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는 표류할지언정 포기하지 않는다

두 번째 영수 님

by 전해리

기본 인터뷰


1.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선한 영향력이 있는 사람.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잖아요. 세상을 조금 삐뚤게 보는 저로서는 사실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고귀한 단어가 유행어로 회자되는 것도 싫고, 선한 영향력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또, 영향력을 유도한 사람보다는 그에 감응한 사람으로부터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럼에도 ‘선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직접 입으로 옮겨 보는 것도 제 자신으로 하여금 책임감을 갖고 노력해 나가는 하나의 과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이렇게나마 질문에 조심스레 답변해 봅니다. 또 한편으로는, ‘내가 이거 하나만큼은 인생에, 세상에 남기고 간다!’ 하며 눈감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전에 친구들에게 ‘나 말고 내 자식이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다들 ‘어우, 나는 네 자식 안 하고 싶어’라고 받아쳐 줘서 잘못된 생각을 다잡았네요. 하하.

2. 하고 싶다고 생각하기만 해도 이뤄진다면 하고 싶은 일 혹은 직업은?

비주얼 크리에이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같은 직업이 어찌 보면 한평생 꾼 꿈인 것 같아요. 스스로 눈썰미나 순간적인 감각이 뛰어난 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순간 꽂히면 집중력도 좋고, 주변에서 감각적인 일을 하면 잘할 것 같다는 얘기도 곧잘 듣곤 했어요. 그렇지만 안정적임을 추구하려는 성향 때문인지 도전은 못해봤네요. 속마음을 꺼내게 해줘서 고마워요.

3. 못다 이룬 꿈이 있나요?

사실 살면서 꿈을 꿔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꿈’이라는 명확한 목표보다는 하고 싶은 것들이 매순간 많았거든요. 현실적인 욕망이 많은 편이라 그 욕망들을 채우며 살았는데 근래 꿈이 필요한 시기에 부닥쳤어요. ‘평생 꿈을 먹고 산다’라는 말을 최근 이해했어요. 저는 사랑보다 희망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 퇴사 후 백수로 인생을 표류하고 있는 지금이 가장 강박이 없으면서도 불편한 상태입니다. 꿈을 꿀 준비가 안된 건지, 게으른건지, 귀찮은 건지 모르겠어요.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로해봅니다!

4. 당신이 현재 가장 두려운 건?

최근에 엄마가 유방암 진단을 받으셨어요. 그래서 정신이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 무엇보다 엄마의 건강상태, 전이유무와 같은 것이 제일 걱정됩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우치는 시간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지극히 현실에 충실하지 않던 저에게 당장 현재에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최선을 다하라고 운명이 일러주는 것 같았어요.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때를 놓쳐서(취업, 공부 등) 이대로 평생 인생을 표류하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지만, 그럴 때마다 ‘take it easy’를 되뇌여봐요. 어떻게든 되겠죠!

5. 무얼 할 때 가장 행복하세요?

항상 정신없이 살던 제게 2020년은 어떤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코로나 때문에 극외향주의인 제가 사람을 못 만나니 반쯤 미치는 줄 알았어요. 덕분에 맛있는 음식 먹으며 말이 잘 통하는 편안한 사람과 수다 떠는 게 가장 행복하다고 깨달을 수 있었어요. 한 가지 더, 강아지를 만나면 기분이 200% 좋아집니다.

6. 몰랐지만 알고 보니 나에게 무척 중요했던 가치는?

돈보다 명예. 명예보다 자존. 지금까지는 이와 반대로 살았어요.

7. 다른 사람이 오해하는 / 모르는 나의 모습은?

음… 장점이자 단점인데, 앞과 뒤가 거의 똑같아요. 대체로 기분 좋은 모습을 바깥으로 드러내는 편이지만 우울할 때도 가감없이 드러내서 주변을 불편하게 할 때도 있어요. 이런 모습때문에 퇴사할 즈음 조금 충격적인 말을 들었죠. 퇴사 사유를 묻는 예전 상사에게 솔직하면서도 에둘러 표현하느라 ‘제가 안 좋은 모습을 점점 보이고 화도 많아지는 것 같아 제 자신과 주변에 피해를 준다’고 하니 그분이 ‘자기 원래 그랬잖아?’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순간 ‘싸우자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하하, 그렇게 무서웠던 상사한테도 나의 본래 모습이 보였구나 싶어서 조금 반성했어요. 하하. 여전히 저를 숨기거나, 바꾸거나, 솔직하지 않을 자신은 없기 때문에 눈치보지 않고 당당하게 사회 생활하는 것이 평생 숙제입니다. 차라리 상대편에서 있는 그대로의 저를 봐 주고 의사 표시를 해주는 게 편해요. 사회가 녹록치 않겠지만.

8. 당신은 무엇에서 자부심을 느끼나요?

나를 필요로 한다는 느낌, 칭찬과 인정 좋아해요. 이건 타고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기의 이상과 목표에 다가가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이 있겠지만, 분명 타인의 인정이나 나를 필요로 하고 내가 가치가 있다는 감정에서 자기효능감을 느끼는 저 같은 사람도 있을 거에요. 누군가는 타인의 인정과 감언이설이 인생에 있어 부질없다고는 하지만, 그건 마치 아침형 인간이 새벽형 인간을 저격하는 것과 같아요. 자신의 꿈이나 이상을 실현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사회에서 성공했기에 저렇게 말할 수 있는 권력이 주어진 것 같아요. 우린 모두 다 소중하죠.

9. 살면서 그리운 순간이 있다면?

저는 대학생활 3번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어요. 대학생활에서 많은 걸 해봤지만 동시에 못한 것도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새내기로 돌아가면 못 해본 거 더 하면서 살 거예요. 또, 미국으로 여행을 갔을 때 걸었던 샌프란시스코 거리의 풍경이나 바람, 뉴욕의 비가 그리울 때가 있어요. 여행가고 싶네요.

