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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 Jul 17. 2024

먹먹해지는 그 이름


간밤에 꽃이 지면 꽃 진 자리 수북하고 연로하신 어머니는 이 찬란한 하룻날에도 여위어간다
우리 아가 하고 잡으시던 손 그 손 놓아 버린 철없던 시절.
내 어리석은 치기가 아니었으면 어머니는 그렇게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상당 부분 어미가 아닌 여자로서의 삶이 있었겠지
후회된다 슬프다
나이를 먹어가고 순응하는 모습들
병들어가고 흐린 날에도 약을 찾아 나서는 날들
복잡하다는 말이 내 감정에 대한 최선의 설명이었다


어젯밤 비 내렸는지 어머니가 기른 동백과 목련이 꽃무덤을 또 이뤘다
져가고 초라해질 건 키우지 말자 했지만 어머니는 그래도 일 년을 꼬박 기다려 다시 꽃이라고 했다
이른 아침, 앞산에는 아스라이 안개가 서려있다
새들이 옹기종기 나뭇가지 위에 앉아있다

작은 어미새가 먹이를 용케 찾아냈는지 무언가를 질끈 물고 공중으로 날아간다
몇 번을 그렇게 또 오갈까 몸도 마음도

어떨 땐 덜컥 겁도 것이다


아가 내 아가
기억날리 없지만 내게로 하루에도 수십 번은 오갔을 어머니의 음성이 귓가에 쟁쟁하다
내가 장성하는 대가로 어머니는 몇 번이나 울어야 했을까

난 내가 아는 유일한 세상에 안겨 쌔근쌔근 잠들곤 했다
이기적 이게도 안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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