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당(煙霞堂)
이런들 엇더하며 뎌런들 어떠하료.
초야우생(草野遇生)이 이러타 엇더하료.
하물며 천석고황(泉石膏肓)을 고텨 므슴하료.
연하(煙霞)로 집을 삼고 풍월(風月)로 벗을 사마,
태평성대(太平聖代)에 병(炳)으로 늘거가뇌.
이 듕에 바라는 일은 허므리나 업고쟈.
- 이황,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 中
서쪽으로 너른 창을 내고 싶다. 일이 끝나고 돌아오면 그 창을 통해 들이친 햇빛이 집안에 가득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안에 하루 종일 시달렸던 몸과 마음을 뉜 채 매일의 노을을 기다리고 싶다.
낮이면 맡은 일을 양심적으로 성실히 해내고, 저녁이 되면 새로 밥을 지어 소박하지만 맛있는 한 끼 식사를 만들어 먹는 것. 철마다 정원을 돌보고, 사랑하는 이와 끝나지 않을 이야기를 나누는 것. 언제까지고 아름다울 노을 속에서 그렇게 서로를 오래도록 돌보는 것이 나의 거창한 꿈이다.
안개와 노을과 빛나는 햇살. 철마다 달라지는 아름다운 풍광을 일컫는 사자성어인 "연하일휘(煙霞日輝)". 어느 날 엄마는 집 이름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우리에게 이 사자성어를 건네주었다. 남은 삶을 저녁노을처럼 아름답게 가꿔가기를, 고요한 평화 속에서 오늘도 잘 살아냈음을 감사하고 또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기를 바란다며.
그렇게 우리 집의 이름을 연하당(煙霞堂)이라 지었다.
+ 묘하당은 필명 :)
2022.04.12. 시공계약: 서울한옥 by 젤코바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