10. 그래서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가장 답변이 오래 걸리는 질문이었어요. 약 3주 정도 고민한 결과, 여전히 저는 ‘지금 표류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직업, 일이라는 가치가 제게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고 그 가치 안에서 고민해본 결과 이 답변밖에 안 나와요. 생각의 틀이 쉽사리 깨지지 않더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퇴사도 많이 한 거겠죠. 다음에는 조금 더 신중하거나 더 끌리는 방향을 선택하노라 다독이며 당장은 현재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지금 제가 안고 있는 일들이 많아서요. 하하.


심화 인터뷰


기본 문. 제가 당신을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불리우고 싶은 이름이 없다면 ‘영수’님이라고 부를게요.)

답. 은하


해리(이하 ‘해’). 이 코로나 시대,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었나요?

은하(이하 ‘은’). 코로나 시대를 점점 의식하지 않으며 살게 되는 것 같아요. 작년엔 사무실에서 일만 했고, 올해는 퇴사를 해서 혼자서 일하거나 집에서만 있으니까요. 더워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답답함 정도만 느끼며 살고 있어요. 다만, 코로나 시대의 가장 무서운 점은 예전의 나를 잃는 기분이 든다는 거예요. 우연하게도 코로나의 시작과 나를 잃어가는 느낌의 시작시기가 같아요. 그래서 코로나 탓이 아닌데 괜히 코로나 탓을 하기도 해요.


해. 코로나 탓이 아닐 수도 있고, 코로나 탓일수도 있죠. 저도 은하 님과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쉽게 단정지을 수 없는 심정에 공감해요. 그나저나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제가 한 가지 퀴즈를 내고 싶은데. 제가 은하 님을 왜 꼭 인터뷰이로 삼고 싶었는지 혹 아시나요? 짐작하는 바라도?

은. 잘 모르겠어요!


해. 은하 님은 제가 글을 쓰며 살고 싶다고 결심한 후 저에게 ‘힘들지?’(검은색으로 글자 색을 변환해 보세요. 그럼 글씨가 보일 거에요)라고 물어본 첫 번째 사람이었어요. 저는 워낙 겉으로 힘든 내색을 내비치려고 하지 않으려는 성격이라, 그렇게 물어봐 준 게 얼마나 고맙던지. 아무도 내가 힘들지 않다고 생각하나 보죠? 그래서 그런가 카카오톡을 하는데 눈물이 다 나더라고요. 그런 순간을 잊지 않고 있다가 이 인터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은하 님을 떠올렸죠. 이 사람은 내가 꼭 글로 남겨야 하는 사람이다! 이렇게요. (웃음)

은. 세상에, 내가 한 말이 돌아오는 경험을 했어요. ‘검은색으로 변환해 보라니 귀여운 장치네’라고 생각하면서 빈 곳을 바꿔본 순간 눈물이 났어요. 나 힘들었나 봐요. (웃음)


해. 그래서 사실, 앞선 간단한 인터뷰에서 은하 님의 답변을 읽고 놀란 점이 많아요. 우선, 본인이 ‘표류’와 ‘~한 것 같다’는 표현을 많이 쓰신 걸 알고 있었나요?

은. ‘~한 것 같다’라는 말투는 자주 쓰는 걸 알고 있어요. 의식해서 고치려고 해도 대체할 만한 마무리가 생각이 안 나서 많이 씁니다. (웃음)


해. 이전부터 알고 지내면서 단단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리치’같은 사람이었다는 걸 새롭게 느꼈어요. 과일 ‘리치’ 아시죠? 겉은 튼튼한 껍질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안은 달콤하고 말랑말랑한 과육이 들어있는 과일 말이에요. 본인이 보기엔 제 판단이 어떤 것 같아요?

은. 거의 정확한 것 같아요. (웃음) 그런데 내가 느끼는 나, 주변 가까운 사람이 느끼는 나는 외유내강으로 설명하기엔 조금 애매해요. 다음 질문을 미리 두개 정도 읽고 왔는데 거기서 답해 줄게요.


해. ‘표류’에서는 현재 혼란스러움을 느꼈어요. 또 이 인터뷰의 답변이 결국 다 본인의 주장인 건데도 ‘~한 것 같다’, ‘~라고 생각한다’라는 불확신성 표현을 쓰는 걸 보고, 미안하지만 조금 위축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예전에 은하 님이 저에게 카카오톡으로 물어본 것처럼, 제가 은하 님에게 지금 그 질문을 물어봐도 될까요? 힘들었죠?(이 앞 부분도 검은색으로 글자 색 변환을 해주세요.)

은. 이미 앞에서 질질 짜면서 왔어요. 저는 이런 식으로 감정을 빨리 느끼고 빨리 털어요. 뒤에 인터뷰어 님께서 이런 질문을 주었을 거란 사실을 몰랐어도, 귀여운 장치를 통한 ‘힘들지?’라는 질문만으로도 인터뷰어 님 마음이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울었나 봐요. 원래 예민하지 않다고 느꼈던 성격이 지금 보니 엄청나게 예민해서 이십 대 초중반까지 그렇게 살 수 있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거북한 건 피할 수 있었으니까요. 거기에서부터 표류가 시작된 것이 아닐까요. 표류가 나쁜 건 아닐 거라고 믿어요. 다만, 자신을 더 깊이 알게 된 순간부터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강한 직관이 드는 순간 무서움이 밀려오죠. ‘이럴 줄 알았으면 그렇게 밝게, 바쁘게 살지 말고 더 아파하고, 더 울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너무 씩씩하게만 살았었죠.


