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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Dec 07. 2017

헬조선 늬우스의 좋아요를 더이상 신경쓰지 않는 이유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는 중헌가?


여성 이슈를 다룰 때마다 좋아요가 쭉쭉 빠지는 데 굳이 관련해서 꾸준히 적는 이유는 이 페이지를 관리하는 자에게 뭐 대단한 영웅심이 있어서는 전혀 아니다. 이유를 끄적여보자.


이 페이지의 구독자는 약 5.5만명이다. 남녀 비중은 남성이 7, 여성이 3정도다. 그리고 남성들은 평균적으로 여성 이슈에 대해 이상할 정도로 격한 감정을 보인다. 이 와중에 여성 이슈를 다루는 것은 좋아요를 대놓고 깎아먹는 행위와 다름 아니다. 대부분의 구독자들이 싫어할만한 이데올로기를 담은 글을 쓰는 거니까. 실제로 관련한 글들을 연속적으로 쓰면 좋아요가 쭉쭉 빠진다.


좋아요가 쭉쭉 빠지면 페이지가 망조가 타는 걸까? 한 때는 그렇게 생각했었으나, 지금은 딱히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좋아요가 2만이었을 때나 5.5만인 지금이나 게시물의 파급력은 딱히 다르지 않다. 잘 팔리는 글은 여전히 잘 팔리고, 안 팔리는 글은 좋아요가 5.5만이건 아니건 안팔린다. 이건 비단 이 페이지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이름 좀 알만한 언론사들의 페이지들도 사정이 같다. 좋아요 10만 넘긴 페이지의 게시물들 중에서도 좋아요 10이 안되는 것들이 넘친다. 


파급력이 중요하지 않은가?라고 물을 수도 있다. 브런치나 페이스북에서 글이 많이 퍼지면 기분은 좋으나, 그게 뭐 딱히 살림살이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홈페이지에 광고 디따 많이 박아놓고 트래픽 장사하는 언론사들은 좋아요가 많이 박힐수록 기사가 많이 퍼지고 그게 수익으로 치환이 될런지도 모르겠지만, 이 페이지의 관리자는 광고를 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이쁘지 않다는 이유로 네이버 블로그를 버리고 브런치에 글을 쓰는 변태다(그래서 거지다).


그러니까, ‘좋아요’가 반드시 ‘파급력’이랑 연결이 되지도 않는데 ‘파급력’이 반드시 ‘수익’이랑 연결되지도 않는 지라 ‘좋아요’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핵심 구독자에 집중하는 이유

<나는 하루에 4시간만 일한다>라는 책이 있다. 책을 직접 읽지는 않았고 책그림 아조씨가 정리해준 걸 봤는데-이 분 덕에 책 살 돈이 굳었다-그 책의 인사이트가 꽤나 좋다. 그 책을 쓴 자는 자신의 수익에 지배적인 영향을 주는 ‘주요 고객’에게 집중했다. ‘모든 고객’을 케어하며 체력을 소모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고객에게만 전념해서 일하는 시간을 대폭 줄이게 된 거다. 더 재밌는 건 그렇게했는데도 수익이 늘었다는 것. 헬조선 늬우스는 후원을 받고 있다. 커피도 받고, 현금을 받기도 하는데 대부분 후원들은 여성이나 동성애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나는 거기에 집중을 하기로 한거다. 


내가 쓴 글 들 중에 화력이 좋은 글들이 이런 장르에 속한 것도 크기는 하다. 내가 썼던 글 중 가장 잘 팔린 글은 여전히 2015년 12월에 썼던 <처맞을 각오하고 쓰는 한국의 요즘 집회>(공유 2만회)이지만, 이 글을 제외하면 대부분 여성, 동성애, 가족 이슈를 다룬 글들이 잘 팔렸다. <한국의 여성 인권 그리고 한국 여성들의 애교>(공유 3.5천회, 직썰에 기고된 글은 9천회 공유), <한국 회사들이 남성을 선호하는 진짜 이유>(1.8천회 공유), <경쟁적인 한국 사회는 부모가 사랑하는 방식을 결정한다>(880회 공유)


젠더를 통해 미디어를 비평하는 글들도 꽤나 잘 팔린 편이다. 위에서 언급한 <애교>글도 사실 미디어 속의 여성 애교를 다뤘던 것인데 호응이 좋았다. <한국 영화 속 여성들은 피해자거나 딸감이다>(430회 공유), <<청춘시대>가 귀한 한국 드라마인 이유>(650회 공유), <'뷰티풀 군바리'는 왜 구린가?>(900회 공유).


