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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Sep 20. 2020

자유로운 대학도시 프라이부르크

독일 10대 대학도시를 찾아서 시리즈


독일의 대학은 모두 공립이기 때문에 각 도시마다 1개의 대학이 존재한다. 그래서 모든 도시가 대학도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베를린과 뮌헨과 같은 대도시는 굳이 대학도시라고 부르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대학도시로 알려진 도시들 곧 뷔르츠부르크, 괴팅엔, 하이델베르크, 프라이부르크, 로스토크, 튜빙엔, 마부르크, 파사우, 그라이스펠트는 스스로 그러한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즐긴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잠시 독일 낭만길을 멈추고 대학도시들을 찾아보기로 한다. 원래 라인 낭만길을 가려고 했으나 독일 알프스길의 종착지인 보덴제에서 프라이부르크로 올라가다 보니 내친김에 독일의 대학도시들을 찾아보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시작해 본다. 사실 내가 졸업한 튜빙엔 대학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서 이기도 하다.


프라이부르크 시내의 개천


먼저 프라이부르크를 찾아본다.


프라이부르크(Freiburg im Breisgau)는 독일 남서부의 유명한 슈바르츠발트 지역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도시이다.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4대 도시로 인구가 23만 명에 이르고 근교 지역까지 포함하면 66만 명 가까이 되는 독일 기준으로는 큰 도시이다. 1120년 배르톨드 3세 공작(Bertold III)이 자유 시장 도시로 세운 이 도시는 문자 그대로 자유 도시로 시작하였다. 물론 그렇다고 완전한 독립 국가는 아니었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52년까지는 바덴 주의 수도이기도 하였다. 1952년 바덴뷔르템베르크 주가 수립되면서 수도의 지위를 슈투트가르트에 넘겨주었다.


2019년 현재 독일에는 106개의 종합대학교(Universität), 120개의 사립대학교를 포함한 426개의 전문대학교(Hochschule), 6개의 사범학교(Pädagogische Hochschule), 16개의 신학교(Theologische Hochschule), 52개의 예술전문대학교(Kunsthochschule), 216개의 전문학교(fachhochschule), 30개의 행정 전문대(Verwaltungsfachhochschule)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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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스부르크 가문 소속의 오스트리아 대공이었던 알브레흐트 6세(Ablrecht VI)가 1457년에 설립한 프라이부르크 대학교(Albert-Ludwigs-Universität Freiburg) 덕분에 프라이부르크는 대학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약 2만 명의 등록 학생이 있다. 이를 포함한 다른 대학의 학생을 포함하면 거의 3만 명의 학생이 이 도시에 살고 있다. 캠퍼스가 따로 없고 시내 여기저기에 대학 건물이 있어서 처음에는 어디가 대학인지 잘 모를 수도 있다. 여기에는 전문학교인 사범대학교, 음악대학교, 개신교대학교 그래픽디자인대학교, 미술-디자인-대중음악대학교, 국제협력교육대학교, 마크로미디어대학교 등이 있다. 대학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막스플랑크연구소와 프라운호퍼 연구소 등 많은 연구소도 여기에 자라 잡고 있다.


프라이부르크 대학교 건물


프라이부르크대학교는 1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직접 낳았고 연관 학자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23명으로 늘어난다. 학생은 2019/2020 가을학기 기준으로 24,391명이고 교직원은 6,738명이다. 대학 건물은 주로 도시의 여섯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인문학, 사회학, 법학 분야는 시내 중심에 있다. 자연과학, 수학은 시내에서 걸어서 북쪽으로 5분 정도 떨어진 노이부르크(Neuburg)에 자체적인 캠퍼스가 따로 있다. 그렇다고 한국처럼 담장으로 폐쇄되어 경비가 출입을 통제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여기에서 다시 북쪽으로 더 올라가면 생물학연구소인 비오로기쿰(Biologicum)이 있다. 공대는 도시 서쪽의 공항 근처에 있다. 동쪽 드라이삼강(Dreisam) 연안에는 대학교 스포츠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스포츠시설은 시민에게 개방되어 있다. 360만 권의 장서를 자랑하는 1505년에 세워진 대학도서관도 여느 대학교와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되어 있다. 원래 14개였던 학부는 2002년부터 생물학, 화학-약학, 의학-수학-물리학, 언어학, 철학, 법학, 공학, 신학, 환경-자원, 경제-행정의 11개로 운영되고 있다. 대학병원도 운영되고 공학부는 다시 정보, 미세공학, 지속가능 기술 시스템 학부로 나뉜다.


