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조선소 옆 가맥, 속초 누네띠네

동네 슈퍼에서 즐기는 가맥집 맥주 소주

by Francis

‘가맥집’이 이슈가 된 지도 꽤 됐다. 1980년대 전라도 전주에서 시작한 가맥집은 슈퍼마켓 같은 ‘가게’에서 파는 먹거리나 몇몇 안주를 맥주와 함께 저렴하게 내는 집을 가리킨다. 흔히 ‘가게 맥주’의 줄임말로 알지만, 실제로는 술집에서 파는 ‘업소용’이 아닌 ‘가정용 맥주’를 팔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전주의 ‘전일갑오’, ‘임실슈퍼’처럼 유명한 가맥집이 있는가 하면, 서울 종로의 ‘서울식품’이나 부산의 ‘노가리슈퍼’처럼 전국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영업 형태이기도 하다.


며칠 전, 간만에 시간이 나 속초로 날아갔다. 전부터 궁금하던 속초의 가맥집을 찾았다. 이름부터 ‘옛날 사람들’에게 익숙할 법한 ‘누네띠네’. 월드컵 이전부터 하셨다니 20년은 너끈히 넘었지 싶다.

사진을 반대로 찍었네... 칠성조선소 입구 부근에 누네띠네가 있다

속초중앙시장에서 슬렁슬렁 20분쯤, 해변을 따라 청초호 근처로 걷다 보면 곰치국으로 유명한 ‘춘선네’ 간판이 보인다. 그 바로 앞 골목으로 들어가면 낡은 조선소를 리모델링한 카페 겸 체험 공간 ‘칠성조선소’가 나오고, 그 옆에 ‘누네띠네’가 있다.


수퍼인데 별별 메뉴가 다 있네그려. 연탄도 정겹고 말야. '호프'가 지금도 있는지는 확인해 보지 않았다

겉모습은 낡은 슈퍼마켓. 입구에 적힌 생선찌개, 찜, 해물파전, 제육볶음, 라면 같은 메뉴를 보니 여기가 가맥집이 맞구나 싶다.

내부는 영락없는 수퍼. 어르신이 이미 한잔 하고 계심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르신 한 분이 김과 과자, ‘갈아 만든 배’ 음료를 안주 삼아 한잔하고 계셨다. 사장님은 주방에 계신 듯했다. “어디 앉아도 돼요? 합석도 될까요?” 하고 여쭸더니, 갑작스러운 말에 놀라셨는지 잠시 어버버하시더라. 더 놀라시지 않도록, 얼른 인사하고 가게를 둘러봤다.

이런 과자 삼아 맥주 마셔도 좋을 것 같은데... 그런데 안주가 생각보다 비싸지 않나? 답은 끝물에...

메뉴를 보니 생선찌개나 찜은 가격대가 꽤 있고, 제육볶음도 3만 원. ‘혼자 먹기엔 좀 과한데…’ 싶은 순간 사장님이 나오셔서 자리를 안내하며 뭐 먹을거냐 물으신다. “제육볶음인데, 저 혼자예요”라고 했더니 웃으며 주방으로 들어가시며 한 마디 남긴다.


혼자면 조금만 하면 되지. 여기 앉아요~
기본찬은 수시로 바뀐댄다. 저 말린 양미리 조림 맛있더라

잠시 뒤 술과 기본찬이 나왔다. 물미역 초장, 생선조림, 순무김치. 바닷가답다. 생선은 말린 양미리를 조린 거라는데, 고소짭짤하다. 기본 안주는 자주 바뀐다고 한다. 소맥을 홀짝이며 음악을 듣고 있으니, 사장님이 주방에서 뭔가 내주시며 '이거 먼저 먹고 있어요.' 하신다.

그냥, 있는 요리나 반찬들을 척척 내주신다고들 하는데, 나는 대구 내장탕의 행운이!

대구 내장으로 끓인 매운탕. 곤이와 대구 간에 야채들이 들어있다. 시원하고 칼칼해서 딱 소주 안주다. 이번엔 소맥 대신 소주를 따르는데, 다시 나오시며 한마디.

제육볶음에 쭈꾸미 좀 넣어줄까?


잠시 뒤, 옵션까지 추가된 지글지글 제육볶음이 나온다. 앞다리살과 쭈꾸미를 통마늘과 양파, 채소에 볶아낸 자태가 훌륭하다. 알배추와 직접 만든 듯한 쌈장까지 곁들여졌다.

사장님의 기분과 가게 사정 따라, 갑자기 제육볶음이 '주꾸미 제육볶음'이 되어 버렸다 와 주꾸미 싱싱하게 잘 볶은거 보소

이름은 제육볶음이지만, 시선은 쭈꾸미부터 간다. 강불에 한 번 더 볶아낸 듯한 비주얼. 한 점 집어 먹으니 해산물의 짭짤한 향과 고추장 양념이 잘 어울린다. 알배추에 제육과 마늘, 쌈장을 얹어 우걱우걱. 양이 제법 많아 계속 먹다 보니 사장님의 “밥 줄까?”라는 말도 웃으며 손사래쳤다.

그러는 사이 동네 분들이 하나둘 들어와 자연스럽게 합석한다. 아, 아까 놀라셨던 건 일행이 있어서였구나. 가게는 금세 북적이고, 분위기도 더 살아났다. 기분 같아선 과자나 사발면까지 곁들여 한 병 더 마시고 싶었지만, 다음 일정을 생각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3만 원’이라 적혀 있던 제육볶음은 “조금만 하면 되지”라는 말 그대로 2만 원, 술은 한 병에 4천 원이다. 맛도, 분위기도, 가격도 괜찮다. 다음에 또 들르고 싶어지는 집이다.