사람들이 이런 글들을 좋아하니 나는 또 신나서 비슷한 종류의 글을 쓰게 된다. 생각해보면 이런 식의 글을 쓰는 사람들이 워낙에 없기도 하다. 나름 블루오션인데, 여전히 이쪽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은 적다.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어느정도 젠더 감수성도 있어야되고 영화, 예능 등을 읽는 눈도 좋아야되니까. 나는 이쪽으로는 좀 자신이 있다. 글들이 잘 팔리는 것도 내가 헛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하나의 지표일 것이고.


실패한 후원 모델

돈을 낼 필요가 없음에도 자발적으로 후원을 한다는 것의 의미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 돈에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그런 글을 하나라도 더 써달라는 절규가 그 돈들에 담겨 있다. 각종 여성 단체들에 돈이 끊임없이 모이는 이유는 거기에 생존의 문제가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대급부로 남성 인권 운동한답시고 의쌰의쌰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분들은 항상 재정난이다. 그 유명한 성재기의 남성연대도 재정난에 힘겨워했었고.


남성 인권 운동에 자금이 확보되지 않는 이유는 역차별 운운하는 남성들에게 절박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냥 여자들이 힘들다니까 그게 보기 싫어서 “니들만 힘들어? 우리도 힘들어.”라며 만들어진 운동(?)이다. 거기에 무슨 절박함이 있으며 절규가 있겠나. 자기들도 양심이 있어서 진심으로 믿질 못하니 돈을 쓰기도 아깝겠지.


여성들이 후원해주는 비중이 높다는 거지 관리자가 거지가 아니라는 건 아니다. 이 브런치와 함께 페이지를 2년을 운영했는데 자발적 후원으로 현금은 60만원 정도가 들어왔고, 기프티콘 등은 250개 정도가 들어왔다. 그 외에 미디어오늘, 딴지일보, 직썰에서 받은 원고료도 있기는 하다. 기프티콘은 스타벅스 아메리카노가 가장 많이 들어오는데, 이게 4100원이니까 기프티콘을 현금으로 치환해보면 대강 100만원 정도가 나온다. 앞의 60만원을 더하면 160만원이 들어온 것. 사람들은 콘텐츠가 공짜로 공급되는데 굳이 지갑을 열지는 않는다. 이 와중에도 굳이 나를 응원한다며 후원을 해주신 분들은 정말 내 콘텐츠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감사 


내가 구축해놓은 구조 자체가 그다지 소비자들이 돈을 쓰게 하기에 효과적인 구조가 아니다. 내가 만들어내는 콘텐츠가 부족한 것도 있기야 하겠지만, 내 주요 구독자들이 돈을 쓸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넛지 타령은 겁나 하면서 정작 내 삶에 넛지를 적용하지 않았다. 나이브했던 거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을 쓰면 내 먹고사니즘이 어떻게든 해결될지도 모른다는 이상주의적 망상에 빠져있었다.


자발적 후원은 1인 미디어 및 미디어 스타트업이 살아남기에 최적인 생존법이 아니라는 결론에 뒤늦게 도달했다. 후원 모델을 구축하려면 뉴스타파처럼 양질의 콘텐츠를 장기간 공급할 것이라는 믿음을 뉴스 소비층에게 줘야하는데, 1인은 일단 양으로나 질로나 한계가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의 게시물이 좋아요를 받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긴하다만, 그 좋아요가 페이지 관리자나 관리 회사의 지속가능성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면 좋아요에 대한 집착은 멈춰야한다. 이때 페북 관리자가 할 것은 '다시 생각하기'다. 그 좋아요를 어떤 식으로 미디어의 지속가능성에 보탬이 되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한다는 이야기다. 


나는 취업을 하지 않기로 했고, 1인 미디어로서 생존을 도모할 생각이다. 더 정확히는 미디어 스타트업을 시작할 생각이다. 월간지를 만드는 이유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먹고사니즘 및 미디어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스스로를 구원하지 못하는 자가 무슨 인권을 논하고 PC를 논하리(마지막 말은 나에게 하는 말이니 다른 분들은 신경쓰지 말길 바란다. 스스로를 구원하지 못하는 자도 인권을 논하고 PC를 논할 수 있다). 


월간지 이름은 <Be Sensitive>로 결정했다. 

관련해서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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