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도 입으로 먹고 똥꼬로 뱉은
오늘은 낮 1시에 출근해서 저녁 9시에 퇴근하는 월요일이다.
일주일 중 삼일이 그렇고 나머지는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이다. 무탈한 주말과 휴일을 보내고 모닝커피와 함께 여유로운 아침을 보낸 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출근을 했다.
"내일 ㅇㅇ 다녀올게요."
"말일에 가신댔잖아요."
"(어쩌고 저쩌고) 해서 내일 가려고요."
"네, 알겠어요."
"그러니까 내일은 선생님이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9시에 퇴근하세요."
"네?"
"그리고 목요일에 3시간 일찍 퇴근하면 되잖아요."
이런 걸 요즘 말로 '노 어이'라고 하는 구나.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하고 말고는 내게 상의하고 부탁했을 때 내 선택에 달린 것이고 내일 일찍 갈지, 모레 일찍 갈지 정하는 것 또한 내 권리인 것을. 본인이 뭔데 일방적으로 강요질이지? 지가 대체 뭔데 내 사적인 시간까지 마음대로 계획하고 강제하려 해?
사무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기도 전, 오전 근무자가 어처구니없는 말들을 신명나게 지껄였다. 말일 날 가기로 했던 출장지를 내일 가려고 한다면서 갑자기 나더러 본인 출근 시간인 아침 9시부터 내 퇴근 시간인 저녁 9시까지 12시간을 아니, 점심시간 제외하고 11시간을 근무하라는 것이다. 대신 목요일에 3시간 일찍 가면 되는 것 아니냐는 어이 상실성 개 논리로 인심 쓰듯이.
'나이도 입으로 먹고 똥꼬로 뱉으셨어요?' 격하게 내지르고 싶었다. 나보다 나이 많은 냥반이라서 지금까지 이래도 저래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군말 없이 예우하고 눈감아 줬더니 나를 점점 물로 보는 기분이 들어서. 일정을 함께 조율하며 근무해야 하는 상호관계인데 양해를 구하기는커녕 상의 한번 없이 나의 의사도 묻지 않은 채 일방적인 명령조로 내뱉다니.
낮 1시 출근은 12시 넘겨 나와도 아침과 다르게 막힘없이 가뿐하게 출근할 수 있지만, 러시아워 시간대인 오전 출근은 기상 시간부터 많은 시간이 배 이상으로 소요된다. 1시 출근은 느지막이 11시 반 기상으로 하루를 시작해도 되지만, 오전 9시 출근은 아무리 늦어도 6시 반 기상으로 이른 하루를 시작해야만 한다. 오늘 퇴근은 9시고. 모레도 근무일이다.
결론은 오늘 밤 퇴근 후 내일 새벽부터 피로하게 일어나 점심시간을 포함하여 밤 9시까지 12시간을 수고하고, 다음날도 출근해야 하는데. 개념도 양심도 없이 덧뺄셈 산수식으로 3시간? 다음날 하루를 온전히 쉬라 했어도 그런 일방적인 통보에 반갑다마는 하지 않았을 텐데. 모레도 아닌 목요일 3시간? 미친 거 아냐?
물론 추가된 근무 시간만 계산하자면 틀리지만은 않는 숫자지만, 말하는 태도와 방식이 틀려먹은 그런 냥반 때문에 나의 피로와 수고로움을 감수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 피로는 내일 하루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 최소한 모레까지는 이어질 게 분명하므로. 마음을 가다듬고 부드럽게 둘러댔다.
"밥 약속이 있어서요."
"몇 시요?"
"출근 전에요."
"그러면 출근했다가 점심시간에 사무실 근처에서 먹고 오면 되겠고만요."
와... 뭐지?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지? 지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그게 어떤 약속일 줄 알고? 출근 전 약속이라고 먼저 말했는데 출근했다가 점심 시간에? 그것도 사무실 근처에서? 이미 예약된 장소가 실제로 있으면 어떡하라고? 알고 있는 욕이란 욕이 입 안에서 한 바가지 맴돌았다. 꾹 참아 욕만 거르고 단호하게 말했다.
"안 되겠어요."
"왜요?"
"못해요."
"못해요?"
"네. 못해요."
"알았어요."
그 냥반은 굳어진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으레 그래왔던 것처럼 "네, 그래요."라는 나의 순순한 대답을 들을 줄로만 알았겠지만, 처음 거절을 당했으니 당황했겠지. 아닌가? 본인이 한 짓은 생각도 않고 냅다 기분만 나빴을라나? 그간 하는 짓으로 보아와 그럴 확률이 매우 높긴 하다.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정중하게 부탁했더라면, 내 의사를 존중해 먼저 물었더라면 기꺼이 들어주고도 남았을 거다. 나의 배려를 권리로 이용하고 나의 일부 허용을 모두 용납으로 착각한다면 나는 기꺼이 거절과 무시로 답해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