해. 씩씩하게 살 수 있어서 씩씩하게 살았던 걸 수도 있어요. 저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우리의 약함과 슬픔을 드러낼 수 있을 정도로 솔직하고, 솔직할 수 있다는 건 강하다고요. 어떤 가요? 본인이 유달리 강한 사람이라 느껴졌던 경험이 있다면 얘기해줄 수 있나요?

은. 이 질문이 너무 좋아요. 인터뷰어님께서 저를 리치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해 주셨는데, 비슷한 열대 과일중에 골라보면 패션 푸르트 같은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겉으로 보기엔 둥글둥글 빨갛고, 두껍고, 단단하죠. 속은 노랗고, 아주 셔요. 그리고 그 사이에 까만 과일 뼈(씨)들이 있죠. 겉으로는 활기차고 단단한 느낌을 주지만, 사실은 아주 예민하고 호불호가 강한 대쪽 같음이 있어요. 가끔은 너무 시어서 주인도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있고요. 그래도 저는 제가 좋아요.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소중하고 안타깝고 사랑스러워요. 내가 강할 수 있는 이유가 저는 이거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주변에서 나를 힘들게 하고, 튄다고 누르고, 제멋대로 판단하려 들어도 항상 몇 달이 걸리더라도 내가 제일 소중하다는 항상성을 되찾아요. 다만, 주변과 그리고 내 마음과 싸우며 나를 납득하는 성찰 과정이 필요하죠. 그렇기 때문에 또다시 저는 제 마음에 드는 나를 만나는 거예요.


해. 제 마음 속에 수많은 이야기가 있는데요, 그중 하나를 잠깐 꺼내 보려고요. 제가 겪거나 창조한 건 아니라 ‘리틀 포레스트’라는 일본 영화인가, 그 원작인가에서 주인공에게 보낸 엄마의 편지에 이런 말이 있어요.

“무언가 실패를 하고 지금까지의 나 자신을 되돌아볼 때마다 ‘난 항상 같은 일로 실패를 하게 되는구나’ 생각이 들었어. 열심히 산 것 같은데, 같은 곳을 뱅글뱅글 원을 그리며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어서 침울해지고… 하지만 난 경험을 많이 해 봤으니까 그게 실패건 성공이건 완전히 같은 장소를 헤매는 건 아니겠지. 그래서 ‘원’이 아니라 ‘나선’이라고 생각했어. 맞은편에서 보면 같은 곳을 뱅글뱅글 도는 것처럼 보여도, 분명히 조금씩은 올라갔던지 내려갔던지 했을 거야. 그럼 조금은 더 낫지 않을까. 그런데 그것보다도 인간은 ‘나선’ 그 자체일지도 몰라. 같은 곳에서 뱅글뱅글 돌면서 그래도 뭔가 있을 때마다 위로도 아래로도 자랄 수 있고, 물론 옆으로도… 내가 그리는 원도 차츰 크게 부풀고 그렇게 조금씩 ‘나선’은 커지겠지. 그렇게 생각하니까 조금 더 힘을 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참 좋죠. 처음에는 이 말에 위로를 얻었어요. 그렇지만 점점 내가 만드는 나선의 중심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아무리 나선이라도 매번 똑같은 나선 같아서 침울해지더라고요. 같은 일은 아니지만, 같은 속성의 일에 항상 실패하고, 그런 나선이 저는 지겹고 힘들고, 그런 걸 말도 못 하고요. 그런데 방금 은하 님이 해 준 이야기가 이 이야기보다 훨씬 제 마음에 와닿아요. 제가 지금 이 이야기를 한 것처럼 은하 님의 이야기를 옮겨 볼게요.

“그래도 저는 제가 좋아요.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소중하고 안타깝고 사랑스러워요. 내가 강할 수 있는 이유가 저는 이거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주변에서 나를 힘들게 하고, 튄다고 누르고, 제멋대로 판단하려 들어도 항상 몇 달이 걸려도 내가 제일 소중하다는 항상성을 되찾아요. 다만, 주변과 그리고 내 마음과 싸우며 나를 납득하는 성찰 과정이 필요하죠. 그렇기 때문에 또다시 저는 제 마음에 드는 나를 만나는 거예요.”

어때요? 스스로가 한 말을 다시 되새기기만 해도 스스로가 얼마나 강한지 느낄 수 있지 않아요? 저도 제 자신이 감당이 안 돼요. 나를 압박하는 것들도 문제지만, 그 압박에 굴복하고 신경 쓰는 나 자신이 문제가 아니라고 하긴 어렵죠. 그렇기에 자책을 조금 많이 하는 편이에요. 너는 또 실패의 원을 그린 거야. 잘못 그려서 또 되돌아온 거야. 그렇지만 은하 님의 말을 들어 보니까, 이제는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게 돼요. 저는 그 생각은 했거든요, 우리가 그림 그리는 캔버스의 크기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요. 그리고 이제는, 은하 님 덕분에 이런 생각을 해요.

“우리가 무얼 그리는지 모르지만, 스스로 마음에 드는 나 자신을 만드는 순간을 마주치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거야. 그건 선이든, 나선이든, 원이든 상관없어. 어떻게 그려도 마음에 드는 날 만나게 되어 있어.”

제가 은하 님이라면 스스로가 유달리 강했던 경험에 관한 질문에 이런 답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최근 어머니의 건강에 있어 걱정스러운 일이 발생하였는데도 은하 님은 씩씩하게 견뎌내고 있었잖아요. 이런 모습을 비추어 보았을 때 은하 님은 정말 강한 사람 아닐까요? 또, 본인이 앞과 뒤가 같다는 점을 밝혀 줬잖아요. 보통은 이렇게 솔직히 말하지 않거든요.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이 이런 점을 약점 잡을 수 있으니까요. 은하 님도 앞선 인터뷰에서 이로 인해 다소 충격적인 발언을 들었다고도 했고요. 그럼에도 은하 님은 솔직했어요. 은하 님은 본인이 아는 것보다 부드럽고 또 강한 사람이에요. 본인은 어때요?

