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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당 Jan 24. 2022

돈, 빌려 드릴게요

주택담보대출 신청

2022년의  첫 월요일, 얼어붙은 길을 조심조심 올라 지리산 노고단 밑에 막 도착했을 때 대출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진행하는 걸로 할  테니 이런저런 서류를 들고 오시라고, 액수는 만나서 얘기하자고. 그대로 차를 몰아 서울로 향해 서류를 잔뜩 떼서는 곧바로 끝을  보고 싶었지만, 은행도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나. 실제 일정은  일주일 뒤였다.  


사진은  신림동의 고시공원. 신혼생활을 시작했던 고시촌을 떠나기 전,  동네 꼭대기에서 바라본 서울의 모습이다. 당시 이 동네의 한 커피  가게 종이컵에는 "꿈이 있는 동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는데, 나는 그 글을 꽤나 낭만적이라고 받아들였던 반면 실제로 학업의 늪에  빠져있던 배우자는 몸서리치도록 싫어했던 기억이다. 아, 나도 지금 생각해 보니 꿈이라는 게 있기는 있었다. 앞으로 봐도 뒤로  봐도 제정신인 걸로는 보이지 않는 직장 상사 몇몇에 대해 ‘그래 내가 날 잡고 이놈들 싹 다 북어 패듯 패 버리고  그만둬버려야겠다’는 그런 꿈(아쉽게도 이루지는 못했다).


그리로부터  강 북쪽의 다른 원룸과 강 남쪽의 투룸(투룸은 정말이지 꽤나 감동적이었다)을 거쳐 중간에 쫓겨나는 바람에 얼떨결에 살게 되었던  아파트까지. 그 긴 여정을 거쳐 드디어 오늘!  주담대를 받기 위해 뭔지도 모를  두툼한 서류 뭉치에 이름을 수도 없이 적어  넣었다. 아직 실사도 남았고, 대출 기준을 맞추기 위한 작은 공사도 남아있지만,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놀라운 날이었기에 돈을  빌리는 입장임에도 끝나고는 호기롭게 비싼 삼계탕도 한 그릇씩.


두 사람 모두 분명 예전과는 다른 꿈을, 좀 더 꿈다운 꿈을, 무엇보다 함께 꾸고 있다.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일, 게다가 확실히 앞으로 나아가기까지 하는 요즘이니 때로는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힘을 내자.


2021.05.21. 삼청동 한옥 매매 계약

2021.09.06. 설계계약: 선한공간연구소

2021.09.30. 삼청동 한옥 중도금

2021.10.08. 기본설계 시작

2021.12.03. 기본설계 종료

2021.12.21. 첫 번째 실시설계 미팅

2021.12.31. 두 번째 실시설계 미팅

2022.01.12. 주택담보대출 신청


꿈이 있는 동네(2015), Galaxy S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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