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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당 Jun 07. 2022

결국 또 마음의 문제

공사가 미루어지다

불안하지 않은 건축주가 있겠냐만, 특정 시공사와의 견적 산출 과정에서 큰 지연을 겪었던 터라 매사에 있어 민감도가 특히나 더 높아진 상태였다.

성공적으로 시공 계약을 체결한 이후, 우선 천장 해체를 진행하고 발주가 필요한 자재의 양을 산출해 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일반적인 방식이 아닌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과대 발주나 과소 발주를 하게 되면 시공사가 손해를 입게 된다는  역시  알고 있었기에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었다.


문제는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는 , 그리고 일부 철거만으로 도저히 필요한 양의 부재를 산출해   없어 결국 지붕 전체를  철거하게 되었다는 .  달이라는 귀한 시간을 별다른 소득 없이 그냥 흘려보냈다는 생각이 들자, 그때부터 마음속에  천불이 일기 시작한다. 무식한 건축주 입장에서 보자면 부재 파악은 길어야 일주일이면 끝날 일이었고, 이런저런 절차를 감안하더라도  주일을 넘길 일이라는 납득이 되지 않았으니까.


사흘 뒤부터 본격적인 철거 공사를 시작하기로 결정한 상태였기에  시점에서 문제 제기를 해서 실질적으로 얻어   있는 없었지만, 감정의 앙금을 남겨놓지 않기 위해 볼멘소리를 잔뜩 하고는 급하게 회의를 잡았다.


얘기를 나눠보고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 돌아오는 경우 계약을 해지할 생각이었고, 만약 모든 시공사가 이런 식이라면 필지 자체를 매도해버릴 각오까지도 하고 있었다. 이미 투입된 설계 비용이나 세금 같은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집을 사고 고치는 모든 과정과 결과는 행복해야만 하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간신히  시간 남짓 잠을 자고는 한껏 가슴을 부풀린  회의장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받아  것은, 목수님께서 직접 작성하신 도면 묶음과 사진집.


여러 차례 현장에 들러 손수 사진을 찍으시고, CAD 멋지게 그려진 설계 도면이 있음에도 당신의 마음에 맞게 하나하나 다시 종이 위에 그려 넣은 그런 도면, 우리  도면.


결론적으로 최선의 판단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해볼 만한 시도였고 그 시간이 결코 헛된 시간은 아니었음을. 그렇게 차분히 지난 한 달을 설명해 주시는 대표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나의 모진 마음은 부끄러워서 숨어버렸는지 어느새 찾을 수조차 없었다. 화를 내려고  찾아간 자리에서 건넬 이야기가 감사하다는 말뿐이었으니. 물론 시공사에서도 이제부터는 당연히 불안할 건축주들의 마음을 보다  충분히  헤아려 진행 상황이나 계획 등을 보다 빈번하게 공유해 주시기로 약속해 주셨다.


집을 짓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어려움의 대부분은 서로 다물어 버리는 입이나, 의심하는 마음 등에서 기인하는 것 아닐까. 애당초 다짐했던 바와 같이, 앞으로 닥쳐올 어려움 속에서도  배에 올라탄 사람들과 감사와 아쉬움을 솔직하게 나누자. 그리고 아름다운 공간을 만드는 동안 나의 못난 마음도 그에 어울릴  있도록 함께  다듬어 보자.

 


2021.05.21. 삼청동 한옥 매매 계약

2021.09.06. 설계계약: 선한공간연구소

2021.10.08. 기본설계 시작

2021.12.03. 기본설계 종료

2021.12.21. 실시설계 시작

2022.04.12. 시공계약: 서울한옥 by 젤코바코리아

2022.04.22. 실시설계 종료

2022.04.23. 공사 시작

2022.05.21. 철거 공사 전 긴급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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