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너머 훔쳐본 요리의 세계
계절을 느끼는 삶을 살고 싶다. 봄에는 벚꽃을, 여름에는 해바라기를, 가을에는 단풍과 은행을, 겨울에는 눈꽃을 보며 살고 싶다. 하지만 아직 지도 앱에 저장해둔 해바라기 밭 근처에도 가보질 못했고, 부산 사람인 내가 눈꽃을 보려면 대장정에 올라야 한다. 한 계절, 한 계절 알차게 느끼기란 참 쉽지 않다.
요리 영화를 좋아한다. 영화 주인공이 소박하고 정감 가는 부엌에서 부지런히 요리하는 모습이 내게 편안함을 준다. 같은 요리 영화를 몇 번이고 보는 나를 보며 누군가는 '안 지겨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그게 너무 재밌다. 어떨 때는 아직 영상에서 냄새를 구현하지 못하는 게 얼마나 아쉬운지 모른다.(특히 영화 '카모메 식당'의 시나몬롤 장면을 볼 때 그렇다.) 우리나라에는 아쉽게도 요리 영화는 많지 않지만, sns를 통해 요리 인플루언서들의 정말 잘 만들어진 요리 영상들은 많이 접할 수 있다. 한때 이 영상들을 보며 그들이 공구하는 요리 도구들을 엄청 사 모았다. 덕분에 무쇠 궁중 웍, (토스트와 베이컨을 굽기 좋은) 납작하고 네모난 프라이팬, 시즈닝이 필요없는 무쇠 프라이팬, 계란말이 팬, 빠에야 팬,... 다양하게 가지고 있다. 심지어 타코야키 팬까지 있을 정도.(아직 한 번도 쓴 적이 없다.) 하지만 이 모든 요리 도구들은 내 주방 하부장에 대부분 장식되었는데, 자취를 했던 7년 동안 혼자 먹기 위한 밥을 차리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드디어 오래 만난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같이 살기 시작했다. 이제 먹을 입이 하나에서 둘이 되었다. 혼자 먹어야 하는 요리가 하기 싫었던 거지, 영화 속 주인공처럼 뭐든 척척 만들어내는 사람을 동경했던 나는 그동안 어깨너머로 엄마의 요리 비법을 몰래 훔쳐봤다. 사실 대놓고 많이 물어보고 곁에서 사진을 찍어가며 메모해뒀다. 엄마에게서 배우지 못한 요리를 가르쳐 주는 유튜버 선생님, 인플루언서 선생님들도 있다. 넘쳐나는 tv 요리 예능에서도 팁을 얻을 수 있다. 가지고 있는 요리 도구는 충분하고, 입도 둘이 됐겠다, 이제 매년 계절 식물들을 다 보러 다니진 못해도 부지런히 계절이 느껴지는 밥상을 만들어보고 싶다. 이치코*처럼 척척 만들어낼 그날까지!
*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 직접 수확하거나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요리를 하며 영화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