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 나아진 엄빠의 삶
마지막 육아일기를 쓴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조선시대 육아일기인 양아록을 보면, 아기가 돌일 때까지는 꽤 자주 작성하다가, 돌이 지나고부터는 작성 빈도가 확 떨어지는데,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돌 때까지는 아기의 성장 속도도 더 빠른 것 같고, 그만큼 부모들도 영감을 느끼는 때가 더 잦은 것 같다.
돌이 지나고부터는 점점 귀여움과 놀라움에 익숙해져서, 아기야 비슷한 속도로 계속 자란다지만, 영감을 느끼는 순간은 덜 잦게 찾아오는 것 같다.
돌이 지나고 17개월인 현재까지 있었던 굵직한 뉴스로는,
1. 생후 처음으로 감기에 두 번 걸렸었고,
2. 걷기를 어느 정도 마스터했다.
라는 것 정도? 그 외의 발전사항들은 기존의 발전에서 계속 연장인 셈이다. 말을 더 잘하게 되었다든지, 더 잘 알아듣게 되었다든지, 더 잘 움직이는 것 등.
그래서 필자도 양아록의 저자처럼 점차 육아일기를 덜 잦게 쓰게 되는 것 같다.
아무튼,
요즘 우리 부부의 이슈 중 하나는 데이케어를 언제 보낼 것인가이다.
미국의 데이케어는 한국의 어린이집 같은 건데, 빠르면 12개월부터, 늦어도 24개월.. 정말 늦으면 36개월 안에는 다 보내는 것 같다.
물론 데이케어(대략 12개월 정도부터 세 살까지), 프리스쿨(대략 두 살부터 네 살까지), 킨더가튼(다섯 살), 초등학교(여섯 살부터)의 흐름 중 킨더가튼부터만 의무교육이니까, 데이케어나 프리스쿨은 전부 선택사항이다.
데이케어와 프리스쿨을 나눠놨지만, 사실상 비슷한 구석이 많아서, 굳이 나누는 게 의미가 없기도 하다. 아마 원래의 구분은 좀 더 아기를 돌봐주기만 한다라는 개념이 데이케어인 것 같고, 좀 더 교육까지 해준다는 게 프리스쿨인 것 같은데, 이름은 데이케어면서 프리스쿨스러운 곳도 많고, 이름은 프리스쿨인데 데이케어스러운 곳도 많으므로, 정확한 구분은 없는 것 같다.
우리 같은 경우는 우선 24개월을 생각 중인데, 필자는 24개월에는 보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쪽이고 아내는 36개월까지는 집에 있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이다.
비용은 반나절 반으로 월에 $2,000에 육박해서 상당히 부담이지만... 그 대신 상당한 부분의 교육과 육아를 맡길 수 있으니 부모의 생산력 관점에서 보면 할 만한 투자인 것 같기도 하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집에 있는 게 최고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또 반나절 정도는 나름의 사회생활을 하는 게 좋으려나? 싶기도 하고... 아기의 생각은 잘 모르겠다는 게 결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인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만약 24개월에 보낸다면 집에서 부모와 24시간 함께할 수 있는 날이 어느덧 7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정말 너무 힘든 시간이었지만, 돌아보면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추수감사절 맞이 어머니와 형네 가족과 샌 디에고 여행 중인데, 이런 시간들이 전부 엄청 소중한 기억인 것 같고 삶의 의미인 것 같다.
다음 일기를 언제 작성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가족 모두 건강하기만을 바라며 글을 마쳐야겠다.
다음 주 연재는 샌 디에고 여행 후기가 될 것 같다.
그럼 구독자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