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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signer MYO Jan 30. 2019

Book 11.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

신예희

열한 번째 책.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

저자 신예희 / 21세기북스 / 2019.01.10


프리랜서는 조직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것이 아니다. 뭐든 열심히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능력 밖의 일을 덥석 물면 곤란하다는 말이다.

- 26p -



"요즘 일은 좀 어때요?"라는 물음엔 "아우, 죽겠어요. 힘들어요." 소리가 반사적으로 나온다. 겸손이든 아니든, 왠지 그래야 할 것 같다. 자영업자를 위한 근황 토크 매뉴얼이라는 게 있다면 이런 식의 인사말을 주고받는 요령이 아마 제1장에 적여 있을 것이다. 질투를 유발해 좋을 것이 없으니 몸을 사려야 한다고.

- 26p -



모두들 '불행 배틀'에 뛰어든다. 누가 더 힘든지 경쟁한다. 불행의 트로피라니, 전혀 차지하고 싶지 않은데도 그렇다. 친구들과 만나면 다들 우리 회사가 얼마나 갑갑한 조직이고 내 상사는 얼마나 한심한 작자인지, 내 동료는 얼마나 이기적이며 부하직원은 또 얼마나 싸가지가 없는지 신세 한탄을 한다.

(중략)

불행 배틀은 '비교'로 이어지기 쉽다. 보통은, 자기 입으로 신세 한탄을 내뱉고는 곧, 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티도 열심히 낸다. 알지? 나 무지 행복하다는 거!(찡긋) 돌아가며 티를 내고 나면 모임이 마무리된다. 아마 집으로 돌아가선 '그래도 걔보단 내가 낫네, 걔는 어떻게 그렇고 살까'라며 안도할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지치네요. 불행 배틀, 그만하고 싶다.

- 34~36p -



여러분, 나이를 먹으면 우아하고 차분해지며 인생을 너그러이 관조하게 된다는 소리는 신화에 가깝습니다. 대학 가면 살 빠진다는 소리와 동급이죠.

- 40p -



이 찌질하기 짝이 없는 감정을 어떻게 눈 크게 뜨고 받아들이며, 어떻게 다독이고 관리하는지가 관건이다. 한 사람의 수준은 그런 데서 드러난다. 좋은 방향으로 변하고 성장할 수 있을지, 가능성도 드러난다.

- 40p -



일은 일일뿐이다. 그 안에 나를 너무 담아버리면 깨질 때마다 눈물 나고, 까일 때마다 상처받는다. '내'가 그렇게 별로냐며 징징거리게 된다, 내 '일'이 아니라.

- 40p -



일단은,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마케팅해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는 사람이 프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만 따진다면 특정 분야의 기술을 보유했는지의 여부와 오고 가는 돈, 두 가지만 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된다.

전문 기술과 돈은 무척 중요한 요소지만 그게 다는 아닌 게, 일은 보통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혼자서 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직에 속해 일하든, 프리랜서로 일하든 인간관계는 중요하다. 그러니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좀 더 괜찮은 인간이 되어야 더 나은 프로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어떤 자세를 갖추어야 할지, 나만의 이상적인 리스트를 뽑아보겠다.


<내가 갖추어야 할 자세>

1. 주어진 일을 일정에 맞게 진행하고 마감한다.

2. 나 자신을 업데이트하고 업그레이드한다.

3. 내가 잘하고 있는지 남에게 확인을 구하지 않는다.

4. 일과 나를 지나치게 동일시하지 않는다.


<남을 대하는 자세>

1. 타인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게 엄격하다.

2. 싫은 인간이더라도 일로 얽힌 사이라면 예의를 지킨다.

3. 싸울 경우, 너 죽고 나 죽자 대신 둘 다 살기 위해 싸운다.

4. 비판과 비난을 구분해서 듣고, 구분해서 한다.

5. 변명은 될 수 있으면 짧게 한다.

- 44~45p -



초장부터 아니다 싶은 사람은 끝까지 아니다.

- 55p -



프리랜서 창작자가 가장 자주 듣는 말의 리스트를 쭉 뽑아보면 분명, "이번엔 예산이 부족하니 한 번만 싸게 해주세요. 다음번에 진짜 잘해드릴게요."가 빠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높은 확률로 거짓말이다. 말로만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다. 지금 공짜를 원하는 사람은 다음에도 공짜를 원한다. 예산이 부족하다기보다는 창작물에 대가를 지급하는 걸 우선순위의 한참 아래에 둔 것일 뿐.

- 57p -



일부만 살짝 고치는 걸로 될 때도 있지만 아예 구조를 바꿔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작업물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해버리면{"이건 내가 낳은 자식이라구요!") 자칫 시야가 좁아질 수 있다. 수정을 하나의 기회라고 생각하는 쪽이 여러모로 생산적이다. 다른 눈으로, 다른 방향에서 내 작업물을 새로이 볼 기회. 어라, 이렇게 할 수도 있구나 하며 한 가지 더 배울 기회.

