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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에서 책 읽기 Jan 26. 2022

눈의 여왕, 빈티지 일러스트 1

골든 에이지 남성 삽화가들


책이 미디어의 주류이자 사치품 범주에까지 속하던 1차 세계대전 직전 수많은 화가들이 삽화가로 전환하며 황금의 시대를 이끌었다. 안데르센의 동화들이 당대 전 유럽을 휩쓴 메가 스테디셀러일 수 있었던 것은 이미지 확장에 유연해서기도 하다. 당시의 그리고 현재까지도 창작자들이 안데르센의 변주를 시도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눈의 여왕, Kaleidoscope https://brunch.co.kr/@flatb201/285

#눈의 여왕, 일곱 가지 이야기 https://brunch.co.kr/@flatb201/286

#눈의 여왕, 빈티지 일러스트 1 https://brunch.co.kr/@flatb201/287

#눈의 여왕, 빈티지 일러스트 2 https://brunch.co.kr/@flatb201/288

#눈의 여왕, 빈티지 일러스트 3 https://brunch.co.kr/@flatb201/289

#눈의 여왕, 빈티지 일러스트 4 https://brunch.co.kr/@flatb201/290




에드먼드 뒬락 Edmond Dulac

프랑스 화가 에드먼드 뒬락은 이름까지 영국풍으로 바꾼 영국 애호가였다. 월터 크레인 Walter Crane, 윌리엄 모리스 William Morris로부터 영향받았지만 이 시기 창작자라면 당연히 사로잡힌 오브리 비어즐리 Aubrey Beardsley를 열렬히 추종했다. 해리 클라크가 호러로, 아서 래컴이 비틀림으로 비어즐리를 변주했다면 뒬락은 단연 섬세한 우아함에 집중했다.

골든 에이지 일러스트를 대표하는 창작자이지만 카이 닐센이나 아서 래컴 다음으로 언급되는 빈도는 아무래도 뒬락의 고전적인 화풍이 아름다울지언정 충격적이지는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어떤 이미지에 사로잡히는 것은 아름다움 아래 흐르는 여지에 있다고 생각한다. 보는 이의 상상이 개입해 부풀려지는 공감각 때문에 곱씹게 되는 순간들이다. 뒬락의 섬세함은 너무 꽉 짜여 그런 여지가 적지만 그 정교함 때문에 작품 속에 떨어진 느낌이 든다. 묘사로 쌓아 올려진 <눈의 여왕>만큼은 골든 에이지 시대의 무수한 삽화 중에서도 에드먼드 뒬락으로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눈의 여왕, 일곱 가지 이야기 https://brunch.co.kr/@flatb201/286




윌리엄 히스 로빈슨 William Heath Robinson

인쇄 환경의 발달로 고급 출판 영역이 성장하자 정통 화가를 추구하던 윌리엄 히스 로빈슨은 삽화가로 전환했다. 탄탄한 데생의 세련된 동판화로 인기 높던 그는 안데르센 동화집을 세 권이나 작업했다. <눈의 여왕>은 역시 인기 삽화가였던 형제들-토마스, 찰스와 함께 작업한 판본에 실린 수록분이다. 흑백 동판으로 작업된 본문의 이미지들은 모두 윌리엄의 작품이지만 풀컬러 도판은 형인 찰스 로빈슨이 그렸다. <비밀의 화원> 삽화로 사랑받는 그 찰스 로빈슨이 맞다.

#눈의 여왕, 일곱 가지 이야기 https://brunch.co.kr/@flatb201/286

#비밀의 화원,  (찰스 로빈슨) https://brunch.co.kr/@flatb201/269




해리 클라크 Harry Clarke

세기말 분위기의 탐미적 미학과 신비주의로 20세기 상징주의를 추구한 삽화가이다. 섬세하다 못해 집요한 펜화들엔 비어즐리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해리 클라크는 나른한 우아함, 집착적으로 정교한 디테일, 아름답지만 공포와 강박이 흐르는 아르데코 풍 분위기에 탁월했다. 비어즐리에게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었던 <머리카락의 겁탈 The Rape of the Lock> 삽화를 그 역시 의뢰받아 인지도를 쌓았다.

해리 클라크의 <고전 동화집>이 비어즐리의 나른한 펜선과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변주한다면 <안데르센 동화집>은 단연 집착적인 탐미성에 중점 두었다.

