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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벌 김화숙 Dec 19. 2020

암 수술 8개월, 단식을 결심하다

B형 간염 항원이 소실되는지 꼭 보고 싶었다


제천에서 한 달 요양을 끝내고 3월에 집에 왔다. 내 몸과 맘에 힘이 붙은 걸 느낄 수 있었다. 직장에 비워둔 내 자리가 마음에 걸렸다. 과연 병가를 또 쓸 수 있을까? 내 몸과 영혼은 간절히 자유를 원했다. 자유 없이는 치유는 없다고 내 마음이 말하고 있었다.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한글과 영문 성경구절도 함께 다이어리에 또박또박 남겼다.


1. 내가 좋으면 좋은 거고 싫으면 싫은 거다. 내가 주체로 산다.

2. 여전히 가난한 생활이 힘들겠지만, 직장은 사표 낸다.

3. 내 몸과 맘 외엔 어디에도 안 매이는 자유인이 된다. (2015년 3월 7일)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려고 자유를 주셨으니 그러므로 굳건하게 서서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말라. It is for freedom that Christ has set us free. Stand firm then, do not let yourselves be burdened again by a yoke of slavery.  (갈라디아서 5장 1절)        


내가 백수가 된다는 건 남편이 경제적 짐을 전담한다는 뜻이었다. 나는 미안함 없이 호하게 직장에 작별을 고했다. 허접한 직장인 게 이럴 땐 좋았다. 무급이건 유급이건 병가를 계속 보장할 시스템이 없으니, 자발적 퇴사가 길이었다. 사회복지사 11년이 '질병 사직'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나는 설렘으로 매일 아침을 맞았다. 날마다 운동하고 날마다 책을 읽고 공부에 열중했다.

 



"뭐? 단식을 3주씩이나 한다고?"


급한 공부 주제는 단식이었다. 암 친구들과 제천에서의 추천 때문이었다. 도대체 암환자가 어떻게 3주씩이나 단식을 한다는 건지 나는 상상할 수가 없었다. 나는 금식 기도도 안 한 ‘날라리 신자’ 아니던가. 무시해 버리기엔, 단식이 나는 궁금했다. 단식을 직접 다룬 책을 찾아 읽으며 방향을 모색해야 했다.  


<테라피스트>, 표병관, 몸과 문화, 2011

<사람을 살리는 단식>, 장두석, 정신 세계사, 2007

<단식>, 폴 C. 브레그, 건강 신문사, 2013

<내 몸이 최고의 의사다>, 임동규, 에디터, 2011

<현명한 보호자가 암 환자를 살린다>, 강석진(백운 쉼터 원장), 소금나무, 2012

<생활 속 독소 배출법>, 신야 히로미, 전나무 숲, 2010

<장이 편해야 인생이 편하다>, 기미노가와 슈이치, 김영사, 2011

<아침 단식 암도 완치한다>, 이시하라 유미, 부광, 2014


단식 전후 내가 읽은 책은 요정도 추리겠다. 결론은, 단식은 할 만한 것이었다. 내가 몰랐을 뿐, 인류 역사에 가장 오랜 자연치유법이었다. <테라피스트>, <사람을 살리는 단식>, 그리고 <단식>이 가장 고마웠다.




의료소설 <테라피스트>를 쓴 표병관 씨는 B형 간염 보균자에 간경화를 오래 앓은 사람이었다. 단식으로 B형 간염 항원이 소실되고 건강하고 강한 몸이 됐다. 아토피 아이들과 보호자가 단식캠프에서 약 없이 병이 낫는 과정과 구당 김남수의 자연의학이 의료계 밥그릇 싸움에 밀리는 이야기가 내게 인상적이었다.


음식물이 들어오지 않으면 몸은 소화에 에너지를 안 쓰게 된다. 몸은 체온을 유지하고 배설과 땀 등 기초대사를 하고 항상성을 유지해야 한다. 혈관과 호흡과 장기는 계속 움직인다. 장기 내 찌꺼기가 깨끗이 배출된다. 이때 기초대사에 필요한 에너지는 잉여 영양분, 장내 찌꺼기, 지방 등을 분해해서 사용한다. 모자라면 단백질도 끌어다 쓰기도 한다. 몸속에 있는 종양이나 암덩이도 이때 태워 없어질 수 있다. B형 간염 바이러스, 암세포, 각종 종양이 사라지는 원리다. 단식과 보호식을 거치면서 몸은 완전히 새로운 체제로 리셋된다. 간헐적 단식 원리도 같다. 배고픔의 시간을 견딜수록 몸은 면역력이 생기고 깨끗해지고 강해진다. <테라피스트>


민족의학자 장두석의 <사람을 살리는 단식>은 단식 후에야 읽을 수 있었다. 책 제4장은 간장과 간장병에 대한 이야긴데 이렇게 끝난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단식이 간장에 가장 강력한 효과를 미친다는 것을 증명한다. 따라서 단식의 생리적 효과도 간장에서 가장 강력하게 나타나는 것이다."(95쪽)


폴 C. 그레그의 <단식>도 치료 목적뿐 아니라 건강관리 원리로써 단식을 잘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는 80 평생 단식을 생활에서 실천하는 사람이다. 임동규의 <내 몸이 최고의 의사다>도 자연의학 정신에 충실한 단식을 언급한다. 예를 들어 "내가 만약 암에 걸렸다면?"이라는 장에서 이런 식이다. "회개하고 몸을 청결히 한다는 마음으로, 곧바로 죽을 각오로 가능한 한 오래 단식한다."(182쪽)


나라고 단식 못할 이유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없었다. 그럼 단식을 나는 어떤 치유 목표로 할까?

과연 <테라피스트>의 표병관 씨 경우처럼, 단식 후 내 몸에서 B형 간염 항원이 소실되고 항체가 생기는지, 오직 그걸 보고 싶었다! 히포크라테스의 말대로 "내 안에 사는 100명의 의사"가 깨어나 스스로 치료하는지 보고 싶었다. 단식이 내 간에 강력한 치유효과를 발휘하는 것, 그거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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