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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 Dec 16. 2024

고구마 맛나게 굽는 법

온돌 같은 사람이 그립다

  고구마를 장작 난로에 구웠다. 요즘 장작 난로는 대부분 군고구마 통이 달려있다. 철깡통을 개조해 군고구마 통을 만들고 리어카에 올린 노점상을 본 적 있는가. 1980년대 중반, 서울의 변두리 골목 어귀에서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스무 살 청춘이 골목에서 군고구마처럼 달구어졌던 추억을 떠올린다.  요즘 서울의 겨울 골목은 어떤지 모르겠다. 서울을 떠나온 지 오래고, 겨울 풍경도 낯설다.


  난롯불이 세면 고구마 속은 익지 않고 겉만 탄다. 겉은 타지 않으면서 속까지 익히게 하려면 은근한 숯불의 열기로 시간을 들여야 한다. 이따금 뒤집어 주면서.


  사람 관계도 이와 같지 않을까? 급히 서둘면 겉도는 관계일 뿐 속 깊은 친밀함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코로나 이후 사람들의 관계는 더 멀어진 듯하다. 상처받는 게 싫어서, 사생활을 중시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혼밥, 혼술이라는 단어가 익숙한 세태다. 외롭지 않다. 고독하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빈 구석을 채우려 무엇이든 가져다 놓게 된다. 채우기보다 비우기가 더 어렵다.


남녀 간의 사랑도 잘 익으려면 은근한 관심과 배려와 기다림으로 해야 하지 않을는지. 


  비는 쉽게 뜨거워졌다가 급히 식어버린다.

온돌 같은 사랑, 바로 달구어지지 않아도 한 번 달궈지면 밤새 식을 줄 모르는 구들장 같은 사람이 그리워지는 겨울이다.


 잘하세요!

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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