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는 이 시간이 소중함을 알고 사랑한다

세 번째 영수님

by 전해리

기본 인터뷰


1.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나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는 마음먹은 대로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어요. 그래서 생각보다 나는 별것 아니구나 생각이 자꾸 들어 우울한 시기를 보낸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더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 내 자신에게 미안해지더라고요. 나는 지금의 나 자신 자체로도 소중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응원해주고 다독여주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테지만 그때마다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건 자기 자신이고, 잘하고 있다고 응원해주고 싶어요.

2. 하고 싶다고 생각하기만 해도 이뤄진다면 하고 싶은 일 혹은 직업은?

중국 여행을 갔을 때, 쇼핑을 하러 마트와 편의점을 돌아다녔어요. 한국에서 유행하는 중국 넓적 당면부터 폰 케이스까지 정말 소소한 것들이 눈에 띄었는데, 어느덧 환율을 따져가며 중국과 한국에서의 가격 비교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이런 것에 재미를 느꼈어요. 사업 수완도 없고, 쉽게 첫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분야가 아니긴 하지만, 내가 만약 직접 물건을 떼오고, 장사를 한다면 어떨까 상상이 되고는 하네요. 내가 생각하는 나의 성향은 안정감에서 느끼는 편안함을 선호하기에 그런 쪽의 직업을 희망하고 있어요. 하지만 내 성향과 반대로 도전적인 사업을 한번 해보는 것도 무모하지만 인생의 큰 경험이 될 것 같아요. 따라서 이것저것 재는 것 없이 이뤄질 수 있다면 사업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3. 못다 이룬 꿈이 있나요?

성인이 된 후, 세세한 계획을 짜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떠나보는 여행의 꿈을 아직 이루지 못했어요. 금전상의 이유, 학업상의 이유 등등 현실 속엔 크고 작은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어영부영 넘기다 보니 어느덧 이십대 중반이 되어버렸네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에는 취업 준비를 하면서 그전보다 여유가 더 사라진 것 같아요. 또 코로나라는 상황이 생기면서 여행의 꿈은 접어 두게 되었어요. 취업을 하게 되고, 코로나가 사라져서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해질 때, 지금보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훌훌 떠날 수 있도록 미래의 나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요!

4. 당신이 현재 가장 두려운 건?

막연하게 시간이 흐른다는 것이 가장 두렵네요. 예전엔 미래를 상상하고 목표하며 여러 계획을 세웠는데, 막상 그중 이루어진 것은 별로 없는 듯해요. 나 자신을 달래며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자 하는데도, 취준생으로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조바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어느덧 지금의 나는 이십 대 중반, 서른을 바라보고 있는데 과연 내가 인생의 황금기와 같은 이십대를 잘 보내고 있는 것이 맞나, 이렇게 시간만 흐르는 것은 아닌가 두려움이 있어요.

5. 무얼 할 때 가장 행복하세요?

같이 있을 때 마음 편한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거나,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달리는 버스에 앉아 창 밖 풍경을 구경하는 것을 할 때 가장 행복해요. 정말 별 것 없지만 이런 소소한 일상들이 평범한 내 인생에 위안을 주는 기분이 들어요.

6. 몰랐지만 알고 보니 나에게 무척 중요했던 가치는?

성인이 된 후 가족에 대한 소중함이 더 커진 것 같아요. 대학생이 되고 나서 아르바이트를 해보니, 직접 돈을 벌 때의 어려움을 느끼고 지금까지 잘 키워주신 부모님께 더 큰 감사를 느껴요. 또 고등학생 때보다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도 많아지고 가족 간 대화가 늘다 보니, 몰랐던 동생들의 모습도 알게 되었어요. 동생들에게서 내 모습도 간혹 보이는 것 같아 역시 가족은 가족이구나 새삼 느꼈답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월급을 받을 때마다 가족들을 위해 쓰곤 했어요. 친구들과 갔을 때 맛있었던 음식점을 기억해 놓은 후 동생들을 데려가서 같이 먹기도 하고, 부모님께 선물도 해드리면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느끼는 행복이 더 커요. 아직 직업이 없는 취준생이지만, 이런 가치가 지금 나의 원동력이 되는 듯해요. 얼른 직장인이 되어 상황에 여유가 생긴다면 가족들뿐만 아니라 주변 소중한 사람들에게 베푸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7. 다른 사람이 오해하는 /모르는 나의 모습은?

사람들이 나를 보곤 표정에 감정이 다 드러나서 쉽게 기분을 알 수 있다고 말해요. 그런데 내가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들은 훨씬 복잡해서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으로는 표현이 되진 않는다고 생각해요. 속으로는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말이나 글로는 잘 설명할 재주도 저에겐 없는 것 같고요. 잘 표현하지 않는 성격인데, 말하지 않아도 이런 나의 생각을 100퍼센트까진 아니어도 조금이라도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한테 섬세함을 많이 느껴요. 부끄러우면서도 또 막상 고마운, 그런 복잡 미묘한 감정이네요.

8. 당신은 무엇에서 자부심을 느끼나요?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기보다는 스스로 일을 해결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한 것 같아요. 결정적인 순간이나 큰 일이 있을 때는 물론 도움을 받기도 하겠지만요. 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면서 나에 대해 이해하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회복탄력성’이란 것도 생긴 것 같아요. 여기서 말하는 회복탄력성은 거창할 것 없이 어떻게 나를 달래주고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지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것이에요. 이런 것이 남들이 말하는 자존감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나 자신을 가장 사랑하고 또 그러고 싶어요! 이게 제가 가진 능력이자 저의 자부심이 아닐까 싶네요.

