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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부코치 Apr 10. 2019

전문가들은 왜 굵직굵직한 이야기만 할까?

예전에는 몰랐던 이야기


나이가 들고 세상을 넓게 보는 눈이 생기다 보니, 그렇다고 뭐 엄청 큰 안목이 생겼다는 건 아니다. 갑자기 글을 쓰려니 살짝 부끄럽기도 하다. 


(다시 본론으로 가서) 전문가들의 강연을 듣다 보면 그들의 심플한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


예전에는 그들이 쉬운 문장을 구사하면, '잉? 그런 말은 나도 하겠다.'이런 오만하고 건방진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가 내가 모르고 있는 이야기를 하면, '오, 심오하다. 새롭다.'라며 눈을 반짝거리며 받아들이곤 했다.


그러니까, 무슨 말인고 하니, 내가 알면 쉽고 심플한 이야기요, 내가 모르면 새롭고 신선한 이야기였던 거다. 그러니 한 마디로 말하면 내 안목이 짧았다 그 말이 되겠다.




요즘은 그래도 종사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안목이 어느 정도 생겼고 호흡도 길어졌다. 그러다 보니, 분야의 전문가들이 하는 이야기가 새롭게 들리기 시작한다. 새로운 내용이라서 새롭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묵직하게 말하는 '쉽고 심플한' 내용들이 새롭게 들린다는 소리다.


예전에도 들었고 지금도 들은, 예전에도 알고 있었고 지금도 알고 있는 지식이나 이야기가 왜 예전과 달리 지금은 달리 들릴까. 결론은 매우 간단한데 그만큼 세상을 보는 본인의 시야가 넓어졌고 받아들이는 수준이 높아졌다는 소리다. (오우, 다행이다. 그래도 나도 발전이라는 걸 하는구나...)




가령 A라는 분야를 알기 위해 1, 2, 3, 4, 5를 알아야 한다고 치자. 그러면 대개 초보자는 그 분야를 1부터 시작하든, 4부터 시작하든, 어쨌든 분야를 접하고 호감을 가지면서 그 분야에 입문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게 초보자는 누구든 1부터 5까지 모든 걸 접해보진 못 했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는 어떤가. 전문가는 세월이 흐르고 내공이 쌓이면서 1부터 5까지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마스터를 한다. 그래서 그는 분야를 거시적으로도 바라보고 미시적으로도 쪼개어 본다.


초보는 자신이 아는 분야 이야기가 나오면 '에이, 쉽네~' 이러다가 자신이 모르는 분야가 나오면 '오, 심오하다~'이러면서 경험하고 또 경험하는 것이다. 그러니, 아는 이야기가 나오면 심플하니, 쉽니, 다 아는 이야기니 했다가 모로는 이야기 나오면 이내 꼬리를 내리게 된다. 지식이 짧으니 반응도 심플하다.


그런데, 세월이 쌓이고 초보도 이제 준전문가로 나아가니, 시야가 넓어진다. 안목이 깊어진다. 안목이 깊어지니 전문가의 이야기가 새롭게 들린다. 아, 저 이야기가 그 말이구나, 이 대목에서 이 말을 하는 이유가 있구나, 심플하지만 저렇게 간략히 말하는 게 정말 전문가의 포스구나라고 비로소 전문가의 전문성을 깨닫게 되는 거다.

  



오늘 강연 하나를 들었다. 그는 시간이 짧다면 어쩔 줄 몰라했다. 그는 장표 1장 넘기지 못하고 혹은 넘기지 않고 1시간 30분을 말했다. 청중의 몰입도는 꽤 좋았다. 장표 한 장 넘기기 않고 1시간 30분을 이야기하려면, 그의 머릿속에 얼마 큼의 지식과 경험이 들어 있을까. 상상 그 이상일 것이다.


초보자도 어떤 말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해야 할지 몰라 횡설수설하다가 1시간 반을 보낼 수 있다. 그렇다면 초보와 전문가의 결정적 차이는 무엇일까. '질문'이다. 


초보자는 딱 본인이 준비한 내용까지 말할 수 있고 설명하지만, 전문가는 어떤 질문을 받아도 유연하게 대답한다. 분야에 대해 통달했으니까.


물론 우리가 백과사전, 컴퓨터 같은 전문가를 찾고자 하는 건 아니다. 통찰이 있고 혜안이 있는 전문가를 누구나 원할 거다. 그럼 통찰과 혜안은 어디서 나오나? 아무런 공부나 지식 없이 하늘에서 깨달음이 떨어지나?




오늘 전문가가 전해준 전문가의 전문성에 대한 통찰은 꽤 신선했다. 보는 눈이 생겼나 생각하며 스스로를 평가해 보기도 하고, 새롭게 들리는 심플한 문장들이 묵직한 울림을 주는 하루였다.


나는 언제 그와 같은 전문가가 될 것인가? 오늘도 정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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