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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쁨문고 Sep 24. 2024

배낭여행은 참 재밌고도 고되네요

함께 여행은 어떨까도 생각해 봅니다

여행 시작 땐 마냥 즐거웠던

 저는 지금 LA에서 인천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입니다. 남미 여행의 마지막을 정리하기에 앞서 주니님이 생각나서 노트북을 켰습니다. 사실 비행기에서 문서작업 하는 비즈니스맨이 되는 게 버킷리스트였는데 그런 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싶었기도 하고요. 일부러 공항에서 작성할 수도 있었지만, 기내식을 먹고 난 뒤 여유로운 마음으로 노트북을 펼쳤습니다. 새로운 공간에서 글을 쓰는 것은 꽤 설레는 일이네요. 칠레에서 칠레산 와인을 한잔했더니 흥이 오르기도 했고요.


 오랜만이네요. 제게 혼자 국외로 여행하는 기회는 말입니다. 입사 후 기회가 더더군다나 없었거든요. 길어도 3~4일 정도 이상으로 휴가를 낸 적도 있었나 싶고 말입니다. 보통 연차를 2일 사용하고 토요일부터 화요일까지 국내 여행을 주로 다녀왔던 것 같은데 말이에요. 2주라는 시간을 낼 수 있었던 건 아마 인복 때문입니다. 부재기간 백업해 주겠다며 격려해 준 선배들 덕분에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과분하게 느껴지는 인복에 다시 생각해도 괜스레 기분이 좋습니다.




 말씀드렸듯이 남미에서는 다양한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이 중 두 가지 정도만 말씀드리려 합니다. 나머지는 차차 풀어볼 시간이 있을 테니까요. 제 여정은 결과적으로 멕시코(멕시코시티) - 페루(리마 쿠스코 마추픽추) - 칠레(카리마 산 페드로 아타카마) - 볼리비아(우유니 라파즈) - 칠레(산티아고) 순으로 다녀왔습니다. '결과적'이라는 표현을 한 이유는 중간에 급히 여정을 바꿨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를 빠뜨리기엔 서운할 것 같아요.

통제령을 알기 전

 사전에 계획한 일정으로는 마추픽추 방문 이후 바로 볼리비아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볼리비아는 한국인들에게 로망으로 불리기도 하는 곳으로 유명한, 하늘마저 비춰버리는 우유니의 소금 사막이 있는 곳이거든요. 또한 볼리비아는 대한민국의 막강한 여권이 힘을 미치지 못하는 '비자가 필요한' 나라이기도합니다. 예방접종도 추가로 필요하기도 하고요. 이를 위해 몇 가지를 미리 준비해야 했나 모르겠네요. 그리고 볼리비아를 방문하려 비행기 표를 끊어둔 날, 볼리비아는 국가 내 이동 통제령을 내렸습니다.


 전부터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고 하지만, 저는 통제령을 내리기 이틀 전 처음 듣는 소식이었습니다. 이번 남미여행은 무려 16일짜리 휴가입니다. 그중 비행기에서 보내는 4일을 제외하면 남은 12일을 알차게 써야 하는 상황인 거죠.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직장인의 소중한 하루를 허무하게 날려버릴 순 없었습니다. 새로운 일정을 짜야만 했습니다. 다행히 마추픽추를 동행하던 친구의 도움으로 빠른 결정을 할 수 있었는데요. 칠레에서 밤하늘을 잘 볼 수 있다고 하는 산 페드로 아타카마 사막(이하 아타카마)으로 이동하기로 한 것이죠. 지구에서 가장 건조하다는 아타카마로 가는 길도 험했습니다. 이동을 위해 비행기를 세 번 타야 했는데, 두 번의 환승을 앞두고 첫 비행기가 연착되어 다음 비행기를 놓쳤기 때문입니다.