9. 살면서 그리운 순간이 있다면?

고등학교 2학년 때가 그리워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 일도 아니지만 당시엔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일이 있었어요. 18살의 어린 나에겐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고, 그 일로 약 한 달간 고생했던 기억이 있네요. 시간이 지날수록 그때의 마음고생은 점점 흐릿해져서 사실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추억으로 말할 수 있어요. 하지만 나를 위해서 대신 싸워주고, 울어주던 고마운 친구들이 있다는 것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어요. 자기 일처럼 마음 써주는 친구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데, 그런 친구들을 고등학교 2학년 때 얻고 지금도 그 관계가 유지되고 있어요. 지금도 그 친구들을 만나면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화 주제가 학창시절이에요. 함께 울고 웃으며 놀고, 급식 먹은 뒤에 수다를 떨면서 학교의 운동장을 걷는 그때의 우리가 그리워요.

10. 그래서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평범한 취준생이에요. 그래서 거창하게 나에 대해 소개할 일상도 취미도 직업도 없어요. 어찌 보면 지금 내 나이 또래 친구들도 같은 시기를 보내면서 비슷한 고민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돼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 취업을 준비하는 시기. 저에게 가장 힘든 것은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소속감이 없다는 것에 대한 불안함이에요. 누군가는 학생으로서 추억을, 누군가는 직장인으로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오늘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맞는걸까, 나만 멈춰있는 것이 아닐까 막연한 불안감도 들고는 해요. 그렇지만 내 주변에는 사랑하고 또 사랑받고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어요. 무엇보다도 가장 든든한 내 편인 나도 있고요. 지금 나와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이런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먼 미래에 지금을 추억해보면 무모하지만 가장 용기 있는 시절일테니 자신감을 잃지 말고 나를 아껴주자고요. 저는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하지만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이에요.


심층 인터뷰


기본 문.

제가 당신을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불리우고 싶은 이름이 없다면 ‘영수’님이라고 부를게요.)

답. 지수라고 불러주세요. 사실 지수는 제가 좋아하는 가수의 이름이에요. 어찌 보면 영수만큼 흔한 이름인 것 같기도 하네요.


기본 문. 좋아요. 지수 님! 이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보내고 있었나요? 오늘 하루는 어땠어요?

답. 예전처럼 밖에서 많은 활동을 자유롭게 하는 데는 제약이 있지만, 집에서 여러 할일을 찾아서 하는 편이라서 나름 바쁜 하루를 보냈어요.


해리(이하 ‘해’). 저는 지수 님의 기본 인터뷰를 읽어서 오늘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가슴이 따뜻해지고 힘이 나고 고취되는 인터뷰는 처음이에요. 진심이에요! 또 눈물을 흘리고 말았어요. 이러다가 이 인터뷰집을 완성하기까지 아흔아홉 번을 울게 생겼어요. (웃음)그나저나 제가 왜 운 것 같아요?

지수(이하 ‘지’). 글쎄요.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들었을 때의 공감과 마음의 위안을 얻으면서 흘린 눈물 아닐까요? 작게나마 힘을 전해줄 수 있어 저 또한 고마워요.


해. (괄호 옆을 스크롤해서 글씨색을 검은색으로 바꿔보세요. 문장이 보일 거에요.) 제가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어서요. 저는 신문이나 뉴스에 나오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은 신념이 있어 이 인터뷰집을 온라인으로라도 시작하게 됐지만, 한편으로는, 또 개인적으로 내 곁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기억하고 자랑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이 인터뷰는 지수 님이 얼마나 근사한 사람이고 좋은 친구인지 자랑하는 장이 되겠네요. (웃음) 나에게 전시회에 이어 또 한 번 큰 확신을 심어준 지수 님의 기본 인터뷰를 읽으면서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지점을 발견했어요. 뭘까요?

지. 평범한 저를 근사한 사람으로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지점은 어디일지 많이 고민해봤는데 사실 잘 모르겠어요.


해. 지수 님의 인터뷰엔 유독 느낌표가 많아요. 느낌표는 일종의 확신이라고 보거든요. 또 강한 의지로도 읽히고요. 말줄임표는 머뭇거림이고, 물음표는 의문이잖아요. 그렇지만 느낌표의 존재나 그 개수를 차치하더라도, 다른 독자 분들도 지수 님의 기본 인터뷰를 읽으면 저처럼 느낄 거에요. 어떤 주제든 본인의 생각이 확고해요. 심지어 불안이나 두려움에 관해 이야기하더라도요. 평소에도 그랬지만 이 점이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지수 님은 동의해요? 본인이 생각이 분명한 사람이란 걸?

지. '분명히 그렇게 될 수 있고, 이뤄질 거야'라고 나 자신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 느낌표를 사용했어요. 또, 좀 더 강한 의지와 밝은 느낌을 주기 위해서인데, 생각이 분명하다고 느껴질 줄은 몰랐어요. 제 자신이 느끼는 저는 생각이 분명한 사람인지 잘 모르겠는데, 다른 사람이 보는 나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해. 지수 님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람들도 저처럼 이야기하나요? 그분들은 지수 님을 어떤 사람이라고 말해요?

