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와 내리기
드디어 기와 내리기가 시작되었다.
한옥의 경우 지붕 위를 다양한 용도의 흙으로 덮는데(보토, 강회, 알매흙, 아구토, 홍두깨흙 등), 그렇기에 그 위에 올라있는 기와를 내리게 되면 상상하기 어려운 양의 흙먼지가 날리게 된다. 이웃들에게 가해지는 민폐도 민폐지만, 일하시는 분들의 고충은 형언할 수 없는 수준. 방진마스크를 착용을 해도 더운 날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분진을 모두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인 것처럼 보였다.
그 와중에 옛날 기와의 다양하고, 또 아름다운 무늬에 매혹되어 수키와를 수십 장 챙겨달라 부탁을 드렸다. 현장에서 기왓장 한 장 나르지 않는 입장이라 대단히 송구했지만, 염치 불고하고 여러 차례 머리를 조아린다. 나중에 정원에도 사용하고, 한 장 정도는 잘 닦아 책장에도 놓을 생각이다.
단열과 방풍을 위해 작은 창이 나있던 집의 하늘이 열리자 방안으로, 그리고 내 마음으로도 한순간에 빛이 왈칵 쏟아져 들어온다. 어지럽게 얽혀있는 전선과, 아무렇게나 튀어나온 산자(橵子), 방 한가득 쌓여있는 흙을 보고 있자면 때때로 마음이 복잡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집에 빛이 가득 들이치니 그저 좋기만 하다.
일견 상태가 좋아 보이지만 부연(附椽, 덧달아낸 처마), 평고대(平高臺, 지붕의 곡을 만들기 위한 부재), 연함(椽檻, 수키와와 평고대 사이를 메우기 위한 부재) 등은 푹 썩어 만지기만 해도 바스러져 버린다. 워낙 연한 나무를 쓰는 부분이기도 하고, 목재의 두께가 얇은 데다가, 외부로 노출되기까지 하는 부분이니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우리 집의 경우 천장이 노출된 부분과 가려져 있던 부분에 다른 두께의 서까래가 사용되었는데, 그 시대 집장사들의 실용주의라면 실용주의이고, 상술이라면 상술이다. 궁금해지는 건, 1940년대 이 집을 처음으로 분양받던 집주인도 이걸 알았을까?
집을 짓는 데 있어서 현장에서 건축주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 같은 건 없다. 쓸데없이 빈번하게 현장을 찾아 힘들게 일하시는 분들께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 가끔씩 찾아가게 되면 빈손으로 가지 말고 시원한 음료수라도 양손 가득 사 들고 가는 것, 그리고 그분들의 큰 노고에 인색함 없이 감사를 표하는 것. 아마 이 정도가 건축주의 역할 아닐까. 현장에 계신 분 들에 비하면 너무나도 쉬운 일이다. 그래서인지 공사가 시작되자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