은. 고마워요. 칭찬은 므나(은하)를 춤추게 합니다. 견디는 것은 저보다는 엄마일 텐데 제가 칭찬을 받아도 행복해요! (웃음) 솔직해야 강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솔직하지 않다는 것은 어쩌면 나의 치부일 수 있고 어느 것보다 치명적인 약점이 아닐까요. 내가 나를 속이는, 뭐 그런 것.


해. 그래서 은하 님은 본인이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표류하고 있다고 여길지도 모르지만, 저는 우리가 한번 거꾸로 볼 수 있다고 제안해 보는 바에요. 내 인생은 이런 식으로 흘러갈 거라 예상했는데 잠시 조금은 아프고 두렵지만 예기치 못한 길에 들어섰을 뿐이라고요. 아니면, 걷다 걷다 보니 단 한 번도 길이 나지 않은 곳에 은하 님이 들어선 거라고요. 일정한 답이 없는 곳, 그래서 우리가 답을 독자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곳에 발을 들인 거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이렇게 상상하면 한편으로는 내가 두려워하고 아픈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느껴져요. 마치 성장통처럼 말이죠. 은하 님 생각은 어떤가요?

은. 맞아요. 인터뷰어 님은 정말 말을 예쁘게 표현하는 재주가 있는 분이예요. 앞 답변에서 언급한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는 강한 직관이 드는 순간’이 바로 일정한 답이 없는 곳. 여기인 것 같아요. 견디고 내딛어야겠죠.


해. 그래요. 우리 견디고 내딛어 보아요. 그런데 말이에요, 제가 은하 님이 느끼는 ‘표류’의 감정, ‘~한 것 같다’, ‘~라고 생각한다’는 불확신에 관해 아직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인터뷰를 읽고 또 교정을 살짝 보다 보니 분명히 같은 맥락 상인데 질문에 따라 굉장히 상반된 답변을 한 경우가 있었어요. 2번 질문에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같은 직업을 한평생 꾼 꿈’이라고 했는데, 3번 질문에선 ‘평생 꿈을 꿔본 적이 없다’고 했죠. 또, 3번 질문에서 ‘매순간 하고 싶은 것이 많고 현실적인 욕망이 많은 편이라 그 욕망을 채우고 살았다’고 답했지만, 4번 질문에서 본인은 ‘현실에 충실하지 않는 편이라 현재에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우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어요. 알고 있었나요? 왜 그렇게 답변을 했는지 말해줄 수 있을까요? 대답할 수 없어도 괜찮아요.

은. 오, 예리합니다. 저 이중성이 제가 느끼는 불안의 근원이거든요. 저와 항상 깊은 대화를 나누는 제 친한 친구는 저한테 타고나기는 성실하지 않은데, 성실함의 피가 흐르는 것 같다고 표현해요. 가정교육 때문일까요. 저도 그렇게 느끼는 편이고요. 게으르게 살고 싶은데, 보이지 않는 손이 채찍질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성실함이라는 단어로 저 위의 질문에 답을 하기엔 너무 장황해질 것 같은데, 다르게 표현해보면 ‘나를 잊은 채 신자유주의 경쟁사회에서 주입식 공부만 하다가 뒤쳐진 세대의 표본’이라고 표현해 볼까요. 자꾸 꿈을 꾸기엔 나는 안 된다고 너무 늦었다고 용기를 내지 못한 것 같아요.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이 있었을 텐데 돈을 벌기 위해 해야 하는 것들에 매몰되어 살다 보니 저런 이중성이 생긴 것 같아요. 어쩌면 돈이 없어도 해볼 수 있었을 텐데 그런 가치들을 잊고 살았던 시간이 요즘엔 아까워지네요. 현실적인 욕망이 많다는 것과 현실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표현은 말 그대로예요. 욕망을 채우다 보니 더 집중해야 하는 가족, 나 자신, 건강 같은 것에는 재미를 못 느꼈나 봐요. 요즘엔 인생에서 더 중요한 것들의 우선순위를 바로잡아가는 성찰을 하고 있고요. 사실 그래서 인생이 조금 재미없어요. (속닥)


해. 하지만 양극단에 놓인 답변을 했다는 건 본인이 지금 혼동의 상태에 놓였음을 방증하는 걸 수도 있지만, 모순되는 것들을 은하 님이 동시에 품고 있음을 나타내는 걸 수도 있잖아요. 그럼 하나씩 풀어볼까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같은 직업이 한평생 꾼 꿈이라면 본인이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현재 평생 꾸었다던 그 꿈에 도전을 하거나 모험을 걸어볼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은. 맞아요.


해. 저는 종종 다른 사람들로부터 ‘꿈이 없는데 어떻게 하냐’는 식의 고민 상담을 받는데, 평생 꿈이 없는 적이 없던 저로서는 그럴 때마다 도대체 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당황스러웠거든요. 그런데 은하 님과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사유를 했더니 사람들은 꿈을 직업으로 연결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어요. 혹시 은하 님도 꿈을 직업이라고 생각한 건가요?

은. 네. 어쩔 수 없이 생각의 끝은 직업, 즉 돈벌이로 연결돼요.


