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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신 Sep 20. 2024

어른이라는 말

어른이란 어떤 개념일까? 나이가 기준이라면 이때의 어른은 상대적 개념이다. 나보다 어리면 그 사람은 아직도 어린 사람,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 나이가 있는 사람이 된다. 어른이란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되는 개념은 아니다.


어른이란 누군가의 발자국이 되어주는 사람이다. 인간의 역사가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흐른다면, 수없는 흐름들이 겹겹이 쌓여 인간관계를 이룬다고 생각한다. 빽빽한 삶의 여정에도 분명한 어떤 여백이 생긴다.

 

그 빈 공간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어려울 때 앞에 찍혀있는 발자국을 따라 삶을 살아간다. 어른은 발자국을 따라나설 때 용기 있는 사람이다. 두려워서 무엇을 하지 못한다면 어른이라고 할 수 없다.


또래보다 의젓하고, 리더가 되는 어린이에게 하는 칭찬에 어른스럽다는 표현이 있다. 어른스럽다는 말은 비록 지금은 어린이지만 조만간 엄청난 발전을 할 사람이라는 기대감이 가득 들어있다. 실제로 이런 칭찬을 들은 어린이는 삐뚤게 자라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사회에 뿌리를 잘 내리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주변에 그다지 도움이 잘 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어른이란 그런 사회적인 쓸모와는 다른 개념이다. 어른은 자기 자신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갖는 사람이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지속적으로 알아가려는 사람이다.


나이의 양(量)이 주는 에너지가 분명히 있다. 나이를 많이 먹다 보니 겪은 경험들로 학습된 것이다. 삶의 경험치가 높아져서 지식과 지혜를 갖추고 행동으로 이어지는 사람, 함께하는 주변에 도움이 되면 더 좋겠지만 스스로 에너지를 갖춘 사람이 어른이다.


결국,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낸 내적인 힘이 있는 사람이 어른이다. 그러나 어른이란 어떤 결과는 아니다. 나침반이 극을 가리킬 때 바른 방향을 향한 바늘의 끝이 미세하게 늘 떨리듯이, 미세하게 흔들리지만 바른 방향을 향하며 존재하는 인격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바른 방향을 가리키고자 미세하게 떨리는 살아있는 순간을 살고 있다. 사실 이미 어른이 되었다. 발자국이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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