바다도 회도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익힌 생선도 뭐.. 그닥? 그냥 내가 속초를 좋아하는 건 ‘미시령 옛길, 걸어서 넘어본 적 있나요?’처럼 나만의 힐링 코스를 들르거나 ‘갑갑하고 골치아플 땐, 어서오Soho!’처럼 정든 숙소라는 이유가 크다. 유명한 관광지 ‘속초중앙시장’도 뭐 가끔 여행와서 안주 거리 마련하러 들르는 정도?


내가 브런치에서 끄적거리는 속초 식도락 이야기도 결이 좀 다른 것 같다. ‘속초 왕돈까스, 맥코리아’나 ‘30년 넘은 속초 생고기 맛집, 연탄불생구이’ 등 속초 노포들, ‘속초 중국집 만천루’ 같은 특색 있는 중국집이나 ‘오사카 귀퉁이 느낌, 타치노미 구’ 같은 찐 이자까야나 '속초에서 든든한 한 끼, 최가네’ 처럼 역 근처 괜찮은 백반집 … 속초에만 있는 특색있는 집은 아니다. 아무렴 어떤가? 내가 쓰는 노포, 식당 이야기는 어디든 만날 수 있는 ‘사람 사는 이야기’니까. 어디 한 번, 속초 식도락 이야기만 따로 책으로 묶어볼까나…



영업: 오전 8시 ~ 저녁 7~8시(랜덤, 확인 필요)

Francis 추천: 제육볶음

주변 손님 추천: 감자전, 슈퍼 과자들



A Gaemaek Mart to Chilseong Shipyard

Nunenettine, Sokcho — where a corner Mart turns into a bar


“Gaemaek” has been a buzzword for a while now.

Born in Jeonju in the 1980s, it refers to small corner stores that sell simple food and snacks with beer at friendly prices. Many people assume the name comes from gagye (store) + maekju (beer), but the real reason is simpler: these places sell home-use beer, not the “business-only” bottles served at regular bars.


From Jeonju’s famous spots like Jeonil Gabo and Imsil Super to Seoul’s Seoul Sikpum or Busan’s Nogari Super, gaemaek is no longer a regional curiosity—it’s a quiet national culture.



A few days ago, I found myself with a bit of free time and flew to Sokcho.

This time, I went searching for the city’s own version of a gaemaek spot.

Its name alone felt nostalgic: Nunenettine.


From Sokcho Jungang Market, it’s about a 20-minute stroll along the coast toward Cheongcho Lake. You’ll spot Chunseonne, a well-known gomtang restaurant. Turn into the alley right in front of it, and you’ll see Chilseong Shipyard, an old dockyard reborn as a café and cultural space. Right next door is Nunenettine.


From the outside, it looks like nothing more than a worn-down supermarket.

But the handwritten menu—fish stew, pancakes, stir-fried pork, ramen—gives it away.

Yes, this is definitely a gaemaek.


Inside, it feels like an actual convenience store.

An elderly man was already drinking, snacking on seaweed and crackers with a bottle of “crushed pear” juice on the side. I asked shyly, “Is it okay if I sit here? Would it be alright to join you?”

He looked startled, so I quickly bowed and wandered around the shop instead.


Some of the dishes looked pricey—₩30,000 for pork stir-fry.

Just as I wondered if it was too much for one person, the owner came out.


“I’ll have the pork, but I’m eating alone,” I said.


She smiled.


Then I’ll make a smaller. Sit here.



Soon, my drink and the side dishes arrived:

blanched seaweed with vinegar, braised fish, and radish kimchi.

The fish, I was told, was dried saury—salty, nutty, perfect with alcohol.


As I sipped my somaek, the owner came back with something else.


“Try this first.”


A spicy pollock offal soup.

Hot, bold, and absolutely made for soju.


Then she asked, almost casually:


“Want some webfoot octopus in your pork?”


Minutes later, my dish arrived—sizzling pork and octopus, stir-fried with garlic, onions, and vegetables. Fresh cabbage leaves, homemade ssamjang on the side. It looked incredible.


It’s called pork stir-fry, but the octopus steals the spotlight.

Smoky, tender, coated in gochujang. Wrapped in cabbage, bite after bite—I lost track of time.


More locals came in. The shop filled up.

What had felt awkward earlier now felt warm and alive.


I wanted another drink, maybe even ramen or chips—but duty called.

The ₩30,000 dish? She charged me ₩20,000.

Soju and beer? ₩4,000 each.


The food, the mood, the price—everything felt just right.

A place I know I’ll come back to.



Truth is, I don’t love seafood.

Not raw fish, not cooked fish—none of it.

What draws me to Sokcho is something else: quiet roads, familiar places, small rituals that feel like mine alone.


That’s probably why my food stories here feel a little different.

They aren’t about famous restaurants.

They’re just stories about people, and places where life happens.


Maybe one day, I’ll gather all my Sokcho stories into a book.



Hours: 8 AM – around 7–8 PM (random, check ahead)

Francis’ pick: Pork stir-fry

Locals recommend: Potato pancakes, snack foods from the shop



원하면 제목 더 감성적으로 바꿔줄 수도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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