지. 혼자 알아서 잘한다는 말은 여러 번 들었어요. 그 뜻이 본인의 생각이 확고해서 본인 방식대로 알아서 잘한다는 뜻이 될 수도 있겠네요.


해. 한편, 지수 님은 기본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나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 ‘큰 도움은 못 되어도 용기를 주고 싶은 사람’, ‘소중한 사람들에게 베푸는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이고 했죠. 지수 님은 그러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지만 저는 사실 지수 님이 이미 그러한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그래도 지수 님이 그러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한 건 틀림없이 이유가 있겠죠. 일례로, 자기 자신을 달래고 기분 전환하는 방법을 안다고 했잖아요. 일단은 그 방법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싶어요. 저에게 말해줄 수 있을까요?

지. 우울한 일이 생겼을 때는 한없이 슬퍼지고 눈물이 계속 나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그럴 거에요. 슬픔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긴 해도, 생각이 깊어질수록 끝도 없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아무런 생각이나 걱정이 들지 않도록 사람들을 만나 맛있는 것을 먹고 대화를 나누거나, 달리는 차 안에서 풍경을 보며 음악을 듣다 보면 걱정이나 고민이 멈추게 돼요. 그럴 때, 다시 한번 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죠. ‘한 번뿐인 내 인생, 마냥 슬퍼하기엔 소중해. 지금의 슬픔도 다 괜찮아. 잘할 수 있어.'


해. ‘한 번뿐인 내 인생, 마냥 슬퍼하기엔 소중해. 지금의 슬픔도 다 괜찮아. 잘할 수 있어.’ 와, 정말 따뜻하고 근사한 마음가짐이에요. 우울한 일이나 슬픔에 깊이 빠지지 않기 위해서 특별하거나 특수한 계기를 만든다기보다는 기존의 생활을 성실하게 이어가는 걸로 이해돼요. 제 판단이 맞나요?

지. 네 맞아요. 지금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살다 보면 반드시 또 행복이 찾아올 것이니까요.


해. 그나저나 어쩌다 이런 방법을 터득하게 됐는지도 알려줄 수 있을까요?

지. 공부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스에서 들었던 음악이 소소하게 위로가 되더라고요. 행복이라는 게, 특별할 것 없이 나의 사소한 일상에서 찾을 수 있어요.


해. 사실 저는 슬픔과 우울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그런가 지수 님이 그저 대단해 보여요. 나에게 슬픔과 우울은 갯벌과 같달까? 물론 이 슬픔과 우울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거나 피아노를 치지만, 때로는 너무 힘드니까 잠시라도 두 발을 빼고 싶을 때가 있어요. 지수 님이 나에게 슬픔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조언을 해준다면요?

지. 사람마다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이 다르고, 또 감히 그 사람의 슬픔을 헤아릴 수도 없겠죠. 그래서 말하기가 조심스러운데요. 그림을 그리거나 피아노를 칠 때 완전히 몰두되고, 잠시나마 근심 걱정이 멈춘다면, 극복 방법으로 좋은 것 같아요.


해. 조심스러운 격려 고맙습니다. 지수 님은 삶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 예를 들면 때에 맞춰 밥을 먹고, 친구와 가족과 이야기하는 것들을 가장 우선시하는 편인가요?

지. 네. 어쩌면 가장 기본적인 것인데, 그런 것들이 있어서 더 잘 살고 싶은 삶이 되는 것 같아요.


해. 사람은 왜 특별한 사건이 아닌 일상의 요소요소에서 위로를 얻을까요? 한때 ‘소확행’, ‘휘게’라는 단어가 크게 유행했잖아요. 이런 단어에 저는 크게 공감을 못하는 편이에요. 물론 엄마가 해주는 미역국, 아빠와의 대화나 피아노 연주가 나에게 큰 힘을 주지만, 글쎄요… 행복의 종류와 크기는 다양하고 ‘소확행’만으로 내 행복을 결정하고 싶지는 않아요. 내 능력으로 무언가를 이뤘을 때, 노력이 세상에 통했을 때, 예전에 못했던 것을 극복했을 때 등등, 나는 조금 더 큰 행복이 작은 행복과 동등하게 귀중하거든요. 이에 관해 지수 님에겐 어떤 의견이 있나요?

지. 무언가를 이루고 극복했을 때의 행복도 물론 크고 행복하겠죠. 하지만 그런 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의 슬픔이 더 크지 않나요? 저에게 행복이라는 것은 사실 거창할 것 없어요.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은 사소한 것 하나도 내 마음에 따라 어떻게 받아들여지나의 차이인 거잖아요. 저에게 행복은 '소확행'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해. 굉장히 일리 있네요. 그래서 제가 늘 크게 기뻐하고 크게 슬퍼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크게 기쁜 일이 너무 드문 탓에 행복의 횟수도 덩달아 몹시 적은 듯싶고요. 지수 님은 행복한 순간이 해안가의 모래처럼 빽빽하고 수두룩할 것 같아요. 아까 공부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스에서 들었던 음악이 소소하게 위로가 된다고 했는데, 어떤 행복을 듣는 거에요?