 생각보다 영어가 유창하게 나왔습니다. 심지어 칠레 항공사에서 수화물 관련해서 추가요금을 요구했거든요. '내가 이런 단어를 기억하고 있었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외국어가 술술 나오는 거 있죠. 40분 동안 쉬지 않고 영어를 뱉어댔습니다.

 우선 첫 비행기를 탈 때 더 이상 추가 요금을 낼 일은 일절 없을 거란 항공사 직원과의 대화를 녹음한 덕분에 추가요금은 내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놓쳐버린 비행편은 세 시간 뒤 비행편이 있었고 큰 기다림 없이 이동할 수 있었고요. 좌석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받기도 했고 말이죠. 아타카마에 도착해서도 맞이하는 위기. 달의 계곡으로 유명한 아타카마의 밤하늘의 보름달을 투어가 취소되었습니다. 맑디 맑던 사막의 깨끗한 하늘이 늦은 저녁이 되자마자 실시간으로 구름에 가려졌거든요.


 하나의 에피소드를 말하려 했는데, 상황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말이 길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기존 볼리비아로 가기 위해 예약했던 항공편은 해결이 되지 않아 수십만 원을 더 써야 했습니다. 그래도 마냥 아쉽진 않았습니다. 칠레에서 현지 와인과 함께 즐기는 뇨끼 떡볶이가 일품이었거든요. 보름달 투어가 취소되고 숙소로 돌아온 덕분에, 마침 숙소에서 요리를 준비하던 한국인들과 어울릴 수 있었던 덕분이었어요. 자취도 오래 했고, 몇 달째 여행을 지속하는 배낭여행객의 요리 솜씨는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와인의 나라 칠레에서 와인에 떡볶이, 추가로 준비된 볶음밥까지 완벽한 밤이었죠.

뇨끼 떡볶이와 볶음밥
대신 낮에 둘러본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


 또,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봤습니다.(칠레 아타카마 → 볼리비아 우유니) 삼면이 바다로 되어있는 대한민국 사람에겐 생경한 경험이었어요. 익숙하지 않은 과정이라 준비를 잘 못했던 탓에 수속과정을 거칠 때마다 열외가 되었습니다. 아일랜드, 미국, 남미 분들이 다양한 언어로 도움을 주어 겨우 우유니에 올 수 있었어요.


 우유니는 소금사막이 유명한 곳입니다. 계절상 우기에 방문을 한다면 사막인데도 1cm 정도의 물이 찰랑이 듯 차있는 신기한 곳입니다. 밤에는 은하수는 물론 손대면 닿을 듯한 하늘이 일품이에요. 사진 명소로도 유명한데, 사막을 덮은 물이 밤하늘을 그대로 반사해서 온 세상이 별로 가득하거든요. 우유니에서 처음 할 일은 소금사막 투어를 신청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유니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인 사이에 유명한 투어사를 찾아갔습니다. 사진을 기가 막히게 찍어준다고 하더라고요. 평탄한 여행을 바라던 건 사치였을까요. 오늘은 투어 신청자가 없어 가려면 일반투어의 6배가 넘는 프라이빗 투어만 운영하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미 생각한 예산을 넘어가는 것은 둘째치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도 있었기 때문에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 우유니로 넘어오던 버스에서 만나 도움을 주었던 외국인 중 한 명인 David를 다시 만났습니다. 제 상황을 설명했더니 마침 David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에 자리가 하나 비었고 함께 여행하자는 제안을 해줬어요. 에스파뇰(스페인어)로만 진행되는 투어여서 망설였지만, David이 영어로 통역을 자처해 마음 편히 다녀올 수 있었죠. 물론 100%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누군가와 형용하기 힘든 장관을 보며 감정을 나눈다는 것의 행복함을 느낄 수는 있었습니다.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했던 여행이었기 때문에 다소 우당탕탕한 시간이 될 수 있다 각오는 했는데도, 생각보다 좀 더 많은 시련이 주어지더라고요. 여행 일주일 차에는 이젠 적당히 시련을 주십사 어디든 빌었던 기억도 나네요.

