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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쉬고 난 후

by 김다영



안녕하세요. 오늘도

시들지 않는 꽃집 ‘알스트로담’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은 최근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낸 적이 있나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지난 3일


흐린 눈으로 일했던 날들


그동안 저는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해왔어요. 전시나 옥션 등 일정이 잡히면 서류 작업, 그림 작업, 작가 노트 작성 등을 반복하며 그 사이사이 자잘한 업무까지 혼자 처리하는 방식이었죠. 그래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밤낮없이 일했고, 끝나면 긴장이 풀리는 패턴이 계속됐어요.


하지만 저는 프로젝트가 끝난 후의 공백의 시간이 불안해서 늘 쉬지 않고 다음 프로젝트를 바로 잡아두곤 했어요. 그저 공백을 채우기 위해 바쁘게 일하는 과정은 저를 끊임없이 소진하기만 했을 뿐, 깨닫거나 배우는 것도 없이 마치 영혼 없는 로봇 같았어요.


그러다 문득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잠시 멈춰보기로 하고 동굴 속으로 들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3일을 보냈죠.


‘프리랜서로 일하면 계속 이렇게 달려가야만 하는 걸까? 그렇다면 공백이 찾아왔을 때, 내 마음을 어떻게 안정시킬 수 있을까? 휴식기에 쉬는 것이 당연한데 왜 나는 불안한 걸까..? 어떻게 극복할 수 있지..?’


이 같은 질문들을 떠올리며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일 동안 원인과 해결책을 찾는 데에만 집중했어요.


그렇게 3일이 지난 후 전 원인을 찾았을까요? 질문에 답을 하기 전에, 오늘의 꽃을 먼저 보여드릴게요!










아무것도 안 한 날

A Day I Did Nothing



40.0x40.0, Acrylic on panel, 2022


저는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머릿속이 더 어지럽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날 이 작품을 보며 머릿속을 차분하게 하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효과를 주기 위해 옅은 색들을 하나씩 쌓아 올렸어요. 그래서인지,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나의 깊숙한 내면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게 되는 느낌이 들어요.






내가 찾아낸 원인과 해결책은?


모닝페이지 공책과 최애 볼펜..!


오랜 고민 끝에 제가 찾아낸 원인은 ‘루틴이 없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해결책은 단순했죠. ‘루틴을 만들자.’


프로젝트 단위로 일할수록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 취미 시간 등을 포함한 나만의 루틴이 명확하게 있다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가 훨씬 쉬워지겠구나 싶었어요.


여행을 가서도 러닝을 하거나 자기 전에 일기를 쓰는 사람들을 종종 봤어요. 그때는 그 행동들이 크게 와닿지 않았어요. 오히려 ‘여기까지 와서 굳이? 그냥 편하게 쉬지’라는 생각이 더 강했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들이 자신의 삶의 스위치를 자유롭게 껐다 켤 수 있었던 이유는 아주 작더라도 꾸준히 지키는 자신만의 루틴 덕분이었어요.


‘루틴’이라고 하면 벌써 거창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어렵지 않게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일상에서는 이불 개기와 아침에 모닝 페이지를 작성하는 것이 그나마 오래 유지한 루틴이에요. 이제 이 루틴의 개념을 ‘일’에도 적용해서, 올 한 해 동안 꾸준히 강화하는 것이 목표예요. 먼저 아주 작게 일하는 시간 먼저 정할 생각이에요.


그렇게 된다면 12월에는 일에 끌려다니는 내가 아니라 내 삶의 스위치를 내가 주도하는 삶을 살고 있을 거라고 확신해요.





오늘의 꽃은 마음에 드셨나요?



여러분은 꾸준히 지켜온 나만의 루틴이 있나요? 있다면 왜 그것을 하는지 그리고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 댓글로 공유 부탁드려요. 저에게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그럼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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