지. 꽂히는 노래가 있다면 그 노래가 질릴 때까지 듣는 편이에요. 가사에서 위로받는 노래를 듣는 날도 있고, 빠른 비트에 신나는 댄스곡을 들으면서 기분을 ‘업’시키는 날도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가수는 공기남, 고닥, 아이유, 세븐틴인데요. 이 가수들의 앨범 전곡을 다 듣기도 하고, 음원차트에 있는 노래 중 제목이 끌리는 노래를 재생해서 듣기도 해요.


해. 그렇다면, 어떤 음식이 행복이던가요?

지. 음식을 크게 가리지는 않아서, 콕 집어 어떤 음식이라고는 정할 수 없는데요. 소문난 맛집이나 분위기 좋은 식당을 찾아서 직접 가 맛보고, 나는 이러한 것을 더 좋아하는구나 내 취향을 확실하게 알아가고, 그걸 함께하는 사람들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에 힘이 나요.


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나 자신을 이해하게 되기 전, 앞선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대로 본인이 별것 아니라는 현실을 먼저 겪은 걸까요?

지. 네, 맞아요. 현실에 부닥치고 난 뒤 취업준비를 위한 공부가 하루 일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니, 만나는 사람도 줄고 혼자 있는 시간이 늘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알게 되었죠. 나 자신에 대해요.


해. 혹시 냉정한 현실에서 본인이 밉거나 하지 않던가요?

지. 나는 왜 이것밖에 안되는 걸까 많이 자책하기도 하고, 초라하게 느껴졌죠.


해. 제가 기본 인터뷰의 처음부터 지수 님에게 굉장히 깊게 공감한 게 ‘나는 마음먹은 대로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이룰 수 있다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는데, 실상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난 별것 아니었다’는 부분 때문이거든요. 맞아요, 나도 나에게 기대가 있었어요. 부끄럽지만 고백하자면, 좋은 대학에 가고, 유망한 학과에 진학해서 남들이 우러러보는 직장에 다니고… 그런 기대를 했어요. 내가 그렇게 되기엔 명석하지도 않고 배움이 느린 사람이란 걸 깨닫기가 너무 아팠어요. 지수 님은 어떤 스스로를 기대했나요? 말해 줄 수 있어요?

지. 저도 마찬가지에요. 정말 간절한 마음이었지만, 시험에서 불합격하고 난 뒤 명석하지도 않고 배움이 느린 사람이란 걸 깨닫기가 너무 아팠어요. 저도 이 마음이 정말 공감이 가요.


해. 그러고 보면 무언가 이루기 위해서는 간절한 마음이 때론 도움되지 않을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성취와 좌절은 간절한 마음과 상관없이 발생하는데, 간절할수록 좌절하게 되잖아요. 지수 님은 어떤가요?

지. 맞아요. 간절할수록 좌절하게 되는 것도 크죠. 그렇지만 간절한 마음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정말 간절하다면 목표를 이루기 위해 10분이라도 더 책을 본다든지, 더 일찍 일어난다든지 작게나마 내 행동 무언가 달라지지 않을까요?


해. 그러네요. 간절하기 때문에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도 아주 작은 것들은 바뀌어요. 간절함 하나로 단 일 초조차도 허투루 보낼 수가 없어요. 그렇지만 뭐 하나 깨우치는 게 왜 이리 속상한지 모르겠어요. 그렇지 않나요? 그러니까 나의 현실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너무 못났어요. 세상엔 정말 똑똑하고 잘 생기고 잘난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런 반면, 나는 하나부터 열까지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고, 그렇게 노력해봤자 그 사람들의 발 밑에도 못 미치더라고요. 지수 님도 스스로에게 실망한 기억이 있어요? 혹시 취업과 관련이 있을까요?

지. 네, 취업의 문턱에서 좌절하며 지금까지 내가 살아왔던 것을 돌아보고 잘못 살아온 게 아닌지, 나는 왜 안 되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실망을 많이 했어요.


해. 취업이 아니어도 본인에게 과연 실망할 일이 있을까요?

지. 인간관계에서 나 스스로 실망한 적이 있어요. 장난스럽게 했던 행동이나 말들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는 줄 모르고 가볍게 행동했던 적이 있는데요. 후에 상대방과 대화를 통해, 상대방이 나로 인해 얼마나 상처 받았는지 깨닫게 되었죠. 나 자신이 정말 실망스럽더라고요. 말이나 행동에 책임감을 갖고 가볍게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중이에요.


해. 취업에 관해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가 혹시 지수 님이 중요하게 여기는 안정과 연관되나요?

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불안감이 곧 취업과 안정으로도 연관돼요. 취업을 해서 직장에 소속된다면, 나도 갈 곳이 생기고 할 일이 생겼다는 소속감이 곧 마음의 안정으로 이어질 것 같아요.


해. 지금까지는 취업 전이잖아요. 그럼 지금까지 안정이나 소속감은 어디서 느꼈나요?

지. 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들과의 소속감이요. 학생일 때는 친구들 모두 일상이 크게 다르지 않고 비슷했죠. 하지만 졸업 후에 저마다의 길을 찾아가는 친구들을 보며 왠지 모르게 삶이 크게 달라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불안해지더라고요.


해. 그게 참 씁쓸하죠. 그렇다면 본인에게 취업은 어떤 의미인 것 같아요?

지. 지금까지 학생으로서 인생 1막이 막을 내렸다면, 2막의 새로운 시작인 것 같아요.


해. 인생 1막을 내릴 때 심정이 어땠어요?