그렇게 도착한 볼리비아 우유니사막






 다른 하나는 남미여행자들으 종종 겪는 고산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선 이를 이야기하기 전 두 가지 깨달음을 전달해 드립니다. 우선 고산지대에서 국가 친선전을 하는 우리 국가대표 운동선수들에게 좀 더 관대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숨차시다며 중간중간 걸음을 멈추기도 하는 어르신들을 기다릴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거고요. 생각보다 산소가 부족한 환경이 가혹하다는 걸 처음으로 경험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심하진 않았지만, 첫날 열과 체기가 있어 12시간을 누워있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누워있는 동안 동행했던 '구 님'께서는 소화제, 고산병약, 산소통(심한 경우 산소통을 쓸 수 있도록 약국이나 호텔에는 구비되어 있다고도 하더라고요. 여러모로 인복이 가득한 여행이었습니다.) 등을 별도로 구매해 주셨을 정도는 힘들어 보였던(실제로 힘들었고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또 재밌는 건 제가 꿈에서 절대자를 만났다는 사실입니다. 참고로 저 역시 주니님과 같이 무교입니다.


마침 당일 구 님과 꽤 오랜 시간 동안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긴 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궁금함이 많은 분야였기 때문에 절대자의 등장은 더욱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드리야. 오늘이 마지막이야?, 드리야. 정말 이게 끝이니?'라고 하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단순히 한 시간이 넘게 이야기를 나눴던 것이 무의식으로 넘어갔기 때문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신기한 건 말이죠, 이날 고산병이 심했던 이유 중 하나는 비염 기가 올라오면서 숨이 잘 안 쉬어졌던 탓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꿈을 꾸고 일어나 보니 코가 뚫려있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맑은 공기를 아무 저항 없이 들이쉴 수 있었습니다. 묘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고산병을 뚝딱 해결해 주진 않지만,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정도의 코 뚫음을 선물해 준 걸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종교가 어떻든, 무의식이 어떻든 이어지는 신기한 경험인 것은 부인할 수는 없더라고요. 이런 일상적인 것 외에도 겪기 힘들만한 재밌는 경험이 꽤 많았습니다. 이건 기행문을 적으면서 따로 정리할 건데 주니님에게는 따로 조금씩 엑기스 위주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산병 증세가 오기 직전




 지금 한국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있다 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자이언츠는 봄데라는 별명과는 다르게 수 연패를 하고 있다는 소식 또한 전해 들었습니다. 기억나시나요? 제가 국내에 없는 동안 자이언츠가 연승하고 있다면 귀국을 미뤄야 하는 건 아닐까 했던 이야기 말입니다. 어림도 없는 이야기였죠? 온 우주가 무사귀환을 빌어주는 듯합니다. 연패가 너무 쌓인다면 추후 순위싸움이 힘들 테니 1승은 챙겨뒀다지요?


 아마 제가 돌아가고 있는 일요일 경기는 좀 다르게 풀리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아슬아슬함도 없이 크게 이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지름 몇 cm 안 되는 공으로 하는 '그깟' 공놀이를 가지고 마음 졸이게 되네요. 헤비하느니 라이트하느니 하는 팬심을 가지게 만들고 말입니다. 여행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고 굳이 경기 결과를 찾아보진 않았었습니다. 아쉽게도 주변의 유유상종한 친구들이 궁금하지 않아도 정보를 들려줘서 매일의 결과는 알게 되었지만요.


 우린 참 재밌는 취미를 공유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주니님의 헤비하다 생각했던 야구에 대한 열정이 비단 하나의 분야에 국한되지 않음을 알게 된 것도 놀랍고요. 글쓰기도 그렇게 꾸준하게 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책을 내셨었던 경험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글에 대한 열정이 좀 식었다곤 해도 역시 글 쓰는 취미를 가진 저에게는 없는 부러운 경험이기도 합니다.