해. 제가 꿈을 평생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또 몇몇 꿈은 이룬 사람으로서 꿈이 무엇인지 깨달은 바를 말해도 괜찮을까요? 꿈은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아니에요. 직업도 아니고요. 꿈은 내가 헌신할 수 있는 상태와 상황이라고 봐요. 어떤 고난이나 시련이 와도 내가 그 모든 걸 견뎌낼 수 있을 정도로 나의 모든 것을 쏟을 수 있는 무엇, 그게 꿈이에요. 이렇게 내린 정의가 나중에 바뀔 수도 있지만 어쨌든 간에요. 가령, ‘내가 책을 냈으면 좋겠다’는 하나의 바람이지만, ‘나는 내가 쓴 글과 그 글이 바탕이 된 예술 작품으로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이고 그들의 삶이 선한 방향으로 나아가길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그 글과 관련된 여러 예술 활동을 한다’는 하나의 꿈이에요. 꿈은 목적이지, 목표가 아니에요. 목표는 언젠가 이루겠지만, 목적은 하나의 목표를 이뤄도 사라지지 않고 다른 목표의 목적이 되거든요. 제가 이렇게 꿈에 대한 신념을 술회한 이유는, 꿈이 대단할 필요가 없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물론, 다른 사람들의 눈엔 저의 꿈이 굉장히 거창해 보이고 근사해 보일 수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사는 것이 가장 나다울 수 있는 길이라 믿거든요. 이런 논리라면, ‘매순간 하고 싶은 것이 많고 현실적인 욕망이 많은 편이라 그 욕망을 채우고 살았’으니 은하 님이 하고 싶었고 이뤘던 현실들을 엮는다면 그걸 하나의 꿈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매일 글을 쓰고, 피아노를 치고, 그림을 그리고 있어서 그걸 두고 ‘꿈을 이루고 있다’, 즉 현실을 내가 원하는 식으로 살아내는 것이 곧 꿈을 현실로 안착시키는 과정이라 설명하곤 하거든요. 은하 님은 어때요?

은. “현실을 내가 원하는 식으로 살아내는 것이 곧 꿈을 현실로 안착시키는 과정” 맞아요. 제 기억이 정확하다면 김영하 작가님이 TV에서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이 결국 나 자신이다”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저는 이 말을 듣고 다소 충격을 받았죠. 나는 나를 그동안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왔던 걸까 싶더라고요. 어쩌면 시간과 노력은 딴 곳에 쏟고, 내가 되었으면 하는 어떤 형상을 세워놓고 나라고 위안하고 살았던 것이 아닐까 싶었죠. 결국 지쳐버린 나는 내가 어디에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할지부터 찾아가야 해요. 조금 더 피곤해진거죠. 하지만 그게 옳은 방향일 거예요. 용기만 있다면.


해. 변명하지 않고 직시하는 은하 님이 참 멋져요. 용기를 내요. 용기 낼 수 있어요. 용기 자체보다 필요한 건 용기를 내는 태도에요. 옳은 방향을 세우고 가는 과정이 재밌고 좋다고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옳기에 힘들어도 가는 거에요. 저는 은하 님이 용기를 낼 수 있다고 믿어요. 그럼 이쯤에서 주제를 살짝 바꿔 볼까요? 한편으로는 현실이라는 게 노력 말고도 그런 것이기도 하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아하는 사람과 수다를 떨고, 예쁜 강아지를 보면 행복감을 200%로 느끼는 것. 굉장히 평범한 순간들. 저에게 이미 몇 번이나 이야기한 것이기도 한데, 여행을 가서도 화려하거나 웅장한 문화 유산, 건물이 아니라 거리, 바람, 비처럼 소소하지만 삶을 이루는 아주 필수적인 요소에서 행복을 느꼈잖아요. 그런 현실을 다시 차분하게 바라보았을 때, 은하 님은 무엇을 꿈꿀 수 있을 것 같아요? 혹은, 그 현실들을 연결해 어떤 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은. 사실 요즘 새로운 꿈이 생겼어요. 엄마가 어디선가 강아지 한 마리를 데려왔거든요. 지난 인터뷰 이후에 엄마와 병원을 다니기 시작할 때였어요. 사연이 있어서 데려왔대요. 사실 처음에 저는 할일이 얼마나 많은데 끝까지 책임이나 질 각오로 데려온 걸까 싶어서 화가 많이 났죠. 그런데 너무 예뻐요, 강아지가. 그리고 팍팍할 뻔한 엄마와 저의 일상에 웃음을 주고 행복을 주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이 강아지와 평생 함께할 수 있는 일상을 보장받는 게 하나의 꿈이 된 것 같아요. 강아지와 함께 살고 보살피고 교육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과 돈이 들어요. 앞으로의 나의 주거지, 미래 뭐 하나 확실한 것 없이 모호하지만 좋은 선택들을 하고 그 선택을 이겨낼 힘을 길러야겠어요.


해. 말씀하다시피 뭐 하나 기약이 없는 게 삶이죠. 그렇지만 현실을 쭉쭉 밀고 나가다 보면 지금 불안해하는 미래에 미래라는 것보다 현실이 있을 거에요. 삶은 영원한 현재니깐요. 은하 님은 이미 좋은 선택을 내렸고, 좋은 선택을 내릴 거에요. 그렇다면 이미 좋은 선택을 내린 과거, 그러니까 현실을 계속해서 이야기해볼까요? 그 현실 속에 은하 님의 대학시절도 있겠죠. 이 답변을 보고 정말 부러웠어요. 저는 대학시절뿐만 아니라 그냥 학창시절 자체를 잊고 싶거든요. 나는 내가 원하지 않고, 잘 맞지 않고, 어울리지 않는 환경 속에서 정말 최선을 다했고, 아쉽지도 않고 후회도 없어요. 다만, 잊고 싶어요. 슬퍼요. 현재 이 위치에서 나의 학창시절은 내가 살아온 인생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그 절반이 억지로 상기하는 게 아니라 일상의 트라우마가 되어 나를 괴롭혀서 그냥 잊고 싶어요. 저는 정말 외로웠어요. 물론, 그 시절이 가치 있었다는 건 알아요. 그런데 가치로 남지 못했죠. 그래서 말인데, 대학생활 3번 하라고 하면 할 수 있다는 은하 님께서 저는 절대 못 느꼈을 대학생활의 이점이나 즐거웠던 시간들을 좀 알려줄 수 있을까요? 제가 대리만족 좀 해볼게요.