지. 시간이 정말 빠르게 느껴지더라고요. 내가 벌써 이런 나이가 됐구나. 나 스스로 좀 더 책임감을 가져야겠다 결심이 들기도 하고, 취업을 해서 직장인이 된 내 모습을 상상하며 많이 설레기도 했어요.


해. 시간이 정말 빠르게 가죠. (한숨) 학생인 지수 님의 모습도 좋아했지만, 직장인이 된 지수 님의 모습도 기대가 됩니다. 하지만 저에게 취업이란 어른들의 강요에요. 물론 직업을 갖는 것도 중요하고 스스로 돈벌이를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죠. 그렇지만 그게 꼭 취업을 통해 실현될 필요는 없다고 봐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서른 살에 작가로 데뷔하고 전업 작가가 되었지만, 그전엔 재즈 카페를 운영했어요. 재즈 카페를 운영하게 된 연유를 ‘밸런타이데이의 무말랭이’라는 책에서 읽을 수 있는데, 제가 간단히 옮겨 볼게요: ‘취직을 해도 괜찮겠다 싶어 취직을 했지만 일의 내용이 너무 한심스러워 그런 일을 할 바에야 혼자서 제대로 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때는 ‘돈이 없지만 그렇다고 취직하고 싶지 않은 인간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어찌어찌 장사를 시작할 수 있는 시대’였대요. 지금은 아니지만요. 물론 저도 어엿한 작가로서 수입이 있길 굉장히 소망하고, 그렇기에 출판의 꿈이 확 꺾이고 현실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 굉장히 힘든 반면, 어떤 직업인이 아니라 나 자신으로서 청춘을 보내고 있다는 점은 몹시 좋거든요. 이건 곧 어떤 사람이 되길 원치 않고 자기 자신 있는 그대로가 직업이 되길 바라는 소망이기도 해요. 그래서 말인데, 지수 님은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알잖아요. 특히 ‘본인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사람’이라는 면모가 취업을 하는데 어떤 역할이 될까요?

지. 힘든 취업의 현실 속에서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고 포기하고 싶어질 때, 식지 않는 따뜻한 용기를 주게 돼요. ‘나도 할 수 있다’, ‘이루어질 거야’라고 끊임없이 되뇌이다 보면 정말 이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해. 본인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이 꼭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고 믿는 사람으로서, 저도 지수 님과 같은 마음이에요. 지수 님은 휠지라도 꺾이지 않는 사람 같아요. 앞서 말했 듯, 슬픈 일이 닥치면 슬퍼하다가도 그 슬픔에 굴복하지 않는 사람, 그런가요?

지. 네, 맞아요. 슬픔에 굴복하고 싶지 않아요. 인생은 원래 슬픈 일이 있다가도 반드시 좋은 일이 찾아오고 말 테니까요. '휠지라도 꺾이지 않는 사람' 정말 좋네요. 가슴에 딱 꽂히는 말이에요.


해. 하고 싶다고 생각만 해도 이뤄질 수 있다면 도전적인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답한 바 있죠. 중국의 물건을 우리나라에 수입하는 회사나 무역 관련 일은 어때요? 그런 길로 간다면 그저 가망 없는 꿈이 아니라 취직의 현실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지. 지금 희망하는 직업은 아니지만, 전혀 가망이 없다고 확언할 수도 없겠네요. 몇 년 전에 상상하던 오늘의 내 모습이 현실과 차이가 있듯이, 몇 년 후에 정말로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예측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된다면, 사업가가 될 수도 있겠죠?


해. 열린 대답이네요. 꿈꾸는 현실이 있지만, 그 현실이 정말 실현되지 않더라도 목전의 현실에 본인을 기꺼이 맞춰 갈 수 있다고도 들려요. 제가 제대로 이해했나요?

지. 네. 정확히 이해하고 계세요. (웃음)


해. 제가 정확히 이해했다니 정말 뿌듯하네요. (웃음)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이나 목표, 이상은 달라도 사실 ‘막연하게 시간이 흐른다는 것이 가장 두렵다’는 답변에 또 엄청나게 동감했어요. 지금 이 시간이 정말 소중한데 코로나로 인해 활동에 많은 제약이 생겼잖아요. 그런 반면에도, 뉴스를 보면 이 와중에도 뭔가 성취하고 성공하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은 걸까요? 특히 저는 우리와 비슷한 연배의 아이돌, 배우를 보면 허탈함을 느껴요. 그들도 나름의 고충과 노력의 시간이 있겠지만 우리에게도 그런 시간이 아예 없던 건 아니잖아요. 청춘을 어떻게 보내야 잘 보냈다고 소문이 날까요? (웃음)

지. 지금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하는 것이 청춘 아닐까요?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 나이가 든다면 많은 것에 제약이 생길 것이고,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할 거에요. 지금 당장 화려하게 무언가를 이루지는 못하더라도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하는 것이 진정한 청춘 같아요.


해. 나 들으라고 하는 말이라고, 제가 착각 좀 해도 괜찮을까요? (웃음)

지. 착각이 아니에요. 해리 님은 해리 님만의 청춘을 만들고 계시죠. 지금 이 인터뷰집을 만들어가는 과정도 많은 시간과 용기가 필요하잖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그 첫발을 내딛는 데 쏟은 용기, 저도 꼭 기억할게요.


해. 저도 지수 님이 준 용기를 꼭 기억할게요! 그런 의미에서, 지수 님의 청춘은 어떤가요?

