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 치르던 날
드디어 오늘, 잔금을 치렀다.
작년 설날 연휴부터 본격적으로 집을 구경하기 시작했으니 그리 생각하면 1년 만에, 계약서를 쓴 날로부터는 251일 만에 “우리 집”이 생겼네. 말 그대로 “드디어”.
집을 가지는 건 처음이기에 절차가 끝나고 나면 꽤나 감개무량할 줄 알았더니만 의외로 좀 덤덤했다. 엉뚱하게 여기저기에 좋은 소식을 전하던 와중 문득 감정이 치받는 순간이 있긴 했지만.
왜 그랬을까. 내 소유의 집이 없다고 딱히 크게 아쉬운 적도 없었고(심지어 전셋집에서 쫓겨날 때도), 세 들어 살던 집이 한없이 비싸질 때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암만 생각해봐도 여전히 잘 모르겠다.
찻집에 내리쬐던 겨울의 햇빛이, 창밖에서 조용히 흔들리던 남천이, 저 먼 곳의 인왕과 백악이 문득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을까.
立春大吉萬事如意亨通
(입춘대길만사여의형통)
萬福咸至
(만복함지)
建陽多慶
(건양다경)
父母千年壽
(부모천년수)
子孫萬代榮
(자손만대영)
삼청동 집 대청에 붙어있는 글귀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봄. 떠나신 분에게도, 그리고 우리에게도 임인년(壬寅年)의 봄은 꼭 입춘첩과 같기를.
2022.01.14. 세 번째 실시설계(인테리어) 미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