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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닷 Jan 17. 2017

[대만 맛집] 타이페이 게 샤브샤브 전문점 빠쟈오라오따

터미'게'이터 형님이 몸 던져 외친 한 마디, "I'll be back"

블로그 포스팅을 보면 대체적으로 훠궈집 관련 포스팅이 인기네요.
일단 컨텐츠들이 좀 쌓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언제 이것들을 다 묶어서 훠궈 스페셜 총정리 포스팅이라도 한 번 올려야 할까 봅니다 ㅎㅎ

한국 김치 또는 고기구이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듯, 대만에도 나름 다양한 훠궈가 있습니다.
제가 이제까지 경험한 훠궈 종류는 두 가지입니다. 
1. 훠궈(火鍋): 저희가 일반적으로 아는 중국식 샤브샤브 (대만 대표 레스토랑: 울라궈 無老鍋쪄이궈 這一鍋
2. 마라훠궈(麻辣火鍋): 사천의 매운 향신료(마라)를 써서 만든 훠궈 (예: 라오쓰촨 老四川)
3. 샤브샤브: 이건 일본식에 좀 더 가까운데요, 향신료 없이 심플한 육수에 대쳐 먹는 방식 

오늘 소개할 식당은 3번 샤브샤브 중에서도 게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입니다.
이름도 귀엽게 '빠쟈오라오따' 즉 다리 여덟개 달린 형님;;ㅎㅎㅎㅎㅎㅎㅎ
근데 정말 보시면 알겠지만 맛으로는 형님.. 맞습니다...ㅎㅎㅎ 
거의 형님이 여덟개 다리로 혓바닥을 싸다구(?) 때려주는 황홀함을 느낄 수 있죠..@ㅇ@

위치는 비교적 인적이 드문 행천궁 근처.. 행천궁(사실 볼 게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만..)이나 샤오미 오프라인 매장을 둘러보시고 싶으신 분들은 같이 묶어서 점심 코스로 오면 좋을 듯 하네요~! 위치는 요기!

八腳老大粥火鍋

No. 17, Alley 1, Lane 241, Jinzhou St, Zhongshan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4

상세보기

가게 앞 어항에서 꽃게 형님이 절 째려보네요...=_=;;
수갑 차고 감방에 계신데도 뭔가 후덜덜합니다...
조금 이따가 맛 펀치 몇 대로 저를 넉다운시킬 기세...ㄷㄷㄷ
푸른 빛 조명이 더해져서 그런지 뭔가 형님의 펀치가 더더욱 싱싱해 보일 것 같은 것은 제가 너무 쫄은 걸까요~

가게는 나름 작은 편이지만 소박/정갈한 것이 대만 특유의 여유 있는 분위기입니다.
가격은 좀 있다 보시면 알겠지만 이 정도 퀄리티면 저렴한 생각이 들 정도로 가성비 굿입니다!
좌측이 2인세트, 우측이 4인세트


남자 셋이 모인만큼 먼저 자리를 잡고 낮술부터 시작합니다.
이건 쉽게 볼 수 없는 (흔히 여기선 '타이삐'라고 통용되는) 대만맥주의 밀맥주 버젼!! 뭐 이건 망설일 것 없이 바로 초이스!
그야말로 레어템이니까요~!!ㅎㅎ

맛은 새콤 쌉쏘름하면서도 목넘김이 부드럽습니다~!

그리고 나서 훠궈/샤브샤브집의 흔한 순례 코스인 코스 소스 초이스믹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저는 파, 식초, 마늘소스, 간장 (그리고 매운 고추가 있다면 이것도) 이렇게 섞는 것이 가장 부담 없고 제 입맛에 맞더라구요. 혼합 비율은 간장 2에 나머지는 다 한 스푼 정도 비율로 섞으면 무난하다는~

수다를 떨고 있다보니 어느덧 오늘의 주인공 게님이 등장하셨네요..
저 꽉찬 알 ㄷㄷㄷ...
딱 봐도 엄청 신선해 보이네요~! +_+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프레젠테이션까지 예쁘게 해서 나오네요~

참 아름답지만 어차피 게님도 먹혀야 할 운명 ㅠㅠ
어항에서 살아 있는 게를 바로 손질해서 주기 때문에 담그자마자 바로 '형님'의 여덟다리가 아우성을 치네요 ㅠㅠ (아 마음 찢어지...면서도 군침 나오는 건 함정 ㅠ)


왠지 터미네이터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용광로로 빠져들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외친 그 한 마디.. "I'll be back"

'네.. 형님 저 다시 돌아올게요' 혼자 나지막히 마음 속으로 경건히 되새겨봅니다.

그새 다 익혀진 우리 형님 ㅠ
꺼낼 때도 막 꺼내는 게 아니라 끝까지 형님에 대한 예의를 다 합니다.
저렇게 가지런히 원래 모양대로 다시 놓아주네요... 
음식에 대한 예의를 지킬 줄 아는 동방예의지점입니다.. (아재 개그 죄송 ㅎㅎㅎ)

뭐 그 다음엔 말이 필요없죠. 말 그대로 바람에 게눈 감추듯 깨끗이 먹어치웁니다.
(저희들의 게 형님에 대한 최소한의 그리고 마지막 예의라고 생각 ㅎㅎ)

근데 이걸로 배가 찰 리 만무하죠.
그래서 입가심용(?)으로 고기와 채소 샤브샤브 궈궈~

곁다리로 시킨 몇 가지 매콤 새우 안주~
(같이 들어가 있는 주셰까오豬血糕(음, 한자들이 요즘들어 깨져나오는데 여러분들은 보이시나요?)라고 하는 찹살+돼지피로 만든 떡입니다.. 맛은 쫄깃쫄깃하니 비리지 않고 먹을만 합니다)

고기, 채소를 넣고 깊이 우러나온 육수


보글보글~~

그리고 형님은 완전히 가시기 전에 세 명의 장성을 무장해제 시키고 맙니다.
흔히들 말하는 1대100 무용담 또는 장비의 장판파 전투에나 나올 법한... 게 한마리가 탕에 뛰어들어 식객을 압도했다는 전설...
바로 그 전설이 시작되는 날이었던 '게'죠,....

죽맛도 죽여줍니다~ㅎㅎㅎ 뭔가 라임 본능이..ㅎㅎㅎ

친절하게 세트 메뉴에는 디저트까지 포함~!
이건 흔히 Turtle Jelly라고 하는 중화권 푸딩인데 한약 재료 같은 걸로 만들어서 그런지 색깔이 좋게 말하면 커피색, 그냥 눈에는 검정색이 은근히 씁쓸해서 몸에 좋을 것 같지만 그래서 더더욱 맛은 디저트보단 약 같은 녀석입니다.
근데 트릭은 이 쓴 맛을 완화해주기 위해 꿀을 뿌려 먹을 수 있단 사실!!

거리를 빠져나오면서 정면에 있는 오래된 아파트가 왠지 홍콩의 카오룽 거리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어서 흑백사진으로 찍어봤네요~
저는 대만의 이런 시간이 멈춘 듯한 거리가 정겨워서 대만 산 지 어느덧 2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매번 새삼 셔터를 눌러대곤 합니다.

여덟다리 가진 우리 형님..
펀치가 상당히 맵습니다. 
그래도 맞아 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왜냐면 형님의 매는..
사랑의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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