지.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의 길목에서 방황하고 있지만, 하고 싶은 것이기 때문에 계속 도전 중이에요.


해. 저도 그렇습니다. 현재의 이 고민 많은 청춘도 훗날 정말 그리워하게 될까요?

지. 나중에 생각해보면 정말 별 것 아닌 고민으로 마음 고생했구나 웃어넘길 수도 있고, 이 시절 만의 가질 수 있는 무언가가 정말 그리워질 것 같아요.


해. 살면서 그리운 고등학교 2학년 때처럼요?

지. 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거에요.


해. 실은 전 지수 님처럼 학창시절이 전혀 그립지 않거든요. 당연히 미련도 없어요. 저에게 그리운 시절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에요. 그래서 지수 님과 같은 분들이 매우 부러워요. 학창 시절은 지금의 우리에게 가까운 시간대잖아요. 꼭 곁에 머무르는 소중한 사람처럼요. 그때의 추억이 당장의 지수 님에게 어떤 힘이 되어주는지 들려줄 수 있어요? 저는 지수 님과 같은 추억이 없어서 잘 모르겠거든요.

지. 그때 했던 행동들이나 생각들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는 거에요. 매년 친구들을 만나고, 시간이 흘러도 학창시절의 추억은 매번 대화 주제가 돼요. 친구들과 함께 그때의 추억을 회상하며 '그땐 그랬었지. 왜 그렇게 행동했지? 그때 우리 참 어렸다'라면서 이야기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나이가 들면서 성숙해졌음을 깨달을 수 있고, '그때 그렇게 했지. 진짜 용기있었다. 지금 하라면 못 하겠어'라고 이야기하면서 십대 때만의 가질 수 있었던 감성이나 용기들을 떠올리다 보면 재밌어요. 살아온 인생 일부분을 공유하는 거니까요.


해. 듣기만 해도 뭉클하고 좋네요. (미소) 그럼 대학 시절은요? 먼 훗날, 어떤 추억으로 상기하게 될까요?

지. 아르바이트를 해서 내 힘으로 돈을 벌기도 하고, 내가 수강 신청한 대로 강의를 듣기도 하며 나도 이제 성인이 되었다는 설렘과 자유로움을 많이 느꼈어요.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십 대 초반의 대학생도 성인이라기에는 좀 어리숙하고 철없는 시절인데 말이죠. 훗날에는 어른이 되어가기 위해 겪었던 시행착오 시절로 기억되겠죠?


해. 맞아요. 그때는 정말로 내가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은 것 같지만, 지나고 보면 그때가 가장 어렸어요. 그렇게 따지면 지금도 그렇겠죠. 시간이라는 건, 나이라는 건 참 얄궂어요. 마냥 나쁘지도 않으면서 마냥 좋지도 않고. 예를 들어, 고등학교 땐 친구와 보내는 시간은 많아도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적잖아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야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대답, 기억하고 있죠? 어쩌면 모든 것에는 충족과 부족이 공존할지도 몰라요. 가족과의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 이후 가족의 존재에 더더욱 감사하게 된 거겠죠. 이런 맥락에서, 현재 우리에게 어떤 부족과 충족이 있고 이 소중함을 감사하는 마음을 여실히 깨닫는 방법엔 무엇이 있을지 지수 님의 의견이 정말 궁금해요.

지. 부족과 충족이라는 말에서 시간이 떠오르네요. 지금 취업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쏟고 있고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시간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여유를 즐기기엔 조바심으로 가득한 부족한 시간이에요. 취업을 하고 나서 업무에, 또는 일상생활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를 정도로 바쁜 삶을 살고 있을 미래에는 지금의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질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은 허투루 보낼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고요.


해. 어쩜 이렇게 말을 잘해요. (웃음) ‘여유로운 동시에 조바심으로 가득해 부족한 시간’이라는 데서 무릎을 탁! 쳤어요. 저도 그렇거든요. 어느 때보다 풍요롭게 보내지만, 혹시나 허송세월하는 게 아닐까 불안해요. 소중한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서 ‘이것’만은 꼭 하는 게 있다면 뭘까요?

지. 자기 전 저녁이나, 막 일어났을 때 아침에 그날의 목표를 계획해요. 사실 계획적인 사람은 아니라서 이것저것 거창한 계획도, 정해 놓은 시간대로 계획하고 움직이는 것도 잘하지는 못하는데요. 하루하루 꼭 해야 하는 일 한 가지는 정해서 그거는 꼭 계획한 대로 끝마쳐요.


해. 그렇죠. 하루 안에서도 변수가 무척 많으니 하나라도 지키는 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 매 순간이 크게는 일생이지만 작게는 일상이겠죠. 소소한 일상에 소중한 사람들이 꼭 함께하는 걸로 보여요. 또 소중한 사람들에게 베푸는 사랑을 중시하는 걸로도 보이고요. 이렇게 주는 사랑에서 지수 님은 무얼 느껴요?

지. 나의 존재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나로 인해 누군가가 행복해지는 걸 봄으로써 오늘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겨요.


해. 존재가치… 세상에! 또 눈물이 나요. (웃음) 지금 저에게 꼭 필요한 단어에요. 사랑을 주는 것만으로도 존재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니요… 그런데도 한번 조심스럽게 질문할게요. 만약 상대방이 나의 사랑에 화답하지 않는다면요?

