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거리: 874.88km, 누적시간: 176시간 1분
표지사진: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 인공폭포‘
강 따라 하늘 따라 걷다 보니 내川에 닿았네
2023년 8월 27일 일요일, 오늘은 구름이 많고 다소 더위가 누그러진 섭씨 24도의 날씨이다. 걷기에 딱 좋은 날씨. 오늘은 가볍게 도심이 아닌 한강을 따라 걷고 싶었다. 한강의 끝은 어디일까? 한강은 어떤 수많은 하천을 만나고 또 합치고 함께할까? 그런 생각들이 오늘 걸어야 할 길을 ‘홍제천(弘濟川)’으로 인도했는지도 모르겠다. 애당초 나는 홍제천을 잘 알지 못했다. 그저 이전에 서대문을 통해 북한산으로 걷다 보니 못 보던 천을 보았고, 그것이 홍제천이었던 것을 오늘 새삼 기억해 냈는지도 모르겠다.
북한산에서 발원하여 서울특별시 종로구-서대문구-마포구를 거쳐 성산대교 북단 성산지하차도 근방에서 불광천과 만난 후 함께 한강에 합류하는 하천. 이름은 조선시대에 중국의 사신이 묵어 가던 홍제원(弘濟院)이 있던 점에서 유래한다 - 나무위키
세상 늘어지게 잠을 자고 오후 2시쯤 일어났다. 반쯤 감은 눈으로 빙 둘러보니 아내와 딸은 보이지 않는다. 맨날 걷는다고 나가 돌아다니는 남편은 이제 가족이 아니다. 그저 힘들 때, 힘깨나 쓰는 머슴으로만 두어도 나쁘지 않은 듯. ‘아! 이것도 좋은데?’ ㅋㅋ 거리면서, 또 주섬주섬 가방을 싸서 나온다. 하늘이 좋다. 뜨거움은 이제 저만치 여름 끝으로 사라졌고, 이미 강바람은 가을의 중턱을 향해 가는 중이다.
지난주 ‘부산’을 3일 동안 100km를 넘게 걸었더니, 오는 9월 1주 차가 지나면 걷기 시작한 지 만 3개월 만에 족히 1,000km는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원래 걷기 시작할 때부터 굳이 얼마를 걷겠다는 목표는 없었지만, 또 걷고 기록을 하다 보니 숫자에 연연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 ‘그래, 이왕이면 3개월에 960km를 찍느니, 40을 더 걸어서 1000을 만들면 좋지 않겠어?’ 쉬운 일이다. 그저 남은 사나흘을 생각보다 더 열심이면 될 일이다.
강변북로를 타고 성산대교 북단까지 오면 하천 하나가 한강으로 유입되는 곳이 있는데, 그곳이 홍제천의 끝이다. 이제부터 홍제천은 성산 ‘내부순환도로’를 머리에 이고 북한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홍제천과 내부순환도로가 내내 함께 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고가도로를 건설할 때부터 땅값에 구애를 덜 받고 가장 방해가 없는 곳이 하천을 따라 짓는 것이었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이유로 자연스럽게 하천 코스에 그늘도 생기고 갑작스러운 비를 피하며 걸을 수 있어서도 좋다.
홍제천의 하류는 다소 냄새도 나고 물이 고여있는 듯 지저분하지만, 또 하천 위로 갈수록 정비도 잘 되고 물도 깨끗해지는 편이다. 그래서 가끔 ‘왜가리’도 보이고 ‘물오리’도 보인다. 특히 팔만한 잉어가 떼로 지어가는 모습은 웅장하다. 옛날 같았으면 낚시쟁이가 잉어도 잡아가고 물오리도 성치 못했을 텐데, 지금은 시민문화정서와 규제로 인해 잘 보전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보기에도 좋고 아이들 교육에도 좋다.
홍제천의 발원지까지 가볼 생각은 아니었다. 오늘은 다리도 풀 겸 그저 적당히. 그런데 가다 보니 최소한 ‘홍제폭포’는 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계속해서 걸어갔다.
한강코스와는 다르게 하천의 코스에는 화장실이 많지가 않다. 항상 걷다 보면 소화가 더 잘 되어 화장실이 필요해질 때가 많다. 노하우라면, 어디서든 화장실 위치를 표시해 두고 심지어는 비밀번호도 알아내어 기록해 둔다. 한번 적어둔 비밀번호가 바뀌어 있는 경우는 아직까지 한 번도 없었다.
‘홍제폭포’에 다다르니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바로 앞 상층에는 카페처럼 의자에 앉아 구경하는 사람들, 아이들과 함께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많다. 홍제폭포는 인공폭포이기는 하지만 산등성이를 따라 거세게 내려치는 물줄기가 어느 자연폭포에 못지않고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여기서도 사진 한 컷’ ^^
홍제폭포를 지나 더 오르니 공사 중으로 길 한쪽이 막혀있다. 어쩔까? 고민하다 오늘은 그냥 여기서 돌아가기로 한다. 시간이 벌써 저녁을 향해 가고 있다.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길이가 ‘반’이니, 앞으로도 13Km를 더 걸어야 한다. 시간이 이렇게 지났는데도 집에서는 연락이 없는 걸 보니, ‘나는 정말 머슴인가 보다. 얼렁 가야지. 가서 집도 청소해야 하는데 말이지.’
돌아가는 발걸음이 아주 가볍다. 지치지 않는 걷기는 세상 끝까지라도 갈 기분이다. 그 기분을 안고 다시 홍제천의 끝에 다다르니, 저 멀리 한강변(망원한강공원)에 서 있는 ‘서울함’ 불빛이 다채롭다. 한참을 쳐다보고 오늘도 나는 홍제천을 담고 집으로 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