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이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1시까지 진료하고 1시부터 2시까지 점심시간인 피부과를 오랫동안 다니고 있다. 대부분의 서비스업종들이 그렇다.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시간인 직장인을 배려하고자 1시까지 영업을 하고 1시부터 2시까지 점심을 먹도록 시간표를 운영한다.
나는 학원을 운영하고 있으므로 출근이 2시다. 진료받기에는 2시 출근 전인 1시-2시 사이가 제일 좋으나 병원의 정책대로 진료를 받아야 하기에, 출근 전 병원을 들러 진료받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시간인 12시-1시 진료를 받는 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는 특별히 직장인 타임을 맞출 필요는 없으나, 부득이 직장인들과 섞이어 복잡한 타임에 진료를 받게 되는 셈이다.
의사 선생님과 코드가 맞고 특별한 불편함이 없기에 반년 넘도록 한 병원을 다녔으나, 요즘 들어 병원의 정책에 헛걸음 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12시 40분이든 50분이든 환자가 1시 전에 병원에 오면 1시가 넘어서라도 진료를 해주었으나, 최근에는 12시 30분만 넘어도 예약이 많아서 진료가 2시로 넘어간다는 안내를 환자에게 한다. 한 번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오늘은 무척 화를 냈다.
12시 30분에 왔는데도 2시 진료를 받으라고 말하면 어떡하느냐. 차라리 예약을 받던가. 예약을 받는 병원도 아니라고 하여 30분을 일찍 왔는데도 이렇게 말을 하면, 환자인 우리가 헛걸음으로 쓰는 시간은 생각하지 않느냐. 따져 물으니,
원장님이 그렇게 하라고 하셨어요. 죄송합니다.
라는 대답이 나온다. 그래서 원장과 대화를 나누겠다고 한 후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병원을 오고 가는데 작게는 10분 많게는 1-2시간도 걸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 모든 사람들이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다들 얼마나 황당할까.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마음이 그리 좋지는 않으나, 이 상황에서 최근에 들었던 “화낸다고 일이 해결되나요?”라는 문구를 떠올리게 된다.
화를 낸다고 일이 해결되는가
그렇다. 화를 낸다고 해서 일은 해결되진 않는다. 나 하나 기분이 나쁠 뿐 이 기분이 시스템으로 전달될 리가 없다. 전달이 된다고 하자. 그래서 내 기분이 얼마나 풀어지겠는가. 이런 경우, 화는 어떻게 푸는 것이 좋고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생각을 하게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화를 안 내고 상대방에게 조언을 하는 것일 것 같다. 굳이 ‘같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과연 내가 다음에 화를 안 내고 그렇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당황스러울 수는 있겠지만, 모든 사람이 화를 내지는 않는다. 차근차근 항의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처럼 화를 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달라지는 것은 무엇인가? 의견을 받아들이고 시스템을 바꾸는 건 병원의 몫이니 내가 화를 내면서 말하나 차근차근 말하나 현재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다음에도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고 싶지 않다면, 나는 그들이 변하길 바라야 하고 그들이 변하도록 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해야 한다.
결국 내가 화를 내고 안 내고는 문제를 해결하는 본질은 아니다. 내 감정에 충실할 것인가, 시스템을 바꾸는데 일조할 것인가. 내 감정에 충실하다면 화를 내면서도 그 병원을 계속 다니거나 다른 병원을 찾거나 둘 중 하나다.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병원 정책을 좌우하는 원장을 만나 불편함을 이야기하고 개선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무엇이 더 바람직한가. 바꾸어 말해 보면, 무엇이 더 나에게 이익인가. 화풀이 겸 그동안 진료받았던 히스토리를 버리고 새로운 병원에서 새로운 히스토리를 쌓아가는 게 나의 진료에 도움이 되는가, 아니면 화를 조금 찾고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불편함을 이야기하고 병원 정책이 개선되길 바라는 것이 좋을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 어른들의 지혜는 아마 이럴 때 쓰라고 있은 말일 것이다. 화를 내어서 나에게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다. 화병만 생길 뿐. 화가 올라올 때 화를 내어 무엇이 나에게 좋은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화를 내어 해결되는 문제도 있겠지만, 그렇게 해결될 문제는 화를 내지 않아도 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더라.
화를 낸다고 일이 해결되는가. 모든 일이 화를 내었을 때 척척 해결된다면 100번도 화를 내겠지만, 세상 이치는 그렇지 않더라. 문제를 해결할 때는 감정보다 이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면서... 오늘의 화는 글과 함께 훌훌 털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