지. 처음엔 좀 속상하기도 할 것 같아요. 하지만 화답을 바라지 않는 사랑도 있잖아요. 오로지 소중한 사람만을 위해 주는 사랑도 사랑이죠. 그런 사랑을 한 것이라고 생각할래요.


해. 저는 지수 님처럼 아량이 넓질 않나 봐요. (웃음) 하… 화답을 바라지 않는 사랑을 한 것이라고생각하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닐 텐데요. 그럼 반대로, 소중한 사람들에게서 받는 사랑에서는요?

지. 많은 위로를 받고 있죠. 그래서 주저하지 않게 되고요.


해. 그 사람들이 지수 님의 ‘많은 생각’을 알아주고 있어요?

지. 많은 생각을 다 알아주지는 못하지만, 나와 함께해줘서 고맙다는 마음은 꼭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해.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고 싶은 생각이나 마음은 있나요?

지. 아니요. 내가 직접 드러내는 용기가 생기기 전까지는 들키고 싶지 않은 생각이 더 많아요.


해. 저는 들키고 싶어요. (웃음) 또 반대로, 지수 님은 사람들의 생각이나 마음을 알아주고 있나요?

지.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요.


해. 사람들의 생각이나 마음을 어떻게 알아줄 수 있을까요?

지. 대화를 나눌 때 표정이나 내용을 잘 잡아내는 섬세함이 중요한 것 같아요. 상대방이 말했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곰곰이 되뇌어 보기도 하고,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기도 해요.


해. 적어도 저에겐 지수 님은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이에요. 자기자신을 토닥일 줄 아는 능력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베푸는 사람, 그러니까 용기를 주는 사람이요. 지금 지수 님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죠, ‘먼 미래에 지금을 추억해보면 무모하지만 가장 용기 있는 시절일 테니 자신감을 잃지 말고 나를 아껴주자.’ 이렇게 말을 직접 옮기니 심장이 뜨거워져요. 눈시울도요. (웃음) 덕분에 오늘 하루도 용기 있게 보낸 자부심이 들어요. 그럼 저는 답례로 이런 말을 지수 님에게 하고 싶어요: “우리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지만 훗날 우리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서 더 행복하자고 했지? 나에게 이런 말을 해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 그런데 있잖아, 지금 이런 생각이 들어. 우리 이미 충분히 행복한 걸 수도 있어. 그러니까 우리 충분히 행복한 지금을 내일, 모레, 앞으로 계속 밀고 나가자.”

지. 진심이 담긴 위로 정말 고마워요. 정말 힘든 일이 생길 땐 하늘 위를 보지 말고, 옆을 돌아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옆에는 내 편인 사람들이 있어요.


해. 꼭 그럴게요. 잊지 않을게요. 인터뷰를 끝마치기 전, 처음에 했던 질문을 다르게 해보고 싶어요. 오늘 하루, 지수 님은 스스로를 충분히 사랑했나요? 혹은, 무엇을 사랑한 하루였나요?

지. 맞아요. 저는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해요.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하루지만, 이것마저 소중한 내 청춘이자 인생이에요.


기본 문. 인터뷰에서 꼭 받아보고 싶었던 질문이 있다면? 본인이 질문하고 본인이 답해보는 건 어때요?

답. 나의 생각이나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들어주고 질문해 줘서 충분한 것 같은데요? (웃음)


기본 문. 지금 본인의 인생을 살고 계시죠?

답. 저만의 방식대로 저의 인생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기본 문. 건강하시고요?

답. 네. 아직 이십대지만 하루하루 체력이 달라지는 걸 느끼며 나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어요. 지금도 건강하지만 체력관리에 힘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참, 신체뿐만 아니라 마음의 건강도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본 문. 오늘보다 내일 더 많이 웃고 덜 주저할거죠?

답. 네. 내일 꼭 행복한 일이 생기고 많이 웃게 될 거에요. 이 인터뷰를 보는 독자분들도 그러시죠?


소회


내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며 속 깊은 인터뷰를 한 것은 처음인데, 이 인터뷰집이 출판되어 읽고 있을 미래의 나는 과연 어떤 심정으로 글을 읽고 있을까 궁금해요. 꼭 원하는 삶을 살고 행복했으면 좋겠네요. 어떻게 보면 이 인터뷰는 미래의 나에게 26살의 나는 이러한 생각을 갖고, 이러한 삶을 살고 있었다 알려주는 편지 같아요. 두 번은 없을 것 같은 특별한 기회를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모두들 어제보다 더 행복한 오늘 하루 보내세요.


2021.06.08 시작 2021.07.18 마침


감사 인사


우선, 세 번째 영수 님이 되어 준 지수 님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제 요청에 쑥스러워 하면서도 흔쾌히 응해 준 것 정말 고마워요. 그 모습만으로도 큰 용기를 얻었는데, 이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 용기가 제 안에서 단단하게 자라는 걸 느꼈어요.

사실 저는 지수 님과 굉장히 다른 사람이지만, 청춘에 관한 의견에 있어서만큼은 큰 일치를 보이고 있더군요. 그렇다면 왜 나는 지수 님처럼 사람이 확고하고 견고하질 못할까 고민을 하니 우리는 삶에 대한 태도가 달라도 너무 다르더라고요. 나는 항상 나의 삶을 사랑한다고 믿었는데, 지수 님과 대화하니 그렇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지수 님과 인터뷰를 하면서 스스로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에 관해 내내 고찰했답니다. 그건 지수 님의 말마따나 인생의 사소한 순간을 즐기는 것이고,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고, 또 그런 자기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이미 스스로의 인생을 건실하게 일구고 있는 지수 님과 인터뷰를 했던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나의 삶을 한층 더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어요.