은. 지금은 구체적으로 생각이 잘 안 나요.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 내가 선택한 학과에서 하고싶은 공부를 했던 것. 수업 말고도 분과활동, 대외활동 등 재밌는 경험을 열정적으로 했던 것. 생각해보면 다 열정이 있었기에 행복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지금 인터뷰어 님도 열정 있게 인터뷰를 해주고 계시니 참 행복할 것 같아요. 지금의 저는 많이 지쳤거든요. (웃음) 열정이 있고, 하고 싶은게 있다는 게 부러워요!

대학생활의 가장 좋았던 점은 저 그대로 자유롭게 행동하고 표현해도 됐다는 점인 것 같아요. 물론 그랬을 때 책임과 결과가 있겠죠. 그런데 그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어요. 수습은 충분히 가능했으니까요. 왜냐하면 학생이니까. 대학생활 3번하라면 할 수 있다는 말은 그때에만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있기 때문이예요. 처음으로 부모님이 계신 집에서 벗어나 마음껏 배우고 마음껏 즐기고 마음껏 표현하고.. 물론 주변의 동기들, 선배들, 룸메들, 그리고 인터뷰어 님까지 좋은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요. 대학생활의 피해갈 수 없는 악으로 대표되는 조별과제까지 저는 정말 재밌었거든요. 이렇게 말하고 보니 그냥 운이 좋았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때의 체력도 한 몫 했겠죠. 밤샘 조별과제 후 내려가는 길의 캠퍼스의 공기, 알바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의 새벽공기 이런 것들이 너무 자유롭고 좋았어요. 새로운 사람을 매일 마주치는 것도 재밌었어요.


해. 그렇게 신났던 대학생활에서도 못 해 본 게 있다면서요. 뭘까요?

은. 유학, 워킹 홀리데이처럼 해외에서 살아볼 수 있는 경험을 못 해본 것이 제일 제일 후회돼요.


문. 그때 못해 본 걸 지금 현재 해볼 수 있는 걸로 옮길 수 있는 용기가 은하 님에게는 있나요?

답. 안타깝게도 없어요. 하늘길이 열리면 모를까 원래도 부족했던 용기가 이 시국에 생길 것 같지는 않아요. 무엇보다 멀리 나가서 공부하고 싶은 것이 현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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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회

남은 질문에 대한 답변은 한참 고민하다가 답변을 너무 유보하는 것 같아 그냥 솔직하게 말하고 넘겨야 할 것 같아요! 이 다음의 질문들이 참 예쁜데 답변하기가 어려워요. 예쁜 질문들 책상 앞에 적어놨다가 문득 떠오르는 순간이 오면 답해 볼게요. 몇 달 사이에 조용하게, 서서히 많이 지쳤어요. 사실 저는 지금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는지도 몰라요. 퇴사가 그런 시간을 만들어주려고 했던 결정이지만 야속하게도 하늘이 저에게 아직은 그런 시간을 주지 않으셨어요. 일 년간의 회사생활 동안 지치고 너덜너덜해진 마음과 정신을 추스르지도 못한 채 챙겨야 할 일들이 생겼으니까요. 단순한 집안일부터 엄마의 치료와 건강을 책임지는 무게가 지금은 커요. 엄마는 ‘네가 뭘하냐’ 생각하실 수 있지만 옆에서 챙기고 병을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거든요. 저는 아직 스스로를 어리다고 생각하고 이런 것들을 능숙하게 받아들일 준비는 전혀 안 됐어요. 저라는 사람에게 이렇게 관심을 갖고 예쁜 질문들을 해 주다니 고마워요.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고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잡지 못해서 안타깝네요! 하지만 곧, 기운이 날 거예요. 다시 한번 고마워요.


문. 은하 님에게는 용기 외에도 눈썰미나 순간적인 감각도 있죠. 그런 장점으로 본인이 기특했던 순간을 이야기해주세요.

답.


문. 인생에, 세상에 이거 하나만큼은 남기고 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죠.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도 했고요. 두 문장을 합치면, 은하 님이 가진 ‘무엇’으로 선한 영향력을 남기고 싶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은하 님은 이미 눈썰미와 순간적인 감각도 있고, 다른 이의 상처를 걱정하는 마음도 있고, 소소한 현실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능력도 있죠. 그것들로 바로 현재, 은하 님이 이 세상과 타인을 위해 따뜻한 무언가를 선사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답.


문. 칭찬과 인정을 좋아하는 은하 님에게 지금까지 살면서 들은 가장 최고의 칭찬과 인정은 무엇이었나요?

답.


문. 가장 듣고 싶은 칭찬과 인정은요?

답.


문. 그럼 그 칭찬과 인정을 듣기 위해 은하 님이 현재 무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요.

답.


기본 문. 인터뷰에서 꼭 받아보고 싶었던 질문이 있다면? 본인이 질문하고 본인이 답해보는 건 어때요?

답.


기본 문. 지금 본인의 인생을 살고 계시죠?

답.


기본 문. 건강하시고요?

답.


기본 문. 오늘보다 내일 더 많이 웃고 덜 주저할 거죠?

답.


2021.03.31 시작

2021.07.01 중단 및 열린 끝


감사 인사


무엇보다, 인생에서 아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은하 님께 꼭 힘을 내라고 응원부터 하고 싶어요.

