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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당 Apr 28. 2022

실시설계를 마치며

회의가 있을 때마다 신나게 준비했던 한 끼 식사, 도란도란 끝을 모르고 이어지던 이야기와 어느새 한가운데 뛰어들어 소리를 질러대던 빠위, 늦은 밤 소장님을 배웅하고 둘이서 오르던 집 앞 언덕의 고요함. 지나고 나니 이 모든 게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었다.


완연한 봄임을 알아차릴 때면 계절은 이미 여름의 문턱을 넘어있는 것처럼, 그렇게 설계의 시간도 끝이 났다.  그리고 듬성듬성 하늘이 보이던 텅 빈 나무에 꽃이 피고 잎이 나듯, 그 시간 동안 하얗기만 했던 도면 위에도 빼곡히 선이 그어지고 가득 숫자가 쓰였다.


행복한 계절이었고, 충실했던 시간. 그 시간이 여전히 그립지만, 이제는 푸른 여름을 맞아 꽃이 피었던 자리가 한껏 부풀기를, 그리고 그곳에 탐스러운 열매가 열리기를 바랄 차례다.

마당에서 바라본 대문(2022), 선한공간연구소

2021.05.21. 삼청동 한옥 매매 계약

2021.09.06. 설계계약: 선한공간연구소

2021.09.30. 삼청동 한옥 중도금

2021.10.08. 기본설계 시작

2021.12.03. 기본설계 종료

2021.12.21. 첫 번째 실시설계 미팅

2021.12.31. 두 번째 실시설계 미팅

2022.01.12. 주택담보대출 신청

2022.01.13. 주택담보대출 현장 감정

2022.01.14. 세 번째 실시설계(인테리어) 미팅

2022.01.19. 삼청동 어르신의 이사

2022.01.20. 부분철거

2022.01.26. 잔금 지불 완료

2022.01.31. 네 번째 실시설계(인테리어) 미팅

2022.02.16. 다섯 번째 실시설계(인테리어) 미팅

2022.02.25. 여섯 번째 실시설계 미팅

2022.04.10. 여전히 시공사 선정 중

2022.04.12. 시공계약: 서울한옥 by 젤코바코리아

2022.04.15. 동네 첫인사

2022.04.22. 실시설계 종료


경복궁의 봄(2022), Pentax MX/Kodak Portra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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