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