 저는 '꾸준함'이라는 능력을 '꾸준히' 길러왔습니다. 이제야 무언가에 최소 반년 정도는 집중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 같아요. 더 오래 유지할 수도 있겠지만, 새롭게 해보고 싶은 것들이 계속 생기니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면서 말입니다. 대신 이렇게 생각해 보려 합니다. 글을 쓸 수 있는 많은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이번 여행만 되돌아 봐도 재밌었던 경험 대부분은 '실'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거든요. 그러나 돌아보면 이로 인한 따라오는 재밌는 일들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은 '득'이겠더라고요.


 결국 실패는 제가 정의하는 순간 실패라는 말, 끝까지 가면 제가 다 할 수 있다는 말. 참 좋아하는 문구입니다. 주변인들에게 그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내가 늦을 수는 있지만, 언젠간 해낸다.' 그런 담금질의 시간과 경험을 주니님 덕분에 글로 남길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혼자였으면 못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자이언츠의 선수들은 저보다 더 절박한 1년의 시작을 출발했을 거로 생각합니다. 저번 글에서 각자의 취미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었을 거라 한 것과는 다르게 본업을 잊지 않고 있을 테니까요.


 회사에서의 호칭이 '프로'인 저도 그런 부담을 느끼는데, 성적에 따라 연봉과 가치가 달라지는 프로 운동선수들은 마음가짐이 다르겠죠. 그래서 올해의 시작은 조금 미약해 보이지만, 다른 결과를 낼 거라 믿음을 놓지 않게 됩니다. 여행하고 왔더니 인류애와 믿음 등과 같은 가치들만 가득 충전해서 온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진즉 아쉬운 소리를 뱉어야 할 것 같은 타이밍에 밝은 면부터 보이는 것 보면 말이에요.




아, 방금 승무원께서 물어보시네요. 한국 여권 소지하고 있냐고. 어지 외국인에게만 주던 세관 종이를 저에게 주시더라니 말이에요. 집을 도착하고서도 이번 여행의 기록을 마치는 때까지 여행이 계속될 건가 봅니다. 우선 조심히 사택으로 들어가 따듯한 물로 목욕하고 싶습니다. 1차 여행을 마친다는 의미로 몸을 좀 풀어주고 싶네요. 김치찌개도 맛보고 싶어요. 조금 더 생생할 때 기록을 더 해두어야 할 텐데 그냥 쉬고 싶은 하루입니다. 내일 바로 출근이거든요.


 문득 든 생각인데, 시즌 중에 휴가를 내고 야구장 투어나 혹은 국외로 함께 여행을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닌가. 그냥 이렇게 주로 글로 소통하는 게 더 나으려나요. 제가 주니님의 취미를 몰랐던 것처럼 함께 여행을 가서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며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좀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적당한 거리감이 좋은 걸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요. 제가 독특하단 말을 듣는 만큼 주니님도 캐릭터는 분명하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도 저는 경험해 보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1인으로서 다음에 기회를 한 번 만드는 것도 좋겠다 싶네요. 아마 앞으로 점점 더 바빠질 각자를 생각해 보면 더 늦기 전에 국내외 여행을 한번 고려해 보시는 건 어떨지 생각도 듭니다. 각자의 시간을 보낸 뒤 글을 나누다 보니 다양한 생각과 상상을 해보게 되네요. 우선 여행에 앞서 야구장이나 함께 갑시다. 저에게 일정을 먼저 제안해 주셨지만, 마침 있는 일정으로 함께하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기만 하네요.


그럼, 이만 주니님의 건승과 자이언츠의 연승을 빌며 비행기에서의 편지를 줄여봅니다.


-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오늘은 대승할 것 같다는 제 직감이 맞길 바라면서 라이트 한 드리킴 올림. -


[이전 편지]

https://brunch.co.kr/@kc2495/177


[이후 편지]

https://brunch.co.kr/@kc2495/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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