나의 신념에 공감해 주고 나의 청춘과 함께 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이 길에서 장애물을 만나거나 외로워져도 지수 님과 인터뷰를 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나의 삶을 사랑할게요. 지금도 행복한 지수 님의 인생에 더 많고 다양하며 확실한 행복이 가득차길 바래요.


이 세상의 지수’들’에게 추천하는 전해리의 글


*책[당신이 필요할 여행]의 머리말 https://brunch.co.kr/@eerouri/261

얼마 전에 저는 또 새로운 여행을 시작했어요. 바로 <당신이 필요할 여행> 집필이에요. <당신이 필요할 여행>은 <당신이 필요한 여행>의 후속으로 여행이 삶에 있어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여행을 갈 수 없는 상태에서 고찰해보는 책이 될 거에요. 여행처럼 이 책의 저술은 브런치에 공개하지 않고 진행할 거고요. 다만, 머리말 정도는 지수 님이 읽어줬으면 좋겠어요. 책에 있어 머리말은 여행을 시작하는 결심과 같아요. 이 머리말을 읽으면 지수 님도 어디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어떤 방면에 있어서 새로운 여행, 그러니까 새로운 시도를 해볼 용기를 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우리가 인터뷰에서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터라 골라 보았어요. 지금은 머리말밖에 보여줄 수 없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이 책 전체를 꼭 읽을 수 있을 거에요. 그때도 재미있게 읽어 줄 거죠?

*글<미지근해서 근사한> https://brunch.co.kr/@eerouri/242

하루하루가 기분 좋은 일로만 가득하고, 사람들의 인정이나 개인적 성취로 가득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않은 날들이 오히려 많잖아요. 저는 초라하고, 힘들고, 기쁜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은 나날들을 보내기를 굉장히 증오했어요. 그런데 지수 님과 인터뷰를 하면서 저도 그런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겨 보기를, 그 하루 속에서도 나를 기운 내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기를 시도하기로 마음먹게 되었어요. 그랬더니 나를 기운 빠지게 하는 사건들 사이에서도 내 삶을 지탱해주는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중 일부를 글로 풀어냈어요. 저는 제가 내리고 미지근해진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 글을 쓰는 일과를 정말 소중하게 여겨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하루도 충분히 근사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지수 님과도 함께 나누고 싶어요! 제가 직접 글을 읽기도 했는데, 같이 들어주면 제가 정말 기쁠 것 같아요!

*시<어제의 꿈> https://brunch.co.kr/@eerouri/211

제가 지수 님에게 말했죠, 제가 보낸 청춘은 지수 님과 다르다고요. 이런 청춘도 있다고 이 시를 읽으면서 알아주었으면 좋겠어요.

*글<젊음과 데이즈드> https://brunch.co.kr/@eerouri/46

저는 시도를 마음껏 하는 젊음을 사랑해요. 그런 만큼 저도 이리 젊을 동안 도전과 모험에 몸을 사리지 않고 싶고요. 이 글은 젊음만이 할 수 있는 시도가 무엇인지, 그 시도가 얼마나 값진 건지 주장한 글이에요. 또, 본인의 젊음을 표현하고 표출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이 세상이 얼마나 흥미롭고 진보할지 논한 글이기도 하고요. 지수 님도 나랑 같이 이 젊음을 만끽해보아요!

*개사<말하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https://brunch.co.kr/@eerouri/148

지수 님과의 인터뷰 중에, 이 시간이 소중한 줄 알면서도 조바심이 난다는 이야기가 있었잖아요. 불안해하지 말고 지금 이 시간을 제대로 활용해 보자, 성공이나 실패에 연연하지 말고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을 하자 되뇌면서도 막상 그렇게 잘 되지 않아서 저는 여전히 자주 속상하거든요. 그럴 때마다 유재석, 이적의 ‘말하는 대로’라는 노래를 들으면 이렇게 밉고 못난 시간들도 훗날 정말 그리워할까 생각하게 돼요. 그러니 인터뷰에서 지수 님이 하는 말이 결국 정답이겠죠. 우리는 정말이지 우리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으면 안 돼요. 열정을 쏟고, 내 삶을 증명하기 위해서 애쓰는 것이 후회하지 않는 길일 거에요. 이렇게 후회하지 않으며 살아가다 보면, 우리도 유재석, 이적처럼 누군가가 되어 있겠죠? 인터뷰를 하고 난 뒤 남긴 지수 님의 소회를 읽고 더더욱 이 노래를 개사한 제 글을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유재석, 이적 님의 노래말처럼, 제가 개사한 노랫말처럼 부족하고 부족한 우리의 청춘, 아주 나중에 뒤돌아보면 정말 예쁘고 소중하고 반짝반짝 빛날 거에요. 그때 우리 허심탄회하게 웃어요!


글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자 합니다


이 인터뷰를 읽은 여러분도

인터뷰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참여 방법은

아래 주소에서 확인해주세요!

https://brunch.co.kr/@eerouri/224


위 인터뷰는 네이버 포스트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3128653&memberNo=55088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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