또, 지치는 시간을 보내고 있음에도 기꺼이 두 번째 영수 님이 되어줘서 감사합니다.

왜 지치고 힘든 일은 한꺼번에 닥치는 걸까요? 그보다도, 인생은 왜 힘들까요? 매 순간 질문합니다. 이 삶이 나에게 무얼 말해주려고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할까 매 순간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확실한 정답이 나오질 않아요. 맞아요, 사람이니까 매순간 기쁘고, 기운 나고, 웃는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인생은 고통과 변수가 정말 많아요. 은하 님에게도 이러저러한 일들이 생길지 몰랐던 것처럼, 저도 이 인터뷰를 공개하기까지 폭풍과 토네이도, 지진이 동시에 일어난 것 같은 시간들을 견뎌야 했습니다. 이제는 울음조차 잘 안 나요. 그러던 어느 날, ‘와, 이건 정말 너무한 거 아닌가?’ 원망의 질문이 내 안에서 튀어나왔습니다. 불운을 물끄러미 직시하면서 저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내가 아무리 의지를 갖고 행동해도 의지를 벗어나는 일들이 많구나. 의지를 갖고 행동해도 그 의지가 영향을 줄 수 없는 일들이 많구나. 나는 그냥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구나. 그리고 이렇게 인정하니 삶이 조금 후련해졌어요. 제가 인터뷰에서도 말했다시피 저는 나 자신, 그리고 이 삶이 너무나도 버겁습니다. 그렇게 버거운 이유는 다 제가 바꿀 수 없는 것까지 바꾸려고 하며, 짊어질 수 없는 것까지 짊어지려고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삶은 내가 이렇게 살기 싫다 해서 이렇게 살 수 없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나는 힘들지 않기를 바라죠, 그렇지만 나를 힘들게 해요. 그러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걸 속 시원하게 인정하는 겁니다. 날 힘들게 해. 하지만 네가 아무리 날 힘들게 해도 나는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어. 그래서 나는 노력할 거야. 네가 날 힘들게 하든 말든 나는 노력할 거야. 날 힘들게 하는 것이 인생이라면, 그런 삶 속에서 노력하는 것이 인간이야. 고결한 삶을 만드는 건 그 삶 자체가 아니라 인간이야. 그러므로 저는 질문하는 겁니다.

인터뷰를 끝까지 마무리할 수 없었던 은하 님의 심경을 제가 어떻게 감히 헤아릴 수 있을까요? 어떻게든 답을 하길 위해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끝끝내 비워 둔 채 인터뷰지를 전달한 은하 님의 심정을 제가 어떻게 짐작할 수 있을까요? 반면, 은하 님은 제가 아는 그 어떤 인터뷰이보다 강한 인터뷰이로 기억될 거에요. 제가 은하 님께 내내 그랬죠. 질문을 포기하지 않아 줘서 고맙다고. 제가 사람들에게 질문하는 이 인터뷰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저에게도 수많은 질문을 했습니다. 그 질문하는 시절에서 제가 깨우친 건 질문에 꼭 일정한 답이 없어도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모른다고 해도, 질문에 질문으로 답해도 삶은 이어지더라고요. 오히려 중요한 건, 질문하는 태도였습니다. 질문을 놓지 않은 태도였습니다. 만약 질문하지 않고 모든 상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더라면 그 나름대로 삶은 이어졌겠죠. 하지만 제가 원하는 삶은 아니었을 거라고 단언합니다.

“이게 네가 원하던 삶이 맞아?”

“내가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질문함으로써 확인하고 의심하고 되짚는 과정에서 저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삶이 아무리 나를 때려도 나는 질문했기에 여기까지 왔어요. 많은 것이 부족하지만 저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글을 쓰며 그 어느 때보다 온전한 나 자신을 느껴요. 저는 이러한 깨우침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은하 님이 저와 끝까지 인터뷰를 마칠 수 있었다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좋았겠죠. 그러나 영원히 공란이 되어버린 답란 아니, 은하 님만이 아는 답란이 존재하는 질문들을 제가 찬찬히 보고 있자니 이 인터뷰는 이미 목적을 완수했다는 확신이 듭니다. 왜냐하면 앞서 말했다시피, 답변 자체보다도 질문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그 마음이 더 고귀하기 때문입니다. 은하 님은 제가 한 질문들, 정확히는 은하 님의 답변에 따른 질문들에 대답하기 위해 굉장히 많은 생각과 시간, 그리고 마음을 거쳤을 겁니다. 그 속에서 은하 님은 비수를 찔렸을 수도, 속 시원했을 수도, 또 속상했을 거에요. 그렇지만 그 속에서 은하 님은 분명 스스로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겁니다. 지금 스스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얼 원하고 있는지, 어디에서 상처를 받았는지 등 술회하면서 스스로가 얼마나 강한 인간인지 새삼 인정하는 기회가 되었으리라 장담합니다. <인터뷰 프로젝트: 나, 영수>와 이 안의 질문들의 목적이자 존재가치가 바로 이것입니다, 질문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아는 것. 그러므로 저는 계속 질문합니다.

제가 한 질문에 대해 답할 은하 님의 시간들을 응원하겠습니다. 그 답은 분명 은하 님답겠죠. 또, 은하 님도 은하 님 스스로에게 질문하기도 하겠죠. 은하 님이 좋은 질문과 좋은 답을 찾을 거라고 믿어요. 그러니까 은하 님, 질문을 포기하지 말아요. 질문을 피하지 말아요.

은하 님에게 안녕과 평안을 기원합니다. 물론, 은하 님의 어머니께도요. 그리고 강아지와의 행복과 현실에도요.

