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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당 Feb 04. 2022

입춘대길만사여의형통

잔금 치르던 날

드디어 오늘, 잔금을 치렀다.

작년 설날 연휴부터 본격적으로 집을 구경하기 시작했으니 그리 생각하면 1년 만에, 계약서를 쓴 날로부터는 251일 만에 “우리 집”이 생겼네. 말 그대로 “드디어”.

집을 가지는 건 처음이기에 절차가 끝나고 나면 꽤나 감개무량할 줄 알았더니만 의외로 좀 덤덤했다. 엉뚱하게 여기저기에 좋은 소식을 전하던 와중 문득 감정이 치받는 순간이 있긴 했지만.

왜 그랬을까. 내 소유의 집이 없다고 딱히 크게 아쉬운 적도 없었고(심지어 전셋집에서 쫓겨날 때도), 세 들어 살던 집이 한없이 비싸질 때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암만 생각해봐도 여전히 잘 모르겠다.


찻집에 내리쬐던 겨울의 햇빛이, 창밖에서 조용히 흔들리던 남천이, 저 먼 곳의 인왕과 백악이 문득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을까.


立春大吉萬事如意亨通

(입춘대길만사여의형통)

萬福咸至

(만복함지)

建陽多慶

(건양다경)

父母千年壽

(부모천년수)

子孫萬代榮

(자손만대영)


삼청동 집 대청에 붙어있는 글귀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봄. 떠나신 분에게도, 그리고 우리에게도 임인년(壬寅年)의 봄은 꼭 입춘첩과 같기를.



2021.05.21. 삼청동 한옥 매매 계약

2021.09.06. 설계계약: 선한공간연구소

2021.09.30. 삼청동 한옥 중도금

2021.10.08. 기본설계 시작

2021.12.03. 기본설계 종료

2021.12.21. 첫 번째 실시설계 미팅

2021.12.31. 두 번째 실시설계 미팅

2022.01.12. 주택담보대출 신청

2022.01.13. 주택담보대출 현장 감정

2022.01.14. 세 번째 실시설계(인테리어) 미팅

2022.01.19. 삼청동 어르신의 이사

2022.01.20. 부분철거

2022.01.26. 잔금 지불 완료


대청의 입춘첩(2022), 아이폰 13 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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