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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에서 책 읽기 Jan 28. 2022

눈의 여왕, 빈티지 일러스트 4

1990년대 이전 빈티지 하드커버


완성도 높은 일러스트들의 대량 생산이 가능하자 골든 에이지 시대와는 또 다른 ‘소비품으로서의 책’이 인기를 끌었다. 경제적 호황으로 아동 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이전, 서사는 축약하되 이미지는 확장한 선물용 하드커버들이 대량 발행되었다.

개별 서사의 단행본을 고르다 보니 아래의 작품들은 거의 1980년대 후반의 하드커버들이다.


#눈의 여왕, Kaleidoscope https://brunch.co.kr/@flatb201/285

#눈의 여왕, 일곱 가지 이야기 https://brunch.co.kr/@flatb201/286

#눈의 여왕, 빈티지 일러스트 1 https://brunch.co.kr/@flatb201/287

#눈의 여왕, 빈티지 일러스트 2 https://brunch.co.kr/@flatb201/288

#눈의 여왕, 빈티지 일러스트 3 https://brunch.co.kr/@flatb201/289

#눈의 여왕, 빈티지 일러스트 4 https://brunch.co.kr/@flatb201/290




얀 발렛 Jan B. Balet

세계대전을 계기로 미국은 문화 면에서도 큰 수혜를 보았다. 전쟁으로 유입된 유럽의 많은 창작자들은 문화 주도의 생태를 새롭게 형성했다. 독일인 얀 발렛도 그중 하나로 예술적 분위기의 집안에서 성장해 뮌헨과 베를린에서 공부했다. 2차 세계대전 직전 나치 징집에서 도피한 그는 뉴욕에 정착한다. 생계와 커리어를 위해 참여한 커머셜 작업은 커리어의 방향을 정해주었다. 당시 고급 출판물들은 이미 사장되었고 미디어의 주체는 라디오와 TV였다. 그러나 전쟁을 통해 강대국으로 부상 중이던 미국에선 전설적인 잡지와 아트디렉터의 시대가 열리고 있었다. 

인지도를 얻자 프리랜서로 독립한 발렛은 하우스 앤 가든 House and Garden, 보그 Vogue, 글래머 Glamour 같은 비주얼 완성도를 함께 고려하던 당대의 잡지들 및 CBS, The Saturday Evening Post 등의 매체를 주요 클라이언트로 두며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나갔다.

발렛이 즐겨 묘사한 캐릭터는 약간은 우울해 보이는 판타지 분위기이다. <아모스와 달>로 시작된 아동 문학 일러스트에도 멜랑꼴리 한 분위기가 묻어있다. 개성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화풍은 나이브하다는 평가에도 항상 우선순위로 의뢰받는 아티스트로서의 기반이 되어 주었다.


얀 발렛의 <눈의 여왕>은 1960년대 분위기 물씬한 캐릭터를 꼴라주로 구현했다. 카이의 시점에 중점 둬 그 외의 서사는 레이스 같은 라인 드로잉으로 처리했다. 귀여운데도 신비한 느낌을 시도하고 있다. 빈티지 북들을 모아봤다면 익숙하겠지만 지도, 종이접기, 레시피 같은 작은 부록들이 주는 즐거움이 있다. 이 책의 썰매 타는 겔다와 카이의 종이인형 조립 페이지처럼.




우베 헨치 Uwe Häntsch

독일의 그래픽 아티스트 우베 헨치는 북 디자인부터 타이포그래피, 일러스트레이션에 이르기까지 넓은 분야에서 커리어를 이어왔다. 레이먼드 챈들러, 윌키 콜린스, 도스토예프스키, 서머셋 몸 등의 성인 고전부터 로알드 달, 안데르센까지 방대한 분량의 비주얼 필모를 가지고 있다. 그 간극을 유연하게 드나들 수 있던 것은 단연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화풍 덕이다.

2000년대에는 세기말의 분위기 속에 키치한 화풍들이 힙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좀 물린다. 스스로의 스타일에 취한 이미지만큼 지루한 것은 없으니까. 또 안데르센의 원문이 주는 강렬함이 부담스러워서일까? ‘눈의 여왕’을 집중적으로 묘사한 판본은 의외로 많지 않다. 기독교 이상주의에 맞춘 겔다의 여정은 삼각 멜로드라마로 변주되며 여전히 서사를 주도했다.


우베 헨치의 <눈의 여왕>도 서사의 구현보다는 이미지 변주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낀 듯싶다.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 분위기 물씬한 폭탄 같은 눈송이, 그런지한 강도 떼들과 인물들, 연인들마저 퀭한 모습으로 신나게 그려두었다. 더군다나 닭이 끄는 썰매라니요. 그러나 정작 ‘눈의 여왕’은 부르주아 여사님 같은 뒷모습이 전부다. 고전적인 아름다움은 아닐지라도 본인의 스타일대로 본격적으로 그려뒀다면 그건 그거대로 인상적이었을 것 같은데 조금 아쉽다.




블라디슬라프 예르코 Vladyslav Yerko

우크라이나의 일러스트레이터 블라디슬라프 예르코는 완벽한 데생, 치밀한 조형성, 화려한 색감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숨 막히게 압도적인 이미지를 구사한다. 심지어 캐릭터마저 완벽한 백인 미형이다. 통과의례처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걸리버 여행기> 외에 <햄릿>, <기사 롤랜드>의 삽화로 인지도를 다졌다. 우크라이나 판 <해리 포터 시리즈>의 커버를 그리기도 했다.


예르코의 <눈의 여왕>도 서사의 반짝임을 완벽하게 이미지로 치환시킨 작품이다. 우크라이나의 민속적 요소들을 섞어 변주를 시도했다. 파울로 코엘로의 극찬으로 유명세를 더한 <눈의 여왕>보다는 예르코가 일러스트를 그린 안데르센의 또 다른 스테디셀러 <부싯돌 상자 The Tinder Box> 쪽을 훨씬 좋아하지만 문장 한 줄 없다 해도 이미지만으로 읽어 나갈 수 있는 판본이다. 

#예르코의 다른 동화들 https://niezlasztuka.net/portfolio/vladyslav-yerko/


또 같은 이유로 예르코의 이미지들은 2000년대의 에드먼드 뒬락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화풍은 다르지만 완벽한 데생 아래 온갖 기법을 동원해 윤을 내둔 이미지들은 그 자체로 완전한 세계이다. 황홀하게 몇 번이고 바라보게 되지만 반면 집요할 정도의 하이퍼 리얼리티가 되려 상상의 여지를 제약할 때가 있다. 때문에 뒬락의 이미지처럼 독자의 상상은 개입치 못해도 타인의 꿈속에 떨어진 듯한 기묘한 즐거움을 준다.



        


@출처/ 눈의 여왕,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Snedronningen (The Snow Queen), Hans Christian Andersen,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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