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에이지 이후, 전간기 戰間期 여성 삽화가들의 재판본
골든 에이지는 명칭에 걸맞게 온갖 개성의 호화로운 이미지들이 경쟁적으로 쏟아졌다. 카이 닐센을 위시한 남성 작가들이 언제나 먼저 거론되지만 여성 창작자들의 활동도 활발했다. 남성 작가만큼 권위를 누리지 못한 건 당시 여성성에 요구된 사회적 제약 때문이다. (일을 줘야 일을 하지!) 그럼에도 케이트 그리너웨이 Kate Greenaway, 버지니아 스타렛 Virginia Frances Sterrett, 제시 윌콕 스미스 Jessie Wilcox Smith, 도로시 래드롭 Dorothy Lathrop 등 독자적인 스타일로 인지도를 얻는 여성 삽화가들이 꾸준히 등장한다.
교양과 보호의 명목으로 소외된 당시 여성 창작자들에게 소설과 삽화는 비교적 진입 가능한 사회적 영역이었다. 성별을 드러내는 순간 폄하받기에 필명이 선호되던 작가에 비해 여성 교양 일부로서의 삽화는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 고급 출판물의 열기가 사라진 1차 세계대전 이후로도 삽화가는 중산층 여성들에게 활발한 사회적 창구가 되어준다.
이 시기 여성 삽화가들은 연하장, 엽서, 달력 제작을 주수입원으로 삼았다. 고급 업무 영역이던 삽화를 남성 작가들이 전유하고 있었기에 일종의 틈새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접근성 좋은 가격, 일상생활에 밀착된 장르 특성상 다수의 여성 작가들이 다양한 스타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시슬리 메리 베이커 Cicely Mary Barker, 헨리에트 마이어 Henriette Willebeek le Mair 등 일종의 작가별 브랜드가 형성되자 패키지 제품이 등장하고 자비출판도 활발해졌다. 현재의 커미션처럼 시즌 그리팅 작업물들이 예약 판매되며 인기를 끌자 남성 삽화가들이 재빨리 유입되었다.
아래 여성 창작자들의 작품은 본격적인 골든 에이지 시대의 결과물이 아니다. 남성들의 점유를 우회돌파 한 골든 에이지 풍으로부터 영향받은 작품이 정확하다. 전간기 Interwar Period 산업화로 가속 붙은 인쇄 환경을 바탕으로 재판된 단행본들을 찾아보았다.
#눈의 여왕, Kaleidoscope https://brunch.co.kr/@flatb201/285
#눈의 여왕, 일곱 가지 이야기 https://brunch.co.kr/@flatb201/286
#눈의 여왕, 빈티지 일러스트 1 https://brunch.co.kr/@flatb201/287
#눈의 여왕, 빈티지 일러스트 2 https://brunch.co.kr/@flatb201/288
#눈의 여왕, 빈티지 일러스트 3 https://brunch.co.kr/@flatb201/289
#눈의 여왕, 빈티지 일러스트 4 https://brunch.co.kr/@flatb201/290
케이트 그리너웨이, 메이블 루시 앳웰, 찰스 로빈슨 등에서 영향받은 아너 샬럿 애플턴은 유행이 다해가던 고전 일러스트의 마지막 시류를 계승해 동화적 상상력이 물씬 묻어나는 파스텔톤 수채화를 다수 남겼다. 인지도를 다져준 <인형 조세피나 Josephine, Henry Cowper Cradock> 시리즈처럼 말갛고 낙천적인 이미지를 즐겨 구사했다. 사랑스러운 어린이 이미지가 특히 인기 높았지만 아르누보 풍의 아름다운 펜화에도 능했다. <고전 동화집>, <안데르센 동화집> 등 주요 아동 문학뿐 아니라 성인 고전의 삽화도 다수 남겼다.
단행본으로 재판된 <눈의 여왕>은 전간기의 빈티지한 무드가 물씬 묻어난다. ‘눈의 여왕’ 자체는 압도적이지 않지만 따뜻하고 화사한 색채로 북구의 풍광을 풍성한 질감으로 묘사한다. 특히 애플턴의 특기인 어린이 묘사가 신비로운 분위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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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로빈슨의 영향을 받은 아르누보 스타일 수채화를 즐겨 그린 삽화가이다. <고전 동화집>, <안데르센 동화집>으로 인지도를 얻은 후 다수의 아동 문학 삽화를 남겼다. <눈의 여왕>은 부드럽고 풍성한 색감으로 낭만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꽃과 요정, 어린이를 낭만적 분위기로 즐겨 그린 삽화가이다. 앞서 말한 스테이셔너리 분야에서 성공적인 인지도를 얻은 마가렛 태런트에겐 운이 따랐다. 불과 스무 살에 <물의 아이들 The Water Babies, Charles Kingsley> 단행본 삽화 작업 기회를 얻은 것이다. 열의를 다한 첫 책은 심지어 호평받았고 이후 <안데르센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이어졌다. 태런트의 일러스트는 신비롭고 따스한 분위기를 선호하던 전간기 유행과 맞물려 지속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때문에 마가렛 태런트는 ‘결혼하지 않고도 작업에 몰두’한 평생을 보냈다.
희곡 작가이자 세트 디자이너로도 활동한 네덜란드 삽화가이다. 세계대전 기간 레지스탕스를 도와 반체제 활동에도 참여했다. 커리어 초기 시대적 유행에 따라 골든 에이지 아르누보 스타일을 주요하게 구사했다. 그러나 그녀가 삽화가로서의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한 1930년대에 아르누보는 이미 지난 유행이었다. 리에 크래머의 아르누보 이미지들은 미술공예 운동 Arts and Crafts Movement의 실용성 위에 세워진 영국 삽화가들에게서 영향받아 훨씬 미니멀했다. 이런 스타일은 아동 문학뿐 아니라 성인 고전에서도 인기를 얻는 토대가 되어 준다.
국내에는 다소 생소한 작가지만 리에 크래머가 네덜란드 자국에서 주요 아동문학가로 조명받는 것은 계도적 아동문학이 아닌 문화로서의 작품을 꾸준히 시도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부르주아지 문화에 한정된 달콤한 판타지란 비판도 있었지만 즐거움으로서의 작품을 구현하려 애썼다.
리에 크래머의 <눈의 여왕>은 네덜란드 판 <안데르센 동화 Sprookjes van Hans Andersen, 1920> 속 수록분을 별도 재판한 1950년대 단행본이다. 초기작일 네덜란드 판 수록분이 기존 아르누보 스타일을 충실히 쫓고 있다면 단행본은 빈티지 무드의 절정을 보여준다. 인쇄술의 발달로 대량 인쇄에 적합한 스타일로 교체되긴 했어도 여전히 광택 도는 낙천성이 묻어난다.
@출처/ 눈의 여왕,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Snedronningen (The Snow Queen), Hans Christian Andersen, 1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