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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희 Oct 13. 2024

대학장구 전 6장

짧아진 성의 장

전 6장은, 원본대학에서는 “두텁게 해야 할 곳에 얇게 대하고 얇게 대해야 할 곳에 두텁게 대하는 일은 없었다. 이것을 일러 근본을 안다고 하고, 이것을 일러 앎의 지극함이라고 한다.”라는 문장 뒤에 있던 성의 장이다. 대학장구 기준으로 경문 바로 뒤에 나오는 단락이다. 원본대학에서는 성의 설명 뒤에 시 두 편이 인용되어 있었지만, 대학장구에서는 그 시 두 편이 다른 자리에 가 있다. 그래서 전 6장은 오롯이 성의에 대한 설명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자기의 뜻을 순수하게 한다는 것은 자신을 속이지 말라는 것이다. 마치 악취를 싫어하고 예쁜 여자를 좋아하듯이 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스스로 흡족해하는 것이라 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자신이 홀로 있을 때를 조심한다. 소인이 혼자 있을 때는 옳지 않은 행동을 함부로 하다가 군자를 보고 나서 겸연쩍게 그 불선함을 가리고 선함을 보여주지만,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기를 마치 폐와 간을 들여다보듯이 하니,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것을 마음속에 절실한 것은 겉으로 드러난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혼자 있을 때를 삼간다. 증자가 말하기를 온 세상 사람이 보고 온 세상 사림이 손가락질하니 얼마나 엄중한가? 하였다.   

  

所謂誠其意者 毋自欺也, 如惡惡臭 如好好色, 此之謂自謙. 故君子必愼其獨也. 小人閒居 爲不善 無所不至, 見君子而后 厭然揜其不善 而著其善, 人之視己 如見其肺肝, 然則何益矣. 此謂 誠於中 形於外 故 君子必愼其獨也. 曾子曰 十目所視 十手所指, 其嚴乎! 富潤屋 德潤身, 心廣體胖, 故君子必誠其意.

소위성기의자 무자기야, 여오악취 여호호색, 차지위자겁. 고군자필신기독야. 소인한거 위불

선 무소부지, 견군자이후 염연엄기불선 이저기선, 인지시기 여견기폐간연, 연즉하익의. 차위

성어중 형어외 고 군자필신기독야. 증자왈 십목소시 십수소지, 기엄호! 부윤옥 덕윤신, 심광체반, 고군자필성기의.     


***     


이런 이야기가 통하던 시대는 끝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소인과 군자의 구분도 쉽지 않지만, 설사 만인이 소인이라고 지목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군자를 본 후에 자신의 불선을 가리려고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염치가 있는 사람이라야 가능한 이야기다.      

다만, 여기서 군자를 덕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잘 보여야 할 대중일 때는 어느 정도 성립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치하는 사람들이 개인 생활은 엉망으로 하다가 국민 앞에서는 정의를 외치는 것 같은 상황을 들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것은 정말 사람들이 그렇게 겉으로만 착한 척하는 사람을 정말 잘 알아볼 수 있을까? 그야말로 군자로 상징되는 식견 있는 지식인이 아니라면 악덕한 정치인을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어리석은 정치인과 어리석은 군중이 만나면 최악의 상황이 되고 만다. 덕 있는 사람 되기도 어렵고 덕 있는 사람 알아보기도 어렵다. 어렵지만 그래도 해나가야 할 일이다.  그래서 원본대학보다 대학장구의 성의 장이 짧아진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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