통상적으로 독일에는 박사과정까지 학비가 없다. 다만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받는 곳이 있다. 그리고 이것도 주마다 다르다. 그런데 프라이부르크대학교가 속한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독일에서 유일하게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학기당 1,500유로의 학비를 받는다. 다만 유럽연합 소속 국가의 학생은 무료이다. 그리고 한 과에서 학업을 마치고 다시 또 다른 과에서 학업을 시작하는 경우 학기당 650유로를 받는다. 이는 국적과 무관하게 일괄 징수한다. 이런 식으로 어떤 명목으로든 학비를 받는 주는 바덴뷔르템베르크를 포함하여 7개 주다.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함부르크, 헤센, 멕켈렌부르크-포어포먼, 노르드라인-베스트팔렌, 사르란트, 슐레스비히-홀슈타인은 그 어떤 학비도 받지 않는다. 그리고 바덴뷔르템베르크주를 제외한 다른 학비를 받는 주도 한 학기에 500유로, 그것도 4-5학기 이후에 받는다. 돈이 문제가 된다면 바덴뷔르템베르크주를 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학교마다 예외 조치가 있기에 무조건 피하고 볼 일은 아니다. 그리고 만약 독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여 아비투어(Abitur)를 합격하고 나면 학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는 독일 전역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또한 부모 가운데 한 사람이 독일에서 3년 이상 직업을 가지고 세금을 낸 경우에도 이에 해당된다. 그러니 굳이 프라이부르크를 포함한 바덴뷔르템베르크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고 싶다면 고등학교 과정부터 유학을 하거나 부모가 독일에서 직업 활동을 하면 된다. 그리고 이 외에도 학교별로 면제 조치가 있으니 이를 이용하면 된다. 예를 들어 올해의 경우 코로나 사태로 독일의 모든 학교가 외국인 학생의 학비를 돌려주고 있다.


프라이부르크 라트하우스(시청사)


독일 유학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독일 교육의 수준도 고려하지만 무엇보다 박사과정까지 무료인 것을 매력으로 여기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독일은 비교적 학교 수준이 고르기 때문에 한국처럼 명문을 따질 필요는 없다. 물론 학과별로 서열을 정하는 언론매체가 독일에도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한국만큼 심하지는 않다.


나의 경험으로 독일 유학은 장단점이 뚜렷하다. 일단 언어가 독일어라서 영어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시작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일단 언어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선택할 학교가 많고 학비 부담이 없어서 경제적 부담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특기 적성을 살릴 수 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인맥 학맥을 중요하게 따지는 한국에 돌아와서 취업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가 지나칠 정도로 미국과 일본에 기울어져 있어서 이른바 “유럽파”가 발을 붙이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화의 시대이고 유럽연합 시장을 주도하는 독일의 경제력이 막강하기에 외국에서의 취업 기회를 고려해 본다면 독일은 적극적으로 추천할만하다.


다시 프라이부르크로 돌아가 보자. 독일의 여느 대학교와 마찬가지로 프라이부르크대학교의 학생식당(Mensa)도 가격 대비 훌륭한 식사를 제공한다. 그러나 반대로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모인 24,000명의 학생들을 수용할 기숙사가 늘 부족하다. 그러나 일단 방을 확보하고 학업을 시작하게 되면 이 아름다운 도시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독일최대의 삼림지대인 슈바르츠발트 한가운데 있는 도시답게 독일에서도 손꼽히는 생태도시이다.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활용이 매우 활발한 도시이다. 2010년에는 도시 정신 아카데미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유럽 도시’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프라이부르크하면 무엇보다 시내 곳곳을 흐르는 개천(Bächle)일 것이다. 원래 이 개천은 소방수와 동물 급수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 깨끗한 물은 드라이삼강에서 끌어온 것으로 도시를 늘 관통하여 흐른다. 도시전설에 따르면 이 개천에 지면 반드시 프라이부르크 사람과 혼인하게 된다고 한다.


1202년에 지어진 마르틴스토


또한 귄터스탈(Günterstal)에서 샤우인스란트산(Schauinsland)을 잇는 3.6km에 달하는 독일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가 여기에 있다. 시내에서 볼만한 것은 대성당과 더불어 과거 아우구스티노회 수도원이 있던 자리인 아우구스티너플라츠(Augustinerplatz)이다. 여기에는 음식점과 술집이 즐비하여 프라이부르크의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구도심 중심에는 대성당 앞의 뮌스터플라츠(Münsterplatz)가 있다. 여기에서는 1250-1530년 사이에 붉은 사암으로 지어진 대성당이 있고 광장 남쪽으로는 1520-1530년에 지어진 ‘역사적 상점’(Historisches Kaufhaus)이 있다. 그리고 구시청사(Altes Rathaus)도 기념비적인 건물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군의 막사가 있던 곳에 지어진 파우반(Vauban)은 지속 가능한 건축물의 상징이 된 동네이다.


프라이부르크 대성당 전경


프라이부르크대학교는 원래 인문학으로 명성을 날린 대학이지만 이제는 다른 독일의 대학교들과 마찬가지로 자연과학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니 어느 과목을 택하든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말한 대로 독일은 거의 대부분의 대학이 공립이라서 수준 차이가 한국만큼 크지가 않다. 그러니 대학을 선택할 때에는 주거와 기후를 포함한 환경을 먼저 고려하는 편이다. 다음으로 역시 바덴뷔르템베르크의 유명한 대학도시인 빙엔을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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