- 63p -



원망하고 미워하기란 참 쉽다. 나 자신을 미워하고, 거래처를 미워한다. 담당자를 미워하고, 이 업계와 사회와 국가와 전 지구를... 아악 다 미워! 어때요, 참 쉽죠? 하지만 대체 이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 63~64p -



좋은 일에 크게 웃기 위해, 열받는 일에 크게 쌍욕을 하기 위해 우리는 체력을 키워야 한다.

- 116p -



고생한 사람을 추켜세우며 칭찬하는 것은 절대로 좋은 일이 아니다. 고생, 그거 감투 아니에요. 안 하는 게 최고랍니다.

- 117p -



인풋이 넉넉해야 아웃풋도 풍성해진다. 우리는 눈으로 코로 귀로 입으로 온몸 구석구석으로, 온갖 좋은 것을 만나야 한다. 그리고 이게 왜 그렇게 좋은지 곰곰 생각해봐야 한다. 그래야 우리 안에서 더 좋은 것이 튀어나온다.

- 127p -



결국 우리는 길게 가야 한다. 굵냐, 가느냐 하는 건 그다음 문제다. 길게 가기 위해선 탄력과 복원력이 필요하다. 손으로 꾸욱 누를 자국이 다시 쑤욱 솟아올라야 한다. 푹 자고 일어나, 어제의 기분에서 벗어나 새로운 날을 시작해야 한다. 완벽을 추구하며 자신을 괴롭히는 대신, 내 속도를 스스로 정하는 사람이 좋다.

- 134p -



사실 남들은 나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다. 안부랍시고 한마디 툭 던진 후 돌아서면 곧 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들이 내 안에 남아, 그때부턴 남이 아니라 내가 나를 긁는다.

- 134p -



여러분, 우리 돈지랄이란 소리에 주눅 들지 말자. 얼마간의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엔 망설이지 말고 돈을 바르자. 자신에게 잘해주자. 돈으로 안 되는 일, 그게 진짜 큰일이다. 그런 일은 언젠가 벌어지기 마련이니, 그때를 위해 평소에 돈으로 체력을 비축해놓자.

- 168p -



2년간 쉬지 않고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제안을 거절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 거절은커녕 작업 비용 흥정도 쉽지 않앆다.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그다음 기회까지 사라질까 두려워, 기약 없는 나중을 위해 오늘을 인질로 잡힌 채 일했다. 그런데 일 년 치 경비를 모아놓고 나니, 어차피 나는 곧 떠난다 이거야! 하며 용감해졌다.

- 170p -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용기가 아니라 돈이다. 돈이 있으면 용기가 생긴다.

- 174p -



언제부턴가 눈도 코도 목도 잔뜩 예민해져 눈물 콧물 기침이 계속 나온다. 공기청정기가 필요하다. 이상하네, 분명히 20대랑 30대엔 이렇지 않았는데, 자꾸 돈이 들어가네. 그렇습니다.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체력을 갈아 넣었다면, 이제 슬슬 돈으로 메꿔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죠.

- 179p -



나이를 먹으며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뭘 할 때 자연스럽고 편안한지 하나씩 알게 되었다. 덕분에 좋기도 하고, 때론 내 한계가 아쉽기도 하다.

- 198p -



이때, "저희는 의뢰서 같은 게 없는데요."라며 주먹구구 단체라는 걸 살포시 드러내는 곳도 꽤 많다. 이 경우엔 내 쪽에서 의뢰서 양식을 보낸다.(제가 이렇게 친절합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구글에서 '의뢰서 양식'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참으로 다양한 상황에 해당하는 샘플 문서가 줄줄 나오는데, 그중에서 적당해 보이는 것을 골라 약간의 수정을 거친 것이다. 평범해 보이는 문서지만 의뢰서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항목이 있어, 각각 뭐라고 써넣어야 할지 잠시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 그들이 생각이라는 걸 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 208p -



그런데 희한하게도 30대나 20대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다. 됐어요, 사양할래요. 한 번 겪은 것으로 충분하다. 다시 잘해볼 생각일랑은 요만큼도, 정말 요마아안큼도 없다. 지금 내가 일고 있는 것은 대부분 맨땅에 냅다 헤딩하듯 배운 것이고, 이젠 그걸 즐겁게 써먹을 때다.

- 231p -



40대의 나는 이제 내 입맛과 취향을 알고, 무엇이 나를 기쁘게 하며 무엇이 나를 괴롭히는지도 안다. 내 멘탈과 내 시간이 귀하다는 것도 안다. 아닌 건 아니구나, 하며 선선히 돌아서는 법도 안다. 핏대 세워 무엇하리, 그 시간에 맛있는 거나 한입 더 먹는 게 낫지.

- 232p -



40대의 창작자는 불안해질 때면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나이를 먹는 만큼 독자도 함께 나이를 먹는다고, 그러니 나는 오늘의 내 이야기를 하면 된다고.

- 233p -



"인간은 미지의 행복보다 익숙한 불행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 301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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