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하루가 24시간이 넘는 것 같아.
20대의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저는 다음과 같은 사람입니다.
1. 아침에 침대에서 나오는 게 너무 힘듭니다.
2.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같은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일을 미루기도 합니다.
3. 인스타나 유튜브를 보며 시간 낭비를 합니다.
4. 종종 술을 마시며 다음날을 거의 날립니다.
5. 퇴근하고 집에 오기 전까지 무언가 할 계획을 세웠다가 집에 도착한 순간 피곤하다고 눕습니다.
위에 쓰여있는 것처럼 저는 게으릅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나는 ㅇㅇ를 잘해"라고 할만한 특별한 능력도 없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후배가 저보고 일할 때 안 지치고, 안 틀리고 하는 게 로봇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선배로부터 "너는 하루가 24시간이 넘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게으르고 뛰어난 것 없는 제가 무엇으로 인해 이런 평가를 받게 되었을까 고민해 봤습니다.
20대 초반, 저는 출근하기 싫다는 마음으로 아침에 꾸역꾸역 일어나서 겨우 출근했습니다. 일단 마음 자체가 부정적이니 출근해서도 '퇴근은 언제 하나' 싶은 생각만 했습니다. 그러니 일을 배우기가 쉽지 않았지요. 그리고 퇴근 후에는 술을 마시러 다녔습니다. 이렇게 '출근-퇴근-술' 패턴을 만들었습니다. 아주 심플하면서도 여유로운 삶 아닌가요?
지금의 저는 출근이 기다려집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분야에서 단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던 프로젝트를 제가 만들어서 진행하고 있거든요. 약 1년간 선배와 같이 노력을 쏟아부어 현재 마무리 작업 중입니다. 내년에 성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출근 전에 일할 때 머리 회전이 잘 되게 하는 준비운동 느낌으로 약 1시간 ~ 1시간 30분 정도 가벼운 산책을 합니다. 산책하는 동안 영어 강의를 들으며 영어실력도 쌓아보려 하고 있습니다. 퇴근 후에는 약속이 없으면 경제공부 또는 독서를 합니다. 이렇게 '산책-출근-퇴근-공부/독서' 패턴을 만들었습니다. 이 패턴 사이사이에 위에 적혀있던 저의 게으름이 들어가 있습니다. 딱 보기에 20대 초반에 비해 복잡하고 여유가 없어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느끼는 감정은 20대 초반에 비해 지금이 더 여유롭다는 겁니다. 이 차이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생각과 행동의 차이였습니다. 20대 초반에는 그냥 살았습니다. 그냥 살다 보니 살아지는 대로 생각하게 된 겁니다. 그러니 좋지 않은 생활패턴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지금은 생각하는 대로 살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어렵죠. 그럼에도 이런 노력을 하니 좋은 생활 패턴이 만들어지고, 게으른 사람이 부지런하다는 칭찬을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20대 생활 패턴을 지금의 패턴으로 바꾸기 위해 환경을 바꿨습니다. 20대 생활 패턴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당시의 저와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곳에서 일하는 동기에 비해 제가 많이 뒤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기들과 일 얘기를 하는데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저는 무작정 열심히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같이 어울리던 사람들이 "오늘 안 한다고 세상이 망하진 않아"와 같은 달콤한 말로 제가 목표까지 가는 시간을 더 오래 걸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점을 옮길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환경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던 저는 굉장히 바쁜 곳으로 이동하기를 희망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다시 처음부터 일을 배워야 했습니다. 차츰 업무가 익숙해지고 능숙해지자 하고 싶은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환경이 바뀌니 교통체증이 해소된 것처럼 목표지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저는 다이어트를 하는데 빵집에서 운동을 하는 행위를 한 것과 같았습니다. 빵을 안 먹고 열심히 운동하면 몸무게가 빠질 수는 있겠죠. 그런데 빵집이 아니라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우리에게는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있고, 선택할 수 없는 환경이 있습니다. 하지만 선택할 수 없는 환경도 그 안에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보면 우리는 회사에 들어가서 사수를 선택할 수 없습니다. 운 좋게 친절하고 능력 있는 분이 내 사수가 된다면 좋겠지만, 무섭고 능력이 있는지 잘 모르겠는 분이 내 사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친절하고 능력 있는 분에게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무섭고 능력이 있는지 잘 모르겠는 분한테 배우는 게 많은 사람도 있습니다. 심지어 사수가 아닌 선배들에게도 열심히 배우러 다니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금 있는 환경이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기에 적합한 환경인지 점검해 보고, 아니라면 어떻게 환경을 바꿀 수 있는지 고민해 보세요. 빵집에서는 빵을 먹고, 운동은 운동장에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