#백조왕자, 빈티지 일러스트(해리 클라크) https://brunch.co.kr/@flatb201/217

#함정과 진자, 포우의 심연 https://brunch.co.kr/@flatb201/194


가업인 유리 공예 사업을 물려받아 스테인드 글라스로 명성을 얻은 해리 클라크는 삽화 작업에 직업적 열정을 모두 소진하진 않았다. 그러나 <안데르센 동화집> 발표 후 ‘투 머치 비어즐리’라는 평가에는 다소 언짢아했다고 한다.

카이가 확대경을 보는 장면-좌측 하단 구석 세 권의 책에는 작은 트릭이 있다. 이성적 추론과 과학적 호기심을 상징하는 두 권 외에 나머지 한 권의 제목은 <해리 클라크 삽화 버전의 안데르센 동화>이다.




카이 닐센 Kay Nilsen

골든 에이지 가장 앞줄의 영광은 카이 닐센의 생전에 도착하지 못했다. 비어즐리에 대한 추종을 넘어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 낸 그였지만 세계대전으로 인해 힘겨운 일생을 보냈다. 그럼에도 카이 닐센은 학교 벽화를 그리거나 양계장 운영, 허드레 일을 하며 자신이 정해둔 퀄리티와 프로세스를 포기하지 않았다. 빈곤 속에서도 작품을 사수해준 가족들의 희생으로 사후에나마 그의 진가가 복원될 수 있었다.

카이 닐센의 <안데르센 동화집>은 전후 코펜하겐에서 세트 디자인을 하던 시기의 영향이 비친다. 기하학적 요소를 활용한 종교적이고 연극적인 이미지들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눈의 여왕’을 제외한 카이와 겔다에 관한 묘사만 있다.

대표작은 역시 이 작품의 서사에 영향을 준 <태양의 동쪽 달의 서쪽>이다. 시누아즈리의 영향 아래 우키요에 스타일로 그려진 화려한 이미지들은 <눈의 여왕> 또한 <파우더 앤 크리놀린> 같은 전쟁 전 초기 스타일로 그려졌음 어땠을까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태양의 동쪽 달의 서쪽, 마음의 바람이 향하는 곳 https://brunch.co.kr/@flatb201/34




아서 래컴 Arthur Rackham

오브리 비어즐리의 비틀린 쾌감을 고전적 화풍으로 구현한 삽화가이다. 역시 수록분으로서 작업했기 때문인지 겔다의 여정만 묘사되었고 ‘눈의 여왕’ 이미지는 없다. 

아서 래컴의 이미지들은 해리 클라크와는 또 다른 신경증적 분위기가 녹아있다. 그가 성장기를 보낸 후기 빅토리아 시대의 음험한 강박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요정으로 치자면 페어리 Fairy 보다는 고블린 Goblin에 더 어울리는 화풍이다. 그런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섬세함을 떠올려 보면 그 자신이 선호한 성향인 것도 같다. 다른 판본의 <눈의 여왕>에선 종종 생략되는 조연인 라플란드 노파를 두 컷이나 그린 건 자신의 개성이 괴팍하고 불친절한 캐릭터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켄싱턴 공원의 피터팬> 등 작품마다 사랑받았지만 대표작은 역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꼽고 싶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빈티지 일러스트 (아서 래컴) https://brunch.co.kr/@flatb201/234




두갈드 스튜어트 워커 Dugald Stewart Walker

아르데코 풍의 섬세한 동판 작업을 많이 남긴 삽화가이다. 역시 오브리 비어즐리의 영향이 물씬 묻어나는 특유의 장식적인 화려함으로 유럽에서 더 인기 높았다. 꼼꼼한 묘사는 흑백 동판 이미지에서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해낸다.


“..선한 동풍과 친절한 달이 데려다준 황홀한 세계로 인해 매혹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책에는 나의 발견 중 일부를 실었지만, 성인이 되어 목격한 실제 모습을 여기에서 찾고 있다면 표지를 덮는 게 좋을 것이다. 북극이나 중국 여성의 발, 해삼에 관한 정확한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다.”


비어즐리 풍의 집착적인 묘사에도 워커는 정확성보다는 개인적 상상의 여지에 더 중점 두었던 듯싶다. <안데르센 동화집>은 그의 초기작임에도 인지도를 공고히 해주고 이후 커리어의 성공을 가져다준 대표작이다.





@출처/ 눈의 여왕,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Snedronningen (The Snow Queen), Hans Christian Andersen,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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