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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25. 2021

해초 비빔밥

음식 이야기


내가 있는 도시는 바다가 있고 나는 그런 바닷가에 살고 있다. 바닷가에 대한 이야기도 생각날 때마다 썼는데 링크를 걸어 둔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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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초가 많은 바닷가에 사니 해초를 자주 먹는다. 하지만 바닷가에 살지 않더라도 해초가 먹고 싶으면 마트에 달려가면 어디서든 먹을 수 있다. 바닷가에 살아도 버섯을 매일 먹을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해초도 어릴 때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음식이지만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맛있게 먹게 된다. 싫은 것도 자주 접하다 보면 정이 들어 버리는 것처럼 해초의 맛에 빠지기 시작하면 그 맛이 잊힐 때쯤 또 찾게 된다. 해초도 나물만큼 맛있고 나물처럼 나이가 들어갈수록 맛있게 느껴지는 음식이다.


이런 것들을 갯것이라 하는데 갯것은 바다가 오염이 되면 먹을 수 없다. 이런 갯것을 삶의 수단으로 삶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쓴 소설가 한창훈의 소설을 읽어보면 무척이나 재미있다. 한창훈의 소설 속에는 욕이 펄떡펄떡 살아있다. 삶에 이렇게나 밀착되고 순수하고 깨끗한 욕이 소설 ‘홍합’ 속에는 살아서 뛰고 있다. 한창훈의 소설에는 흙냄새가 가득하고 뻘에 발목이 빠지는 기분이 든다. 아무튼 글을 참 잘 쓴다.


언젠가 인간이 점점 바다를 오염시키는 것에 염증이 난 바다가 이제 그만 할래! 난 파업하겠어! 라며 두 손 두 발 다 들면 해초는 꿈에서나 맛 볼 음식이 된다. 사람들은 전혀 바다가 오염되는 것에 관심이 1도 없지만 어쩔 수 없이 바다에 가까이 사는 사람들은 바다는 나날이 오염이 되고 있으며 바다의 오염이 심각해지면 큰일이 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서 무서운 생각이 든다.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되지만 그렇게 되기 전에 바다에서 나는 수많은 갯것과 해초의 맛을 보자.


해초비빔밥에는 말 그대로 해초만 넣어서 비벼 먹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계란 프라이를 써니사이드업으로 해서 노른자를 톡 터트려 비비면 노른자의 고소한 맛과 해초의 짭조름하고 씹히는 맛이 앙상블을 이룬다. 고추장이라든가 초장 내지는 참기름도 필요 없다. 냉장고에 밑반찬이 있다면 그 정도 넣어서 같이 비벼먹는 게 적당하다.



그래도 다른 나물이 있다면 같이 넣어서 비벼 먹으면 더 맛있다. 개인적으로는 해초 맛이 많이 나는 맨 위의 비빔밥이 더 좋지만 다른 사람들은 여러 나물이 같이 들어간 비빔밥을 더 맛있어한다. 해초가 짭조름한 맛을 지니고 있고 나물에도 보이지는 않아도 간이 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붉은 양념을 넣어서 비빔 필요가 없다.



이렇게 비벼 먹으면 단점이 딱 하나가 있는데 그건 배부른지 모르고 먹게 된다는 점이다. 먹다 보면 다 먹게 되고 배가 부르지도 않다. 먹으면서 한쪽의 생각은 ‘단백질이 없고 전부 풀이니까 많이 먹어도 괜찮아, 배도 금방 꺼질 거야, 살도 안 찌겠지’ 하며 브루노 같은 놈이 계속을 말을 한다. 하지만 그 말을 들으면 안 된다. 한 양푼이를 먹은 다음 일어나면 배가 엄청 부르다. 앉아서 먹고 있을 때는 배가 불렀는지 모른다. 보통 반찬이 따로 되어 있는 식단으로 밥을 먹게 되면 천천히 먹게 되는데 이상하게 비빔밥은 숟가락으로 와앙 빠르게 먹어 치우게 된다. 질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계속 먹다 보면 살도 찐다. 하하하. 초식동물들 덩치를 봐라. 풀만 먹었는데 어찌 저리도 큰 덩치를 가지게 될까.



또 해초는 슴슴하고 부드러운 계란찜과도 어울린다. 이런 조합은 어떻게든 어울리고 맛있다. 슴슴한 맛과 짭조름한 맛이  단짠단짠보다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칼스버그가 없어서 아쉽다. 해초가 등장하면 항상 맥주를 시원하게 준비를 해서 마셨는데 이상하게 근래에는 맥주도 맛이 없어졌다. 왕왕 사 먹던 싸구려 와인도 맛이 없어졌다. 그래서 그런지 밥을 많이 먹게 된다. 맥주와 먹게 되면 배가 불러서 밥은 많이 먹지 않게 되어서 좋은데 맥주가 어느 날 맛이 없어져서 세 모금 정도 마시고는 버리게 된다. 하루키의 말대로 인간이란 참 제멋대로다. 특히 나 같은 인간은 너무 제멋대로다. 그래서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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