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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차가 되다.

물경력 1년 차(?)

by 꽃빛달빛

회사에 동기가 들어오고 얼마 뒤, 나는 1년 차가 되었다.


회사에서 혼이 엄청 많이 났던 1년을 보냈던지라, 자신감과 자존감 모두 바닥이 나있었다.


1년을 채우고 나갈 생각이었지만 부모님은 3년은 채우라며 나를 뜯어말리셨다. 1년도 버거운데 3년이라니. 또 다른 사형선고와 다를게 무엇이란 말인가.


마침 회사에서도 사수분 중 한 분이 퇴사하시면서, 나의 퇴사타이밍을 놓쳐버렸다.


그렇게 또 강제로 회사에 남아있게 된 것이다.


1년 차가 되면 나름 멋진 커리어우먼으로 성장해 있을 줄 알았던 내 모습은 너덜너덜한 종잇장 그 자체였고, 그 모습에 난 또 절망했다.


앞으로 나아갈 힘이 나지 않았다. 내일의 출근이 무서웠고, 내일의 내가 어떻게 하루를 버텨나갈지가 의문이었다. 내가 맡은 일에 자신이 없었다.


1년 차가 되었지만, 1일 차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난 스스로를 물경력이라고 생각하며 1년을 기념했고, 1주년 기념 선물이라도 되는 듯 돌연 내 정신적 지주였던 팀장님의 1년 휴직이 선언되었다.


엎친데 덮친 격이었다.


그날 밤 난 또 집에 들어가 한참을 울며 스스로에게 화를 냈다.


'이건 모두 내가 일을 잘하지 못하기 때문이야.'

'난 왜 이렇게 실수가 잦을까?'

'난 사회생활이랑은 진짜 안 맞나 봐.'


혼자서 나에게 오만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때는 내가 스스로에게 ADHD가 있음을 자각하지 못했던 터라 더더욱 힘이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최악의 1주년이 지나고, 회사에 뉴페이스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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