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하지 마 인생은 말이야

고마워요, 나의 뮤직 스타 10

by 단짠

국밥집을 나설 땐 이미 할머니는 잊혔다. 우리는 제각각 '잘살아서 노후에 풍요하리라'는 다짐을 시작했다.

택시를 잡으러 큰길로 가는 길에 화장실에 들어갔다. 광안리 바닷가라 공중화장실이 크고 시설도 좋았다.

“니 혼자 갔다 와라. 우린 앞에 있을 게, 담배 한 대 피워야겠다.”


혼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볼일을 보고 나오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 그 할머니가! 문을 열고 나오자 바로 내 앞에 할머니가 서 있었다.


“어- 어- 할머니?”


여전히 할머니는 들리지 않는 듯 대답을 하지 않으셨다. 태연한 척 거울로 다가가 수돗가에서 손을 씻고 거울을 보는데 할머니가 나를 뚫어지라 보시는 게 아닌가? 왜? 나를! 무서웠다. ‘얘들아.’ 외쳤지만 속으로만 소용돌이쳤다.


“할머니 새벽 3시가 넘었어요. 집에 안 가세요? 안 추우세요?”


질문이 마치자마자 할머니는 재빠르게 내 앞으로 다가오셨다. 섬뜩해서 수돗가 벽으로 붙는데 할머니 얼굴이 내 가슴 아래 닿을 듯 바짝 다가와있었다. 작은 체구의 할머니는 말랐지만 허약한 체구가 아니었다. 커다란 보따리를 세면대 넓은 자리에 놓았고 뒤적거리셨다. 깊숙이 손이 들어갔다가 헤집듯이 누비시더니 뭔가를 꺼내신다.

‘뭐지? 날 찌르려나? 이상한 마녀 같은 할머니인가?’


할머니는 곱사등이 등처럼 굽은 손가락으로 내 손을 가리키며 손을 내밀라는 듯이 손가락을 굽혔다 폈다가 했다. 거역할 수 없는 침묵의 손가락을 따라 손을 펼치니 할머니는 뭔가를 내게 건넸다. 불쑥.


“할머니 뭐예요?”

“가져.”

“네?”


목걸이였다. 인디언들이나 할 거 같은 깃털이 달린 방울을 가죽끈에 묶은 목걸이였다. 예쁘지는 않았지만 독특했다.


“할머니, 왜 저에게?”


또 말없이 나를 바라보셨다. 순간 돈이 필요하신 건가 싶었다.


“할머니 얼마예요? 만원? 이 만 원?”


말없이 고개를 가로로 저으셨다. 단호하게 입을 다물어 보이셔서 난 더 물을 수도 없었다.


“할머니 정말 감사해요. 그런데 왜 저에게?”

“슬퍼하지 마. 인생은 여행이야.”

“네?”


할머니는 말을 마치자마자 보따리를 다시 들쳐 메시더니 쏜살같이 화장실 입구로 빠져나가셨다.


“할머니!”


잠깐 뒤돌아보셨지만, 그 진지한 눈빛에 나는 뒤쫓아 갈 수 없었다.

‘경숙아 미경아 할머니 좀 붙잡아.’


해변까지 걸어가 담배를 피웠던 경숙과 그 곁을 지키던 미경이가 돌아왔을 땐, 난 깃털 달린 방울 목걸이를 손에 쥐고 더는 보이지 않는 할머니의 모습을 찾고 있었다. 눈으로 사방을 살펴봤지만 몸은 굳은 기둥 모양으로 뻣뻣하게 굳어있었다.

‘할머니는 누구세요?’


“뭐고?”

“아까 그 할머니가 주셨어.”

“할매가?”

“슬퍼하지 말래. 인생은 여행 이랬어.”

“여행?”


우린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갈 수 없었다. 할머니를 만나고 싶었다.

'어디에 살고 계실까? 할머니는 집으로 가셨을까? 추위에 떨고 계신 건 아닐까? 누구세요, 할머닌?'

“방파제 쪽 길로 가볼게. 니는 해변으로 가고 미희는 버스정류장 쪽으로 가고.”

“전화 잘 받고.”


우리는 세 방향으로 흩어져 할머니를 찾기 시작했다. 큰길에서 작은 길 사이를 돌아다니며 할머니를 찾다가 편의점도 들어가 보고, 건물 계단에 계실까 싶어서 건물 안쪽도 살피며, 겨울바람이 볼을 차갑게 얼어도 장갑으로 볼을 비빌 여유도 없이 찾고 찾았다.

‘할머니 추워요. 할머니 어떤 사람인가요? 할머니는 어떤 인생을 살아오셨나요?’

내 안에 수 없는 질문이 할머니를 향해 쏟아져 광안리 거리거리로 흩어져 갔다.


“공중화장실로 다시 와라. 할 만큼 했다. 아이가.”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멈춘 것만 같은 미안함이 새벽 공기처럼 싸늘했다. 경숙이 전화에서 말한 대로 다시 공중화장실로 걸어가는데 손목에 감은 깃털 달린 방울 목걸이가 ‘ 때라랑 ’ 바닷바람에 고운 소리를 냈다. 순간 눈물이 흘렀다. 할머니 미안해요. 잘 못 살아왔을 거라고 그래서 남루한 옷차림으로 거리에 있을 거로 생각해서 미안해요. 끝까지 설득해서 따듯한 곳으로 모셔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할머니, 할머니 옷이 남루하다고 할머니 삶을 남루하게 봐서 미안해요. 어린아이처럼 소리 내어 울었다. 경숙과 미경이가 열 걸음 앞에 보였다. 난 냅다 뛰었다.


“경숙아, 미경아.”


두 팔 벌려 경숙이와 미경이를 끌어안았다.

“괜찮아. 우린 잘 살아왔어.”

“닌 하여튼 서울 가시나.”


미경은 투덜대는 말투와 달리 두 팔 벌려 우리를 안았다.


“인생이 여행 이라잖아. 다음 여행지로 가면 된다. 아이가.”


우리 셋은 서로를 끌어안았다. 마흔 살, 세 여자의 울음소리에 거리를 지나가는 젊은이들은 재미있다는 듯 핸드폰으로 찍어댄다.


“마. 지랄하네.”


역시 경숙이다. 카리스마 있다.


“야들아. 해가 뜬다. 저 짝 바라.”


“미경이 엉덩이 닮았다.”

“머라케샀노.”


우린 얼싸안고 떠오르는 광안리 아침 해를 맞이했다. 주홍빛 뽀얀 햇살이 볼에 스며들어 미소를 머금은 얼굴을 만들어주었다.


“미경이 엉덩이 닮은 해가 떴다. 여행 가자.”


까르르까르르.


-끝 -


https://youtu.be/JKRyIyz4qMw

I have a dream

I hav a dream, a song to sing
To help me cope with anything
If you see the wonder of a fairy tale
You can take the future even if you fail

I believe in angels
Something good in everything I see
I believe in angels
When I know the time is right for me
I'll cross the stream
I have a dream

나에겐 꿈이 있어요, 부를 노래가 있어요.
어떤 일이든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동화 속의 놀라운 일들을 보게 되면
비록 실패할지라도 미래로 나아갈 수 있어요

나는 천사를 믿어요
보는 것마다 뭔가 좋은 게 있어요
나는 천사를 믿어요
적당한 시기가 오면 개울을 건널 거예요
나에겐 꿈이 있어요

- ABB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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