다시 한번, <인터뷰 프로젝트: 나, 영수>에 참여해 준 은하 님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은하 님,

질문이 필요하면 저를 다시 찾아 줘요.

지치고 힘들면 저를 다시 찾아 줘요.

그럼 제가 질문해 줄게요.


이 세상의 은하'들'에게 추천하는 전해리의 글


* 책[바닥을 높이는 연습] https://brunch.co.kr/@eerouri/98

이 책 역시 아직 발간되지 못했습니다. 또 역시 아쉽지만, 일단은 탈고한 소감이라도 적은 글을 소개할 수밖에 없겠네요. 책에 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 책은 제가 쓰는 문장 하나라도 글로써 가치를 지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아주 짧은 글을 모았습니다. 멜번에서 머물던 시기에 무심코 쓴 문장 하나라도 괜찮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었고, 그런 문장을 바닥에 비유한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글을 쓰는 연마 과정인 동시에 제대로 된 글에 대한 고민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은하 님이 꼭 읽었으면 하는 이유는 허투루 쓰이는 시간은 없음을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그때는 쓰면서 이게 무슨 도움이 될까, 의미 없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편하지도 않았지만, 쓰고 나니까 알았어요, 이런 시간이 꼭 필요했음을. 스스로가 얼마나 부족한 인간인지, 그럼에도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실속 있는 일인지 [바닥을 높이는 연습]을 쓰면서 깨달았습니다.

* 글<진짜로 망할까 봐 두려운 그대에게> https://brunch.co.kr/@eerouri/104

이 글은 책 [퍼러우리한 시간, 그대에게]에 속해 있으며, 책은 아직 출판되지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당장 브런치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책 전체를 읽어도 좋겠지만, 우선 이렇게 콕 집어 소개하는 연유는 이 글이 은하 님에게 즉각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판단이 있었습니다. 인생 정말 망한 줄 알았는데 그건 그저 나의 바람과 기대가 어긋났을 뿐이었어요. 그 바람과 기대가 없는 삶 속에서 저는, 그때 은하 님에게 자신있게 말했듯, 피아노를 치고 있어요. 저는 피아노를 치는 것에 재능이 없어요. 단지 제가 좋아해서 치고 있고, 가끔은 너무 서툰 제가 원망스럽기까지 해요. 그렇지만 이렇게 피아노를 치면서 삶을 아주 살짝 느긋하게 관망하게 되었어요. 왜냐하면 이 피아노 치기가 인생을 사는 방식과 닮았거든요. 그 세세한 내용은 은하 님이 직접 읽어 보길!

* 글<당신은 어떤 걸 현실로 보나요?> https://brunch.co.kr/@eerouri/159

저는 사람들이 신데렐라에 관해 크게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신데렐라는 아직 진가를 인정받지 못했지만 용기를 갖고 친절을 잃지 않는 사람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저도 신데렐라고, 은하 님도 신데렐라가 아닐까요? 새엄마와 새언니들이 아무리 예의가 없어도 신데렐라는 줄곧 예의를 갖추듯, 인생이 우리에게 아무리 예의가 없어도 우리는 인간으로서 예의를 갖춰야 해요. 그 예의란 스스로의 인생을 경시하지 않으며, 스스로의 가능성을 존중하고, 타인의 삶에 따스한 관심을 갖는 것이에요. 이러한 태도에 관해, 영화 ‘신데렐라’를 빌려 서술했습니다. 흥미롭게 읽길!

* 각색 동화<소녀의 소원> https://brunch.co.kr/@eerouri/172

원작은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3권에 수록된 작가 분 따님께서 중학생 때 썼다는 동화입니다. 그 동화를 감히 저의 관점에서 각색하였고, 문제가 될 시 삭제하겠지만, 그전에 은하 님이 한 번 꼭 읽어 줬으면 좋겠어요. 이 각색 동화를 읽으면 은하 님이 현재 겪고 있는 불행에 관한 견해가 바뀔 거라고 단언합니다.

* 글<제발 즐겨> https://brunch.co.kr/@eerouri/227

마지막으로 추천하고 싶은 글은 제가 이 인터뷰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나서 느낀 여러 부차적인 감정을 잊고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갖춰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고민하면서 쓰게 되었어요. 은하 님이 그랬죠, 이 인터뷰 프로젝트를 하면서 참 행복할 것 같다고요. 솔직히 막상 그렇지도 않아요. 원래 행복이 기쁨과 같다고 여기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지만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은하 님의 말을 참 곱씹게 돼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정확히 말하면, 인터뷰이를 기다리는 일은 참 많은 인내심을 요하지만, 덕분에 기다리는 법을 알게 됐고요. 또, 그렇게 기다린 인터뷰이에게 질문을 드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도 깨우쳤어요. 그런 까닭에, 우리 어차피 힘든 거 차라리 즐겁고 재미있게 힘들면 어떨까요? 나중에 뒤돌면 지금 힘든 일도 결국은 우리를 망치긴커녕 우리가 얼마나 강인한 인간인지 일러준 것에 불과하다고 술회하게 될 거에요. 그러니까 나중에 뒤돌아보았을 때, 지금 이 시간들이 너무 미우면 슬프지 않을까요? 우리, 이 시간을 좀 즐겨 봐요. 그러면 어느 순간, 행복을 느낄 거에요. 행복은 스스로에게 달렸잖아요. 누가 주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받는 것도 아니라 스스로 아는 거니깐요. 혹여 즐기지 못하더라도 너무 미워하지 않길 바라면서 이 글을 읽어 주세요.


글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자 합니다


이 인터뷰를 읽은 여러분도

인터뷰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참여방법은

아래 주소에서 확인해주세요!

https://brunch.co.kr/@eerouri/224



위 인터뷰는 네이버 포스트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2476939&memberNo=55088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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